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이 기쁘다면, 취향이 많이 갈릴 수 있습니다

박성원 | 2018-05-15 09:21

[웹툰 리뷰]당신이 기쁘다면 - 사이코 김태훈


이런 장르에 익숙하신 분들도 있고, 흘러가듯 들어본 것이 전부인 분들도 있을 테고, 전혀 생소하신 분들도 있을 거예요. NTR이라는 장르에 대한 이야깁니다. NTR이 무엇인가 하면, 창작물에서 특정 시츄에이션을 의미할 때도 있지만 그보다는 성인 매체에서의 한 장르를 지칭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주 간단하게 요약하면 남자가 애인이나 와이프를 다른 남자에게 빼앗기는 상황 내지는 그러한 소재를 중심으로 하는 장르인데요. 사실 저도 그리 잘 알지는 못하기 때문에 이 장르에 대해 깊은 공부를 요구하는 독자들은 구글 검색을 이용하시는 편이 낫겠습니다.

[웹툰 리뷰]당신이 기쁘다면 - 사이코 김태훈


'당신이 기쁘다면'이라는 웹툰은 일단 소재의 차원에서는 NTR이라는 장르를 상당히 본격적으로 채용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성공한 사업가인 태수와 그의 아름다운 아내인 지연의 부부생활은 태수가 사고를 당해 반신불수의 장애를 얻게 되면서 위기가 시작됩니다. 정확히는 남편인 태수 쪽이 위기의식을 느꼈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그의 생각이런 이렇습니다. 아내인 지연은 성욕이 많은 편으로, 장애인이 된 태수로서는 그녀를 만족시켜 줄 수 없으므로 언젠가 그를 떠나게 될 것이니,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자신이 아는 남자들을 데려와 아내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겠다는 겁니다.


지금 리뷰글에서 다루고 있는 것은 가상의 이야기일 뿐 현실 세계에서 벌어진 일들에 대한 가치판단이 아니니 태수의 결정에 대한 판단은 미뤄두겠습니다. 물론 독자들 또한 이해하거나 공감할 수 없는 소재를 억지로 받아들일 필요는 없어요.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뭐 이런 생각이 들면 그냥 넘어가시면 됩니다. NTR이라는 장르 자체가 진입장벽이 높은 편이기도 할 테고요. 어찌되었든 '당신이 기쁘다면'이라는 19금 웹툰은 태수가 바깥 남자들을 들여 아내인 지연과 섹스를 권유하면서 그렇게 시작됩니다.


그 이후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사실 그리 특이할 게 없습니다. 지연은 처음에는 크게 반발하지만 결국은 흔들리게 되죠. 반신불수가 된 태수는 어떤가 하면, 그 또한 회사에서 고혹스러운 여비서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접근하며 사실상 외도를 하게 되고요. 지연과 관계를 맺는 남자들 중에는 아마 그녀와 장기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생길 겁니다. 가장 먼저 등장하는 민철이라는 태수의 옛 친구라든지. 일반적인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죠.


장르의 높은 벽을 넘어서고 나면 크게 모난 곳은 없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언급하자면 초반에 작가가 장르의 고전적인 전개 방식과 독자의 거부감을 줄이는 과제의 사이에서 조금 갈팡질팡한 느낌이 있어요. 차라리 어느 한쪽으로, 그러니까 겉으로 보이는 소재와 어울리게 NTR이라는 장르의 기분 나쁘고 지저분한 이야기를 풀어놓거나, 반대로 아내나 남편이나 큰 고민이나 위기없이 새로운 파트너를 찾거나 이 둘 중에 하나를 보다 확실하게 골랐다면 좋았을 겁니다. 물론 '당신이 기쁘다면'은 후자 쪽이에요. 지연의 고민이나 번뇌는 그리 오래가지 않았으니까요. 태수 역시 엄청난 결정에 비하면 크게 고통스러워 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합의 하에 이루어지는 불륜이라든지 이런 소재가 완전히 겉도는 것은 아니에요. 초반 4~5회 정도를 지나고 나면 대중적인 독자들의 불쾌감을 크게 자극하지 않는 선에서 일단은 장르적 재미에 충실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웹툰의 거의 전부라고 할 수 있는 지연이라는 캐릭터 또한 제법 매력있게 그려지고 있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체질에 맞지 않는 분들이 존재하겠지만, 투믹스 상위권에 종종 썸네일을 비추는 것으로 보아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마지막으로 작화에 대해 짚고 넘어가자면, 좋게 표현하면 그림체 전반적으로는 개성이 있고, 나름대로 괜찮은 인물 묘사를 보여줍니다만 도장 찍기가 조금 있다는 사실은 부정하기 힘들 것 같군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취향을 많이 탈 수밖에 없는 그런 성인 웹툰입니다.


- 2018 / 05 /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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