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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원이 가장 '판타지'라는 브랜드 웹툰 - <남산선녀전>
조경숙
| 2019-10-04 14:39
웹툰이 주요 포털에 인기리에 연재되면서, 기업 브랜드를 이야기에 녹여 광고하는 일명 '브랜드 웹툰'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 웹툰 가운데에는 제품 홍보에 포커스를 맞춘 만화도 있지만, 광고에 충실하면서도 나름의 작품성을 지닌 웹툰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브랜드 웹툰이라 해도 아예 별도의 작품을 창작하기보다, 본래 작가들이 연재하던 웹툰의 세계관, 캐릭터, 설정에 기대어 기존 웹툰에서 새로운 에피소드가 파생되는 듯한 브랜드 웹툰이 강세를 보인다.
돌배 작가의 <남산선녀전>도 이러한 브랜드 웹툰 중 하나다. <남산선녀전>은 서울특별시의회를 홍보하는 만화로, 돌배 작가의 전작인 <계룡선녀전>의 세계관을 빌리고 있다. <계룡선녀전>의 주인공이 계룡산 선녀 '선옥남'이었다면, 이 만화의 주인공은 남산의 선녀 녹존성이다. 녹존성에게는 특별한 힘이 있는데, 그림을 그리면 그 그림에 생명력이 깃든다는 것이다. 그런데 하필 불새 주조의 그림을 도둑맞아, 녹존성은 자신의 그림이 나쁜 이의 손에 들어가 악용될까 걱정하며 서울 전역을 날아다닌다. 그림의 행방을 찾는 녹존성을 돕는 건, 서울시의원 이온달이다.
돌배 작가의 웹툰 <계룡선녀전> 표지 (출처: 네이버 웹툰)
‘온달’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다시피 시의원 온달은 심성이 착하고 맑아 다른 이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려는 청년이다. 온달은 어린 시절 가난한 자신에게 귀 기울여주셨던 선생님처럼 자신도 그런 사람이 되리라 다짐한다. 그래서 온달이 선택한 건 바로 '시의원'이다. 온달은 시의원으로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듣고 이해관계를 조율하며 시의 행정에 관여한다.
녹존성은 온달에게 잃어버린 그림 족자를 함께 찾아달라 부탁하는데, 이미 주조는 힘을 발휘하여 보육원 하나를 어마어마한 불길로 감싸고 있다. 불에 휩싸인 보육원은 토지 반환 소송으로 인해 쫓겨날 위기에 놓여있던 곳으로, 쫓겨날 걱정에 괴로워하던 보육원 원장 희순이 그림 족자 속의 주조를 불러낸 것이다. 불타는 보육원에 다가가 괴로워하는 희순의 이야기를 들은 온달은 마치 도덕책 같은 대사를 한다. ‘왜 도움을 청하지 않았죠? (...) 저는 관심 있어요!’ 온달은 희순에게 자신과 함께 보육원 문제를 논의하라며 다가선다.
웹툰 <남산선녀전> 7화 중 (출처: 네이버 웹툰)
만화는 이로써 해피엔딩이 될까. <남산선녀전>이 서울특별시의회 브랜드 웹툰이긴 하지만, 사실 온달이 너무 쉽게 희수의 손을 잡는 이 대목에서는 도대체 시의회의 브랜드가 무엇인지, 이 웹툰이 홍보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브랜딩이 중요하다는 건 누구나 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근거 없이 좋기만 한 가치를 내세워야만 '브랜딩'인 건 아니다. 이 웹툰을 통해 서울특별시의회가 선택한 정체성, 모든 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주고 착한 마음씨를 지닌 이 청년 시의원은 (아무리 웹툰이라하더라도) 지나치게 허구적이다. '여러 사람들의 말에 귀 기울여주고 싶었다'는 온달은 '귀 기울이기 위해' 동사무소에서 직접 주민을 상대하는 공무원이나, 혹은 마음을 치료하는 심리치료사, 아니면 각 분야의 사회적 약자를 위해 싸우는 시민사회단체 활동가가 아니라 구태여 '시의원'을 선택했는가. 그 동기와 결과(시의원)의 연관성이 뚜렷하지 않은 것이 이 만화가 지닌 가장 큰 결점이다. 온달에게는 시의원으로서의 정치적 권력, 시의원이 수행할 수 있는 행정적 능력, 정치적 성향 등이 모두 배제되어 있다. 이 헐렁한 설정 때문에 온달은 이 만화에서 시의원이 해야 하는 의정활동, 즉 정치활동이 아니라 기껏해야 봉사활동 정도의 역할만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남산선녀전>을 그린 돌배 작가의 문제인 건 아니다. 그보다 더 문제적인 건 정치나 행정을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고도 시의회를 이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한 서울특별시의회의 안일한 판단이다. 만약 브랜드 웹툰으로서, 웹툰을 중개하여 서울특별시의회를 홍보하려 했다면, 서울특별시의회 소속 시의원이 해결한 구체적인 행정 사례를 웹툰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더 나았을 것이다. 그리고 판타지적인 요소를 통해서가 아니라, 시의원을 만나 호소하려 할 때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만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알려주는 게 훨씬 더 좋은 '브랜드 웹툰'이지 않았을까.
<남산선녀전>의 설정은 만화로서 훌륭하고 재미있지만, <남산선녀전>을 통해 남은 서울특별시의회의 브랜드는 오히려 '판타지'가 되었다. 나는 무엇보다도 <남산선녀전>에 달린 한 댓글에 오래도록 시선이 갔다. 댓글은 이렇게 써 있었다. "좋은 뜻으로 만든 웹툰이란건 알지만 현재 사회취약계층으로 살고 있는 제가 보면 그냥 좀 기만적이라는 생각이 드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