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벽을 적신 여자, 시트콤스럽다

박성원 | 2018-09-04 10:48



레진코믹스 성인 웹툰 '벽을 적신 여자'는 개호주 작가가 연재한 '벽 여자 3부작'의 하나입니다. 참고로 개호주 작가는 스토리 담당이기 때문에 3부작을 포함해서 대부분의 작품은 그림 작가가 다릅니다. 작가 정보는 웹툰가이드 DB에서 확인하시면 좋고요. 이 벽 시리즈는 하나같이 제목이 범상치 않은데 이번 리뷰에서 다루는 '벽을 적신 여자'의 제목이 의미하는 바는 정말로 단순합니다. 작중에서 여주인공 내지는 히로인이 작중에서 벽을 어떤 액체로 적시거든요. 왜, 우리가 살다보면 의도했든 의도치 않았든 담벼락을 적시는 일이 한 번쯤은 일어날 수 있으니까요. 그런 겁니다.



웹툰은 주인공 준규와 민지가 몇 년 만에 다시 만나며 시작됩니다. 둘은 준규가 막 대학에 입학했을 시절 짧고 강렬한 만남을 가졌었는데, 3:3 소개팅을 나갔다가 그날 밤 바로 호텔로 직행, 준규는 처음으로 여자와 섹스를 합니다.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났는데도 준규는 민지를 똑똑히 기억하지만, 민지는 준규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그녀는 과거에 완전히 술에 취한 상태였기 때문이죠. 참고로 둘이 일하는 곳은 동네의 문화센터로 대부분 나이가 많은 노인들이 운동시설로 이용하고 있으며, 준규는 그곳에서 잡일을 담당하고 있고 민지는 일종의 운동보조 강사입니다.


민지의 증상(?)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하자면, 그녀는 정신이 멀쩡할 때는 평범한 성격이지만, 일단 필름이 끊기면 괴상한 행동을 일삼는 데다, 잘 알지도 못하는 남자에게 마구 들이대는 고약한 술버릇이 있습니다. 민지를 다시 만나고 그녀가 모른 척을 한다고 생각하며 투덜거리던 준규는 이 사실을 얼마 지나지 않아 눈치채고, 민지와 함께 일하며 온갖 잔머리를 굴리게 되죠.



그 다음부터 벌어지는 것은 말하자면 시트콤 같은 에피소드들입니다. 19금 웹툰답게 그렇고 그런 씬도 많지만 (적어도 중반부까지는)노골적인 성애 장면은 거의 없는 편이에요. 기본적인 분위기는 밝고 가벼운 편이지만, 뒤로 갈수록 민지의 숨겨진 과거라든지 직장에서의 관계와 연관되어 진지한 내용들이 이어집니다. 이 부분은 확실히 장점이라고 할 수 있겠죠. 몸개그와 만담만 주고받다 얼렁뚱땅 다시 관계를 맺고 잘 살아갔어요~ 라는 식의 단순한 전개보다는 기승전결이 갖춰진 쪽이 훨씬 나으니까요.


작화는 다소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듯한데 취향에 맞지 않더라도 불편할 정도는 아닐 겁니다. 오히려 꽤 많은 성인 웹툰을 봐왔던 필자로서는 개성적인 그림체라고 좋게 평가하고 싶습니다. 스토리는 다작으로 유명한 개호주 작가가 맡은 만큼 모난 곳 없이 순탄하게 굴러가고, 작화 역시 그런 이야기를 잘 받쳐주고 있으니 큰 망설임 없이 읽을 수 있는 그런 웹툰입니다.


- 2018 / 09 /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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