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사자와의 저녁식사 - 어떤 죽음에 얽힌 이야기

박성원 | 2016-08-13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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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자와의 저녁식사’에서 사자는 獅子가 아니라 使者, 혹은 死者입니다. 어느 쪽이든 같이 저녁식사를 하기 유쾌한 상대가 아닌 것은 분명합니다만, 독자들이 작품의 내용을 오해하지 않도록 언급합니다.

주인공 ‘문교’는 독특한 이름만큼이나 독특한 능력을 때어날 때부터 가지고 있던 잘생긴 소년입니다. 유감스럽게도 이 능력이라는 것은 세상으로부터 배척받을 만큼 기기묘묘하지만, 동시에 현실에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종류입니다.

문교의 능력이란 다름 아닌 이승에 찾아온 ‘저승사자’를 볼 수 있다는 것인데, 달리 말하면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을 파악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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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문교가 저승사자를 쫓아낼 수 있었다면(정해진 죽음을 막을 수 있었다면) 주인공의 인생만큼이나 이야기의 장르도 크게 달라졌겠지만, 앞서 쓸데없는 능력이라고 언급했듯이 그건 불가능한 일인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주인공은 죽음을 예견하지만 막을 수는 없습니다. 어느 정도 머리가 여물었을 때 이런 능력이 생겼다면 어지간히 바보가 아닌 이상 몇 번의 시행착오를 겪을지언정 입을 꾹 다물겠지만, 선천적으로 타고난 능력이었던 만큼 능력을 숨기지 못했고, 결국 크나큰 트라우마를 안고 살아가게 됩니다.

 

 

이야기는 문교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눈을 뜨면서 시작됩니다. 눈을 뜬 직후에 문교를 반기는 것은 친숙하기 그지없는 존재, 바로 ‘저승사자’입니다. 독자들을 놀라게 할 만한 실로 흉악한 비주얼의 녀석입니다만 문교는 짬밥이 짬밥인지라 아무렇지도 않고, 오히려 저승사자의 엄지손톱에 칠해져 있는 매니큐어를 보고 그 정체(?)가 여자임을 눈치 챕니다. 간단한 조치를 취하자 무시무시한 괴물의 껍데기는 벗겨지고 짠, 아리따운 아가씨, ‘가비’가 속에서 모습을 드러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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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저승사자가 얼마나 잘 생겼든 간에 본질은 변하지 않는 법. 문교는 교통사고에도 기적적으로 의식을 차렸지만 정확히 ‘일주일’ 후에 죽을 운명입니다.

문교의 능력, 갑작스럽게 닥친 교통사고, 그리고 ‘자처’하여 그를 찾아온 미인 저승사자 가비까지 우연한 것처럼 보이는 이 모든 것들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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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트라우마를 안고 능력을 감춰온 문교, 그러나 문교는 어떤 은밀한 죽음을 목격하고 침묵했지만 결국 살아남지 못합니다. 저승사자 가비는 다른 저승의 영혼들과 달리 이승에서의 기억이 남아있지 않고, 그렇기 때문에 자신의 죽음과 유일하게 끈이 닿아있는 문교의 안내를 자처합니다. 각자의 목적과 이해관계에 따라 인물들이 움직이고, 이야기는 이제 광신狂信이 지배하는 작은 마을과 더 나아가 예견된 죽음 이후, 사후세계를 향해 달려갑니다.

 

 

죽음이란 모든 생물, 특히 고차원적인 사고를 가진 인간에게 언제나 크나큰 관심과 고민거리를 안겨주었기에 그리 낯선 소재는 아닐 것 같습니다. 오히려 피상적으로 다뤘다가는 진부하고 뻔한 이야기가 되기 쉽지요.

웹툰 ‘사자와의 저녁식사’는 분명 접근에서부터 획기적인 차별성이나 깊이를 담보하지는 않았으되, 나름의 장점과 개성을 통해 독자들의 흥미를 끌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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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전체에 걸쳐 있는 분위기는 필연적인 죽음을 마주한 주인공답지 않은 담백함입니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끼고 살았던 탓일까요.

1주일짜리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지만 주인공 문교는 그나마 시간에 감사하며 필생의 숙제를 풀기 위해 떨쳐 일어납니다.

죽어서도 남아있는, 아니 남아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희미한 기억을 되찾기 위해 저승사자 ‘가비’는 억지를 부려 이승을 기어오릅니다.

작품을 관통하는 가장 핵심적인 테마는 역시 죽음.

그 묵직한 무게에도 불구하고 작품은 소소한 유머와 함께 고유의 답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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