리뷰

<하얀 방>, 고전적 감금유희

박성원 | 2018-04-30 13:55

[웹툰 리뷰]하얀 방 - 스튜디오 문 조성재


회사원인 33살의 상훈과 모델 출신인 27살 지연은 어느 날 '하얀 방'에서 눈을 뜨게 됩니다. 방의 문은 굳게 잠겨있어 자력으로는 탈출이 불가능하고, 먹을 것과 욕실 정도만 덩그러니 있는 그런 방입니다. 잠긴 문 위에는 '100'이라는 숫자가 불길한 붉은 색으로 적혀있는데 하루가 지날 때마다 하나씩 줄어들고요. 감금당한 지 첫날에는 100, 둘째날에는 99, 셋째날에는 98. 이런 식입니다.


[웹툰 리뷰]하얀 방 - 스튜디오 문 조성재


둘이 난데없이 감금당한 이유는 분명치 않습니다. 나중에 가면 독자들에게 보여주긴 하는데 그리 인상적이지는 않고, 작품 내적으로 별로 중요하지도 않아요. 그냥 이런 환경과 전개를 만들기 위한 설정입니다. 그러니까 감금의 원인 자체가 이야기의 핵심으로써 기능하는 그런 장르는 아닙니다. 조금 덜 본격적인 감금물이라고 표현하면 적절하지 않나 싶군요.


[웹툰 리뷰]하얀 방 - 스튜디오 문 조성재


이야기의 초점은 온전히 하얀 방에 갇힌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습니다. 작품이 진행되면 또 다른 여자 한 명이 방의 식구로 추가됩니다. 방에는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물자는 제공되지만 풍족하지는 않습니다. 누구나 선호할 법한 맛있는 빵의 갯수는 한 개뿐이고, 편히 누워서 잘 수 있는 푹신한 매트릭스도 하나뿐, 변기와 샤워기도 마찬가지고요. 다분히 사람들 간의 분란을 유도하는 식이죠.

방의 구성원은 상훈, 지연, 그리고 나중에 들어오는 또 한 명의 젊은 여자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이들은 전부 '평범한' 사람들이에요. 나이가 다르고 성별이 다르고 배경이 다르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접할 수 있는 범인(凡人)들입니다. 처음에는 그럭저럭 예의를 지키며 서로를 독려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비좁은 공간에의 감금과 부족한 물자라는 불편한 상황 속에서 갈등을 빚게 되죠. 여기에 두 명의 여자와 한 명의 남자라는 성적인 불균형은 이 갈등을 구성하는 핵심 요소입니다. 강압적인 섹스와 유혈이 낭자한 습격 같은 육체적인 폭력에서부터 거친 말싸움과 미묘한 눈치 싸움까지, 잠시간 휴전을 맺고 친밀해지는 시간도 있었지만, 결국 세 사람은 극한까지 대립하고 싸우게 됩니다.

장르적인 틀 안에서 논하자면 무난하고 크게 모난 곳이 없는 그런 작품이라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인물의 설정과 개성이라든지, 갈등이 심화되는 과정이나, 최종 결말에 이르기까지 비판적인 견지에서 살펴도 크게 흠잡을 곳은 없어요. 하지만 그만큼 특출나거나 신선한 맛도 없습니다. <하얀 방>의 유의미한 특장점을 꼽아보자면, 투믹스에 들어와서 돈을 주고 이 만화를 보는 독자들이 기대할 만한 그렇고 그런 장면들에 넉넉하게 분량을 할애하면서도, 너무 짧지도 늘어지지도 않은 적당한 선에서 깔끔하게 마무리를 지었다는 정도입니다. 아마도 결말은 호불호가 조금 갈리겠지만요.


- 2018 / 04 /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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