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섹스레슨, 진흙탕의 기억

박성원 | 2018-11-09 14:55

레진의 신작 '섹스레슨'의 글작가는 HC이고 그림작가는 개티입니다. 공교롭게도 저는 두 작가의 전작을 모두 봤어요. 글작가나 그림작가나 전작은 글과 그림을 혼자 맡았습니다. HC의 전작은 '개목걸이'이고 개티의 전작은 '세이렌'입니다. 제가 주목하고 싶은 건 글작가 HC의 전작 개목걸이에요. 기억하는 분들도 있겠지만 필자는 개목걸이의 리뷰를 웹툰가이드에 올린 바 있습니다.




작화를 먼저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자면 괜찮은 편입니다. 사실 레진 성인 웹툰에서 작화가 마이너스가 됐던 적은 거의 없었던 것 같긴 하지만요. 전작인 세이렌도 작화는 판타지물에 어울리고 퀄리티가 괜찮았죠. 스토리는, 음, 글쎄요. 세이렌의 리뷰글이 아니니까 길게 평가하기는 어렵겠지만, 작가가 자신의 역량과 주어진 환경에 비해 지나치게 거대한 스케일로 욕심을 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그래서인지 결말도 1부 완결이라는 형식으로 애매하게 끝이 났고요.




다시 '섹스레슨' 이야기로 돌아가지요. 대학생인 주인공 '임우현'은 캠퍼스의 여신이라고 불리는 '문이나'를 사귀고 있습니다. 대단한 미인을 여자친구로 사귀고 있는 건 분명 큰 기쁨일 테지만, 우현에게는 남모를 고민이 있습니다. 그건 우현이 섹스 경험이 전무하고 이나와 사귄 기간이 짧지 않은데도 소위 말하는 '진도'를 전혀 못 빼고 있다는 사실이죠. 그런 우현의 앞에 별안간 4년 동안 연락이 끊어진 소꿉친구 '하은'이 등장합니다. 하은은 장난인지 진심인지 우현에게 '섹스'에 관해 가르쳐 주겠다고 선언하는데, 당연하지만 우현도 예전부터 하은을 단순한 친구라고 생각하지만은 않았었죠.




리뷰글의 제목을 '진흙탕의 기억'이라고 적어놓은 건 HC 작가의 전작 '개목걸이'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기 때문입니다. 직접 개목걸이를 보셨거나 아니면 제 리뷰를 읽어봤다면 알 수 있겠지만, 여러 대학생 남녀가 벌이는 치정극을 다루는 웹툰이었죠. 그것도 단순한 삼각관계의 차원을 아득히 넘어서 범죄와 협박이 횡행하는 끈적끈적한 진창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개목걸이의 작가가 스토리를 담당하고 있는 이 작품도 2화까지만 봐도 벌써부터 청춘남녀의 연애사업이 순탄하게 굴러가지 않으리라는 확신이 들어요. 하은이나 이나, 우현도 개목걸이에 등장하는 캐릭터들과 어느 정도 겹쳐서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요.




다만 그림작가의 영향인지 아니면 레진 편집부의 권고인지는 몰라도, 아마도 전작보다는 밝은 분위기와 덜 질척거리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는 개목걸이를 상당히 재밌게 봤지만 동시에 적지 않은 분량과 영 바람직하지 못한 이야기에 다소 지쳤던 것도 사실이기 때문에, 이번 신작에서는 HC 작가가 장점을 살리면서도 대중성까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지 않기를 기대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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