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텍스쳐에 묻혀버린 전개 - 팬피터 [스포]

므르므즈 | 2016-09-12 08:54

 

 

 

 

팬피터.png

 

 

지나친 텍스쳐에 묻혀버린 전개

 

 

왕따 문제를 다룬 작품이야 많고도 많아 입을 열어 세기도 모자란 형편에

또 하나의 작품이 끝을 맺었으니 그 이름 [팬 피터] 되시겠다.

주기적으로 완결 소식을 알려오는 작품 중에서도 매 작품들마다 전개와 결말로 수많은 왕따 칼럼의 소재거리가 되는 판국에

[팬 피터]의 완결은 글 쓸거리를 늘려주는 셈이니 어떤 의미로는 여간 기쁜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나 왕따 문제를 

단순히 가해자와 피해자의 구도로 한정 짓지 않고, 가해자가 다시 피해자가 되는 과정,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과정을 통해 

왕따 문제의 문제를 전체적으로 짚어낸 [팬 피터]는 더욱 더 할 말이 많은 작품이 될 것이었다. 

하지만 메시지에 너무 치중한 탓일까. 후반부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한 탓일까

개인적인 기대작이었던 팬피터의 결말은 모호했고 

필자는 이 아쉬운 결말에 작은 불만을 토로하고자 이 글을 쓴다.

 

 

 왕따 문제는 폭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가. - 모호하게 끝난 메시지

 

 

매 에피소드마다 다양한 인간군상을 다룬 [팬 피터]의 공통된 전개는 폭력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에 대한 물음이다.

왕따 당하던 아이가 피터팬을 만나 복수에 성공하고 네버랜드로 갈 준비를 하는 모습은 우리에게 통쾌함을 가져다 주지만

피터팬에게 당한 아이가 또 다른 왕따 피해자가 되고

다시 피해자의 복수를 이뤄준 피터팬에 의해 또 다른 장애인이 된 가해자를 보면

과연 이것이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는가 의문을 가지게 된다.

또한 이와 동시에 뉘우친 가해자에게도 복수하는 피해자의 모습을 통해 복수의 선에 대해서 다시금 질문하고, 

복수를 원하지 않는 피해자의 모습을 통해 폭력이 아닌 용서 역시 하나의 해결책임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인다. 

폭력은 정의가 아니고 폭력일 뿐, 또 다른 가해자를 만들어내는 것이라는 논리인데, 

2부에 들어 이 주제가 심화되면서 작품은 이상한 방향으로 변질된다.

 

 

가해자를 용서하는 피해자와 뉘우친 가해자를 통해

 

 

사람은 초월적인 존재 없이도 교화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에피소드가 있는데

작품은 결말까지 이 메시지가 옳다는 방향으로 이끌어나간다.

폭력으로 모든 걸 해결하려 드는 피터팬이 점점 물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끝에는 그 폭력을 추종했던 네버랜드의 아이들까지 가해자를 대변하는 모습으로 피터팬의 행동을 합리화한다. 

그리고 결말에 한 아이만 나와 '피터팬은 없다.' 며 괴롭히는 아이에게 스스로 이겨내라 충고하고 자신이 직접 도우러 간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상당히 모호하다. 네버랜드 아이들이 가해자를 옹호하는 투로 피터팬을 옹호하고, 

이를 따르는 피터팬의 모습은 작품의 정체성을 정말 모호하게 만들었다. 결국 작품이 하고 싶던 말은 무엇인가?

초월자에게 기대지 말고 스스로의 힘으로 남을 도와야 한다는 것일까? 그렇다면 과격한 방식으로 남을 돕는 피터팬과 

결말부에 아이를 도우러 달려가는 성인 남성의 모습은 어떤 차이가 있는가?

둘 다 학생에겐 초월자나 다름 없는 존재가 아닌가. 

우리는 피터팬이 되어선 안되고 성인 남성으로서 사리분별을 잘하여 남을 도와야 한다는 것일까?

 

 

왕따 문제를 다루던 작품이면서도 작가는 인물 관계도 메시지도 제대로 정리하지 못했다. 

 

 

결국 작가가 비판하고 싶던 왕따 문제란 무엇이었는지도 직접 꺼내보이지 못했다.

폭력은 나쁘다? 남을 용서하라? 남을 도와라? 어떤 말을 가져다 붙여도 나름대로 해석이 될 수 있지만

1부에서 현재 청소년 교화와 상담의 한계를 나름대로 비판한 바 있기에 갈피를 잡을 수가 없다. 

 

 

  팬피터2.png

 

 

과한 연출

 

 

개인적으로 팬피터 1부는 국내에서 왕따 문제에 대해 다룬 작품 중에선 가장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점을 짚어내는 솜씨도 좋았고 심리묘사에 있어서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솜씨였다. 

하지만 2부 중반에 들어서면서 작품은 세심한 연출력을 잃고

텍스쳐를 떡칠하며 스토리를 전개하기 시작한다. 

특히 대규모 폭발 장면이나 후크의 과거 회상 씬은 제대로 내용 파악이 힘들정도로 엉망진창이었으며

연출도 점점 단조로워져서 작품의 이야기가 힘을 잃었다. 루시 스토리는 지나치게 급박하게 전개됐고 마지막 장면은 

어째서 이 피해자들이 가해자로 변모해야 하는지, 

이렇게 바꾸어서 작가가 비판하고 싶던 바는 무엇인지 분명히 드러내지 못해 메시지를 더욱 모호하게 만들었다.

휴재를 더 하더라도 천천히 작품을 다듬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명작이 되었을 텐데

 

아쉽다. 후반부 전개만 정리했어도 멋진 작품이 되었을텐데 아쉽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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