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귀야곡 - 미스터리, 호러, 민담, 그리고 단편집

박성원 | 2016-07-13 2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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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야곡’은 옴니버스 형식의 단편 모음입니다. 단편 만화도 싫어하지는 않는데, 레진코믹스는 분류가 좀 불친절한 것 같아요. 직접 보기 전까지는 이제 옴니버스 형태의 개별 이야기인지 아니면 장편 에피소드의 소제목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도 작품은 제법 좋았으니까, 불평은 이만 접어두도록 하지요.

 

장르가 ‘미스터리/호러’인데, 별로 미스터리하거나 호러하지는 않습니다. 기존에 쓰이는 명칭보다는 ‘기담집’ 정도가 더 적절하지 않았을까요. ‘귀야곡’이라는 작품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기담집이 제일 좋을 것 같습니다. 물론 순수하고 훈훈한 에피소드도 있지만, 대체로 그런 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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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집이지만 하나의 테마나 소재로 묶인 경우는 아닌 것 같아요. 후기에 언급된 것을 보면 대학시절부터 메모한 단어들을 조합하여 만들어낸 이야기라고 합니다. 일종의 ‘생각 가지치기(원래 이름이 있는데 기억이 안 납니다)’ 비슷한 구상법인데, 일관된 무언가가 없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겠네요.

 

작화에 대해 먼저 언급하자면, 채색은 거의 없이 흑백 위주의 색감에, 깔끔하면서 적당히 간략하지만 와 닿는 배경 묘사가 특징입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가장 많이 드는 인상은 ‘담백하다’일까요. 기기묘묘한 이야기를 그려낸 단편집에 아주 잘 어울리는 작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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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단편을 몇 개 간단히 소개해 보면,

 

동면冬眠 - 어떤 동물들은 긴 잠에 빠져 겨울을 나고, 사람들은 오랜 세월에 걸쳐 개발한 도구들도 추위를 이겨냅니다.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이지만, 아주 먼 옛날에는 그렇지 않았을지도 몰라요. 겨울에 깨어있는 것들과 잠들어 있는 것들의 차이는 언제부터 비롯되었을까요. 일상적인 자연 현상에서 끌어낸 재치 있는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바다소리가 들리는 숲 - 우리에게는 너무 친숙해서, 소중하지만 그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질려버린 것들이 많이 있습니다. 문을 열고 나서면 눈에 보이는 공간, 삶의 터전이 되어주는 공간이 바로 그렇지요. 그것은 바다가 될 수도 있고 숲이나 초원, 혹은 아파트나 작은 주택이 될 수도 있습니다. 떠나고 나서야 깨닫는 것들. 그리움이 닥쳐왔을 때 그 슬픔을 달래주는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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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 찻자리 - 대신할 수 없는 역할을 맡은 소녀가 있습니다. 그 역할이 다른 누군가에게 정말로 중요한 종류라면, 싫다고 해도 함부로 그만둘 수 없습니다. 어리석은 실수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다른 이들에게 커다란 슬픔을 주었을 때, 그래서 더 이상 이 일을 할 수 있는 자격이 없다고 생각될 때조차 그렇습니다. 이야기는 그런 아픔에 처해 있는 소녀에게 달콤한 선물을 선사합니다. 현실에서는 아마 그럴 수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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