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제목처럼 과격한 남성향 19금 웹툰 '죽이고 싶다'

박성원 | 2019-07-19 19:02

먼저 '버쳐보이' 작가에 대해 먼저 간단하게 언급하고 넘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군요. 그의 전작은 '그집, 사정'으로 필자 또한 리뷰를 작성한 바 있고, 한국 성인웹툰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제목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유명한 작품입니다. 2년 여 동안의 기간에 걸쳐 그집, 사정을 완결낸 작가는 올해 5월부터 신작 '죽이고 싶다'를 연재하기 시작했습니다. 전작을 완독하고 제법 공을 들인 리뷰까지 쓴 입장에서 차기작에 대한 평가를 해보자면, 특유의 장점은 살리면서도 훨씬 매끄럽게 다듬어진, 수작의 향기가 느껴지는 그런 작품입니다. 


죽이고 싶다 썸네일


내용은 그리 복잡할 게 없습니다. 주인공 '이시애'는 전작의 주인공이 그랬듯 대단히 공격적인(?) 몸매를 자랑하는 유부녀로, 철없는 한때 성적으로 굉장히 방탕한 청춘을 보냈지만, 이야기가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사회적으로 성공한 남편을 만나 평범한 생활을 지내고 있습니다. 지금의 삶에 만족하는 그녀에게는 불행하게도, 불과 1화만에 그녀의 앞에 과거 그녀의 파트너였던 '박기진'이 나타납니다. 물론 그는 시애와 달리 전혀 바뀌지 않았고, 그녀를 유혹하고 겁박하죠. 시애가 과거의 망령과도 같은 기진으로부터 그녀의 일상을 지켜낼 수 있을지, 그리고 기진이 그녀를 빼앗기 위해 벌이는 사건들이 '죽이고 싶다'의 주된 내용입니다.


죽이고 싶다 주인공과 남편


전작이 그랬던 것처럼 이 작품은 굉장히 자극적입니다. 스토리부터 묘사, 인물들까지 자극적이지 않은 요소를 찾아보기 힘들고 수위도 무척 높습니다. 이것은 적어도 남성향 19금 웹툰판에서는 부인할 수 없는 장점입니다. 자극을 찾아 헤매는 독자들에게 이보다 더 반가운 작품은 없을 테니까요.


죽이고 싶다 오피스룩


그러나 온갖 선정성과 자극적인 소재들이 판치는 19금 웹툰판에서 이 작품이 단연 돋보이는 것은, 그러한 요소들을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개연성과 매력적인 인물들 덕분입니다. 자세한 설명은 무례한 스포일러가 될 뿐이니 생략하겠지만, 이 작품은 막나가는 전개를 박기진이라는 인물을 통해 나름의 개연성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거든요.


죽이고싶다 박기진 등장


기진은 말하자면 성욕과 남성성이라는 개념을 물화(物化)시킨 듯한 인물입니다. 그는 넓은 어깨와 등, 사람이 아닌 듯 살벌한 눈빛, 그리고 비현실적으로 거대한 페니스를 가진 남자이며, 여자를 다루는 데도 능숙합니다. 그런 요소에 끌리는 작중의 여자들에게 있어서는 절대로 거부할 수 없는 존재인 셈이죠. 물론 현실에 이런 남자가 실재할 것이라 생각하기는 어렵지만, 만화 속의 세계에서는 그의 존재를 그럴듯하게 정당화 합니다. 작화나 여성 캐릭터들의 일관된 반응 따위를 통해서요.


죽이고싶다 박기진 단독씬


일단 신화에 나올 것 같은 남자를 현대 도심에 너무 어색하지 않도록 녹여내는 데 성공했으니, 그가 벌이는 과격한 행동과 언어들, 그리고 그에 따른 결과들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죽이고 싶다'가 작품 내적인 개연성을 확보한 비결입니다.


매력적인 캐릭터는 작품 전체를 이끌어 나가는 기진은 말할 것도 없고 주인공인 시애나 주변 인물들 역시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사실 시애는 수동적인 포지션에 그리 신선한 인물상은 아닙니다만, 대단히 빼어난 작화에 힘입어 훌륭한 주인공으로 거듭날 수 있었습니다. 시각 매체인 만화에서 작화가 우수하면 반은 먹고 들어가는 법이니까요.


죽이고싶다 박기진 여친과


전체적으로 보면 장점이나 작품을 풀어나가는 방식은 전작 '그집, 사정'과 유사하지만 여러 가지로 아쉬운 인상을 받았던, 거칠고 불친절한 전개들이 많이 개선됐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작화 또한 다소 거부감마저 줄 수 있었던 질감이나 인체의 묘사를 장점을 살리면서도 나아졌고요. 남성향 19금 웹툰을 즐겨보는 애독자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수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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