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어른이 된다는 것은 "종달새가 말했다"

오지상 | 2016-09-13 07:16

 

 

 

종종 어린아이들은 어른이 되길 고대한다. 나이에 의해 받게되는 각종 법적, 사회적, 도덕적 제약 때문일 수도 있고, 단지 자신과는 다른 ‘세계’ 를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어른들을 동경하는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누군가에게 의존해야만 하는 입장이 싫어서 그럴 수도 있다.

 

‘아득하다 믿던 시간 위를 어느새 지나네/이 나이가 되어/아직 아무런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나인데 그 속에 있네/이 나이가 되면은 어디쯤엔가 가 닿을 꺼라/뭔가를 더 알게 돼서 단단해 질 줄만 알았어/어디쯤에 와 있을까/난 아직도 그냥 그대로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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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희의 ‘나에게 주는 편지’ 의 일부이다. 가사에서 지적하고 있듯, 아직 어른이 되지 못한 이들이 착각하는 것과 달리 나이를 먹는다고 어른이 될 수는 없다. 법적인 차등에서는 벗어날 수 있을지 몰라도, 단지 그것뿐이다.

 

‘종달새가 말했다’에서 등장하는 두 주인공은 자신들의 세계에 갇혀 있다. 작가의 표현을 그대로 빌리자면, 자폐소년과 게임중독 소녀다. 중증의 게임중독자인 서연은 자신이 게임 세계에서 태어났으면 좋았을 거라는 소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는다. 지훈은 과거의 깊고 어두운 상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서연보다 더 단단한 공상의 세계에 갇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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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연과 지훈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어른들의 이해관계에 의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인연을 맺는다. 초등학교를 입학하기도 전으로 추정되는 때에 만났다가, 헤어지고, 다시 고등학생으로 같은 반이 된다. 서연은 엄마가 건넨 미끼에 낚여 어떻게든 지훈의 비위를 맞추려고 하지만, 지훈은 도저히 정글과도 같은 고등학교 교실에서 살아남을 만한 인물이 못 된다. 서연 또한 이상하기는 똑같지만 말이다.

 

이야기의 초점은 서연에게 맞춰져 있다. 물론 서연과 지훈이 겪고 있는 문제는 비슷하지만 지훈은 보다 구체적인 의미에서의 ‘병자’ 이기 때문이다.

 

서연은 어렸을 때부터 다른 세계를 꿈꿔왔던 것 같다. 보통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경우 빠른 독립을 기대하는 경우야 많겠지만, 아예 외계로의 탈출까지 원하는 상당히 독특한 케이스다. 그녀는 어렸을 적에는 자신이 어른이 되면 지구를 벗어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과학기술의 발전은 서연의 기대를 충족할 만큼 빠르지 못했고, 대신에 그녀는 게임의 세계에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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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유감스럽게도 게임 속 세계 또한 서연을 만족시키지는 못하는 것 같다. 그녀는 분명 스스로는 게임의 세계에 대한 강한 긍정을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에, 짐작은 조심스럽다. 그러나 게임 역시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서연이 지훈을 꾀어내기 위해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소개했을 때, 지훈은 그녀에게 일침을 가한다. 이것은 새로운 세계가 아닌 유원지에 불과하다고. 서연은 당연히 분노하지만, 마땅히 반박할 말을 찾지는 못한다. 지훈과 헤어지고 그녀는 알 수 없는 억울함에 울기까지 한다.

 

게임으로 도피하고 있는 동안 서연의 현실은 썩 바람직하지 못한 상태다. 지훈의 문제에 직접 개입하려는 순간 자신의 무력함을 실감한다. 지훈이 과거에 입은 상처를 파헤치면서까지 지훈에 대한 우월성을 확인하려고 한다. 그리고 뒤늦게나마 정신을 차린다. 자신은 현실에서 벗어난 것이 아니라, 단지 거짓된 현실에서 도피하고 있었을 뿐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마침내 지훈을 과거의 굴레에서 끄집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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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이 알을 깨고 나오는 과정은, 사실 험난하지는 않았다. 솔직히 말하자면 아주 우호적인 조건이라고 봐도 좋을 정도다. 학원물이라는 장르와 정해진 분량이라는 한계 때문이라고 보는 쪽이 합리적일 것이다. 다소 부드러운 설정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제한된 분량 탓에 그 안에서도 인물들의 심리와 성장 과정을 묘사하는 데 다소 부족함이 눈에 밟히는 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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