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오만한 죽음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에녹:빛나는 나무>
홍초롱
| 2025-02-15 10:00
안녕하세요. 여러분.
웹툰을 즐겨보시나요?
그렇다면, 어떤 장르를 좋아하시나요?
하루에도 신작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웹툰들이 쏟아지는 시대에
이제는 회귀, 환생, 빙의같은 새로운 장르의 개발과 더불어,
본디 주류를 이루던 장르들이 크로스되어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 내기도 하죠.
그렇다보니, 각 장르의 정통성을 가진 작품을 찾는 것이 더 어려워 진 거 같아요.
한 가지 장르의 정통성만을 앞세운다면 자칫 유치하다거나,
시대에 맞지 않고 촌스럽다라는 평을 들을 위험도가 커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시대에!!
아주 우직하게!!
장르의 정통성을 내세운 아주 단비 같은 작품을 소개하려 합니다.
연재 초기였던 작년 6월에 한번 소개가 되긴 했던 작품인데요.
네이버에서 한창 연재 중인 <에녹: 빛나는 나무>입니다.

달빛만이 내려 앉은 밤.
갑옷을 두른 기사들에 둘러싸인 한 여인이 그들에게 심장을 꿰뚫립니다.
그녀는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서서 자신을 공격한 기사들에게 저주를 내립니다.
"영원히... 너희는 그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너희는 영원히...! 안식 없는 시간 속에서...!
고통에 몸부림치며...!!
내가 남기는 저주에 절망할 것이다."
마녀였던 그녀는 그렇게 자신을 에워싼 기사들에게 죽어도 죽지 못 할 저주를 내립니다.

그리고 수백 년이 흐른 지금.
숲에서 낯선 여자와 만난 에녹은 그녀에게서 행복을 비는 저주(?)의 주문을 받게 됩니다.
에녹이 숲에 나무를 하러 올 때마다 가끔 마주치는 그녀는
신비로운 힘을 가지고 있었죠.
그녀는 아니라고 시치미 떼지만,
그녀와 함께 있을때면 나무가 마치 풀 베듯이 쉽게 베어지기 때문이었습니다.
에녹은 그녀가 마녀라고 확신했지만,
그녀는 에녹의 확신을 귀여운 장난 정도로만 치부합니다.
에녹이 그녀를 마녀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세 가지 입니다.
첫째, 나무가 너무 쉽게 베어진다.
둘째, 이방인이면서도 이런 산골에 수상할 정도로 자주 찾아온다.
셋째, 그녀를 만난 날이면 항상 불길한 꿈을 꾼다.

에녹은 외딴 숲 속에서 가족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사는
평범한 소년입니다.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와 다정한 어머니, 자신 곁을 늘 지키는 반려견 콜까지.
에녹은 아버지 대신 일을 하기 시작하면서
살림에 보탬이 되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아이였죠.
숲에서 이방인을 만난 일을 부모님께 얘기하는 에녹.
이미 그녀는 여러 번 에녹과 만났었기 때문에 부모님도 그녀의 존재에 대해 알고 있었습니다.
그녀를 마녀로 의심하는 에녹에게 아버지는
그녀가 에녹의 일을 도와주는 것 같다 말하죠.
에녹은 그건 그것대로 이상하다 말합니다.

그러자, 아버지는 오래전 전쟁터에서 들은 마녀에 관한 이야기를 해줍니다.
마녀들은 불덩이를 비처럼 내리게 하고, 땅을 뒤집는 힘을 가졌다 알려졌습니다.
에녹의 아버지는 그런 자들이 뭣하러 시시하게 굴겠냐 하지만,
에녹은 그녀와의 만남에서 찝찝함을 지울 수 없습니다.
마녀들의 저주는 강력하기 때문에
어떤 저주는 수백 년을 이어 온다는 사실을 떠올리며 말이죠.
그리고 그날 저녁.
에녹은 또 다시 악몽을 꿉니다.

그의 꿈 속에는 늘 갑옷을 입은 기사가 나옵니다.
피로 붉게 물든 대지에 널브러진 시신을 밟고 선 그 기사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에녹에게 다가옵니다.
시신을 가로질러 천천히 에녹에게 다가선 그는
꿈의 마지막 순간에 에녹의 심장을 칼로 꿰뚫습니다.
그리고 에녹은 심장이 꿰뚫리는 고통과 공포에서 깨어나죠.
생생한 고통으로 끝나는 불길한 꿈.
숲에서 이방인을 만난 날이면 에녹은 매번 똑같은 꿈을 꿔왔습니다.
에녹의 비명소리에 콜이 반응해 짖기 시작하자,
에녹은 콜을 데리고 바람을 쐬러 나갑니다.
그리고 선선한 밤바람을 맞으며 자신이 이런 악몽을 꾸는 이유가
그녀 때문인지 아닌지를 생각하죠.

