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환상적인 이야기, '환상적인 소년'

박은구 | 2019-01-03 14:13

네이버 웹툰을 돌아보던 도중, 독특한 제목의 웹툰이 눈에 띠었다. '환상적인 소년', 판타지를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꽤나 흥미가 가는 제목이었다. 썸네일을 딱 보는 순간, 익숙한 그림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봤었던 걸까. 그런 고민을 하던 도중, 작가 이름을 보자 기억이 났다. 작가 '후은', 새와 같이, 별의 유언, 숲 속의 미마 등 필자가 정말 좋아하던 작품을 그린 작가였다. 아주 인상 깊게 보았던 작품들을 만들어낸 작가라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이 작품을 봐야 될 이유는 충분했다. 아니, 꼭 봐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어느 마을, 평범한 산 속에 평범하지 않은 귀신의 집이 있었다. 그리고 평범한 마을 평범한 산 속에 평범한 소년이 있었다.



평범한 소년은 하루하루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먹고 살기 위해 다른 집의 농사를 도와주고, 그 대가로서 감자를 받으며 하루하루 연명하는 삶, 소년은 더이상 그런 삶을 살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친구가 어떤 이야기를 해준다. 마을 뒤에 있는 산에서 산삼이 나왔다는 것. 그리고 그 삼산을 발견한 사람은 엄청난 돈을 받고서 삼을 팔아 새 인생을 살게 됐다는 내용이다. 소년은 그  이야기를 듣고 매우 흥미로운 기색이 됐다. 자신도 그러한 인생역전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년은 지긋지긋한 감자 인생을 끝내기 위해 산삼을 찾으러 산에 올랐다. 매일 같이 거니는 산이니만큼 지리는 그 누구보다 잘 알았다고 자부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소년은 길을 잃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자신이 귀신의 집이라고 불리는 곳 앞에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얼른 도망가려고 했지만 그곳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귀신은 이곳에서 자신을 꺼내달라고 소리친다. 그 행동은 소년에게 있어 엄청난 영광을 가져다줄 것이라는 의미 모를 말과 함께. 계속해서 소년을 설득한다. 소원을 들어준다던가, 아니면 반대로 자신을 구해주지 않으면 평생 저주할 것이라고 협박을 한다던가 자꾸 이상한 소리를 한다. 




<귀신의 집에 갇혀있는 귀신(?)>


결국 소년은 귀신의 집에 갇혀 있는 귀신(?)을 구해주게 되었고, 그곳에서 등장한 건 다름 아닌….



<굉장히 아름다운 외모를 가진 소녀였다.>


소녀는 자신의 정체를 '청풍산의 선녀'라고 소개한다. 귀신 따위가 아닌 선녀라고 말이다. 허나 소년에게는 소녀의 정체 따위가 무엇이든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저 이 흉흉한 곳을 떠나고, 이 이상한 여자와 더이상 마주치지 않는 것이 자신의 평범한 일상을 되돌릴 방법 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소녀는 자신을 청푼산까지 데려다달라고 청한다. 지금까지 귀신의 집에 갇혀있었기 때문에 세상물정을 모른다고, 일종의 가이드를 요청하는 것. 하지만 당장 하루 먹고 살기도 버거운 소년에게 그러한 부탁은 의미가 없었다. 소년은 단호하게 거절하지만 소녀가 품에서 꺼낸 수많은 금화 앞에서 태도를 돌변하게 되고 그 둘은 청풍산을 향해 여행을 떠난다.




<금을 본 소년은 순식간에..>



<태도를 바꾸는 모습이 아주 솔직하다.>



이것이 이야기의 시작이다. 알 수 없는 소녀와 평범한 소년의 우연한 만남으로 인해 그들의 세계는 격변한다. 작가가 말하기로는 50화 정도 분량으로 완결이 날 것 같다고 한다. 현재는 48화까지 연재되고 있고, 이야기도 거의 종지부에 다다르고 있다. 50화라는 어떻게 보면 적고, 어떻게 보면 결코 적지 않은 분량으로 꽤나 깔끔하게 이야기를 풀어간다. 역시나 '후은' 작가라고 할 수 있다. 작가의 역량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또한 이 작가의 작품이 굉장히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라고 생각하는 것이 바로, '세계관의 공유'이다. 이 작가의 모든 작품은 전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한다. 엄밀히 말하면 정말 커다란 세계 안에서 마치 나뭇가지처럼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다고 보면 될 것이다. (간단하게 나무와 나뭇가지를 생각하면 된다.) 사실 그러한 부분을 알기에 이 작가의 작품을 보다보면 전작의 등장인물들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어렴풋이 가지고 있게 된다. 대게 하나의 작품은 완결이 됨으로서 그 작품의 세계는 그걸로 끝이나지만 세계관을 공유한다는 것은 내가 사랑했던 작품들의 먼 미래라던가, 그 과거라던가, 파편의 일부분이라도 확인을 할 수 있는 것. 그것은 엄청난 매력이다. 내가 모르는 다른 저편에 세계에서, 그 세계는 계속해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이니까. 내가 모르는 그곳에서 이야기는 계속해서 흘러가고 있다는 점은 필자의 흥미를 자극한다.




작가 고유의 세계관도 세계관이지만 이 작품의 세계관 설정도 무척이나 흥미롭다. 일단 이 작품에 고유한 설정 중에 '식인인'이라는 설정이 존재한다. 식인인, 말 그대로 사람을 먹는 사람이다. 허나 여기서도 작가의 센스가 돋보이는 게 그저 '식인'을 하는 것이 아닌 인간의 관한 모든 부분을 먹는다. 이렇게 말로만 들어본다면 다양한 신체부위를 먹는다고도 오해할 수 있겠지만 단순히 육체적인 부분만 먹는 것이 아니다. 식인인들은 저마다 먹는 취향이 다르다. 인간의 신체를 먹는 이들도 물론 존재하지만, 예를 들어 인간의 웃음을 먹고 살아가는 식인인, 인간의 병을 먹고 살아가는 식인인 등 제각기 다른 것을 먹는다. 그로 인해서 식인인은 떄로는 귀신, 선녀, 요괴 등 다양한 것으로 오해를 받는다. 그러나 그 본질은 인간의 무언가를 먹고 사는 식인인이라는 것. 이런 다양한 취향 차이로 인해 인간과 공존하며 살아가는 식인인과 인간을 괴롭히며 살아가는 식인인 두 분류로 나뉘어지게 된다. 기형적인 구조를 가진 생물이라고도 느껴질 수 있다. 그렇기에 그들은 자신들을 만든 초월적인 존재를 원망하며 제각기 아픈 사연들을 가진 경우가 태반이다. 


이 이상 이 작품이 가진 매력에 대해서 더 길게 서술하고 싶지만, 더 길게 서술하다보면 이 작품이 가진 가장 큰 재미마저 미리 노출해버릴 것 같기에 여기서 글을 마치며 마지막 한 마디를 한다.


"꼭 보세요. 후회하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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