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월한강천록 - 무협의 탈을 쓴 라이트 판타지

박성원 | 2016-06-29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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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판타지, 무협소설은 기본적으로 굉장히 마이너한 장르이기 때문에, 다른 매체로의 이식은 쉽게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그런 이유로 기존에 무협을 좋아하는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최신의 무협 만화나 영화, 드라마에 관심을 가지기 마련입니다. ‘월한강천록’은 일단 무협을 배경으로 한 웹툰인데요, 연재 분량도 적지 않고 그림체도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상당히 괜찮은 수준입니다. 무협 독자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한 것 같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내용에 대해 이야기하기 이전에 ‘무협’으로서의 웹툰을 언급하지 않을 수가 없겠습니다.

 

 

어떤 장르이든 간에 그 안에는 독자들 사이에서 암묵적으로 지지받는 일종의 ‘관습’이 존재합니다. 이런 관습은 성문화成文化 되어 있지 않고, 보편적인 창작물의 수준이라는 관점에서도 좋은 잣대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의 장르는 해당 장르 고유의 재미를 주기 위한 일종의 ‘틀’이 있는 겁니다. 이 틀은 사소하게는 인물의 말투와 행동에서부터, 크게는 줄거리의 전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게 적용됩니다. 여기서 벗어나면 설령 재밌는 창작물이라고 해도 장르적 재미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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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 또한 예외는 아닙니다. 특히 무협소설은 장르적 제한이 굉장히 확고한 경우라고도 볼 수 있습니다.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생략하고요. 오해하지 마시길. 저는 무협의 고리타분한 전통에 반대하는 쪽에 가깝습니다. 하지만 기성 독자들에게 전통은 무협을 판단하는 매우 확고한 기준으로서 남아있는데, ‘월한강천록’은 거의 완벽하게 이런 무협적 전통과는 거리가 멉니다. 이것은 작품의 질적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매니아들이 무협이라는 장르에서 기대하는 재미와 분위기의 종류에 대한 문제입니다. 따라서, 이 웹툰은 기존의 ‘무협’으로서의 재미를 원하는 독자들에게는 적합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주의하시길.

 

 

무협이라는 제약을 벗어나, 무협적 코드를 약간 빌려온 동양 판타지 웹툰으로서 ‘월한강천록’을 평가하자면, 가벼운 마음으로 즐길 수 있는 다소 고전적인 재미를 가진 작품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관습을 완전히 벗어난 것과는 별개로 만화는 의외로 무협의 배경이라든지 인물상이라든지 여러 가지 코드를 충실하게 따르고 있는데, 무협에 익숙치 않은 독자들에게는 또 나름대로 신선하게 다가올지도 모르겠습니다. 대체로 오랜 시간에 걸쳐 축적된 한 장르의 전통적 설정이라는 것은 그만큼 안정감이 있기 마련이라, 가벼운 이야기에는 잘 어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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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유소월’을 비롯한 주요 조연들은 정파, 그중에서도 무당파에 속한 무림인들인데, 무당파 라는 배경은 그리 깊이 있게 다뤄지지 않으므로 생략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주인공 유소월은 명문 문파인 무당에서 반쯤 내놓은 제자로, 무공 실력도 형편없고 여자를 끼고 술이나 마시는 한량으로 그려지지만, 이런 종류의 창작물에서 흔히 그렇듯 실력을 숨기고 있는 무서운 고수입니다. 물론 작중에서도 주인공의 실력을 감추는 데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습니다. 그의 진짜 실력은 5화가 채 되기도 전에 금방 드러납니다.

 

 

유소월을 포함해서 세 명, 대사형 ‘문지서’와 속가제자 ‘양소하’는 무림맹(정파 연합 정도로 보시면 되겠습니다)의 요청에 따라 무림맹으로 가게 되는데, 당연히도 구체적인 목표는 잘 드러나지 않습니다. 그들이 무림맹으로 향하는 과정 또한 온갖 자질구레한 말썽과 모험의 연속입니다. 그 안에서 주인공 유소월은 어쩔 수 없이 실력을 드러내기도 하고요. 초반에는 나름대로 최종보스(?)의 냄새를 풍기던 마교라는 친구들도 금방 모습을 드러내는데, 다소 모호했던 줄거리가 금세 정리되며 갈등 구조가 명백하게 드러나는 것은 좋은 선택입니다. 세상을 위협하는 - 물론 숨겨진 속사정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 악의 단체와 이에 맞서는 또 다른 무력 집단, 그 속에서 고군분투하는 주인공이라는 모범적인 구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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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화는 앞서 언급했듯 내용에 잘 어울리고, 대중적인 관점에서 봐도 소위 ‘예쁘장한’ 케이스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드를 빌려왔을 뿐이라지만, 무협적 설정과 세계관의 내용을 이런 그림을 통해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가치가 있는 일일지도 모르겠어요. 특히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는 무협에서 정말로 보기 어려우니까요. 여성 독자들에게 인기가 좋다는 편집부의 코멘트도,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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