에녹은 오래전 그녀와 마주친 밤.
마녀의 오래 된 저주에 대해 듣습니다
그날도 마찬가지로 낮에 그녈 만난 일로 악몽을 꾸고 잠 못 든 밤이었죠.
마녀에게 저주 받은 자들에 대해 에녹이 궁금해 하자,
그녀는 수백 년 전, 전쟁의 희생양이 된 마녀가
그들에게 저주를 내렸던 일을 말해줍니다.
마녀의 저주를 받은 기사들은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걸 시도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노력은 수포로 돌아가고,
갑옷에 갇힌 기사들은 죽어도 그 저주를 벗어날 수 없었습니다.
영원히 갑옷에 갇힌 기사들은 서서히 미쳐갔고,
끝내 모든 걸 잊고 배회하는 존재가 됩니다.
저주에 미쳐 마주치는 생명들을 살육하며
그러면서도 죽지 못하는 자신들의 고통을 다른 이들에게 분노로 풀어낼 뿐이었습니다.
그 얘기를 끝으로 그녀는 에녹에게 더 이상 저주 얘기는
하지 말자 합니다.
그날과 비슷한 밤의 분위기에 취해있던 에녹은
어쩌면 오늘도 그녈 다시 만날 수 있을까 했지만,
당분간 일이 있어 오지 못한다 했기에 그만 일어서려 합니다.

그때 숲 안 쪽에서 낯선 인영을 발견한 콜이 짖기 시작하고,
이내 에녹도 그를 발견합니다.
당분간 오지 못한다 했던 이방인이 자신을 찾아 왔나 생각했지만,
에녹도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습니다.
그 인영은 이방인이 아니란 것을.
어두운 숲에서 에녹을 향해 한 발 한 발 다가서던 그가
이윽고, 달빛 아래 완전한 모습을 드러냈을 때,
에녹은 그 자리에서 굳어버립니다.

피에 젖은 발자국,
피와 세월로 녹슨 갑옷을 몸에 두른,
그는 수백 년 전 마녀의 저주로 죽고 싶어도 죽을 수 없는 갑옷의 기사였죠.
생명체를 보자마자 칼을 휘두르는 그에게서
콜을 구해낸 에녹은 위험을 감지하고 도망칩니다.
그를 피해 한참을 달린 에녹은 뒤늦게 알게 됩니다.
그가 저를 쫓아 온다는 것을.
그제야 너른 언덕에 자리한 자신의 집과
아무 것도 모른 채 자고있을 부모님이 생각난 에녹은
어떻게든 그를 막으려 합니다.

하지만 기사가 제대로 검을 든 자세를 취했을 때,
에녹은 깨닫게 됩니다.
'나는 저 칼에 죽는다'
생각이 미친 에녹은 죽을 힘을 다해
부모님께 도망치라 소리 친 뒤,
정작 자신은 도망치지 않고 기사에게 달려듭니다.
그러나 당연하게도,
그를 저지할 수 없었죠.
에녹은 기사의 공격에 정신을 잃고
드문드문 조각난 기억을 가지고 깨어납니다.

정신을 차린 에녹의 가슴에는 저주 받은 기사들의
그것과 같은 흉갑이 씌워져 있었습니다.
정신을 차린 에녹이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집 밖으로 나가자,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어린 마녀와 가슴에 칼이 꽂힌 또 다른 기사였습니다.
자신이 지키고자 했던 가족들은 이미 죽은 후였고,
그들은 콜이 흉갑을 물고 있었기에, 그걸 에녹에게 씌워 살렸다 말했죠.
에녹도 이제 죽고 싶어도 죽지 못하는 저주에 빠진 것입니다.
결코 벗을 수 없는 흉갑을 차게 된 에녹은
그들의 설명에 단 하나만을 마음에 품습니다.
바로 가족의 복수입니다.

정통 판타지라 소개한 이 작품은 보신 바와 같이,
어둡고 어딘가 눅눅한 분위기가 물씬 풍깁니다.
아마도 낮은 채도의 색감때문에 더 그런 느낌이기도 합니다.
중세시대의 갑옷과 검을 쓰는 움직임에 대한 묘사는 물론
이후 등장할 마녀와 죽음의 신에 대한 설정 또한 새롭습니다.
어쩌면 무겁고 살짝 어두운 이야기라 느껴지겠지만,
그만큼 매력적이고 한번쯤 집중해서 보시기에 좋을 작품이라 생각합니다.
후반부로 한창 달려가고 있는 작품이니 시간 내서 몰아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네이버에서 연재 중인 <에녹:빛나는 나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