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칼럼] 웹툰의 장르/소재 이야기: 가상 현실 게임 판타지
가상 현실 게임 판타지는 한국 장르 소설에서 한 시대를 풍미한 인가 장르로서 먼 미래 혹은 근미래를 배경으로 하여 보통 캡슐 혹은 고글 형태의 기계를 통해 게임 속 가상 현실 세계에 접속해 모험을 하는 것을 말한다.
1999년에 출간된 옥스타칼니스의 아이들이 뇌파로 진행하는 체감형 가상현실 MMORPG 요소를 넣음으로서 가상 현실 게임 소재가 첫 선을 보이고, 이후 손희준 작가/김윤경 작가의 만화 ‘유레카’가 가상 현실 게임 판타지의 기원이 되었다가, 거기에 영향을 받은 김현오 작가의 ‘더 월드’를 통해서 한국 게임 판타지 소설이 정립됐다. (일본의 가상 현실 게임 판타지물인 ‘닷핵’이 원조 아니냐고 묻는 사람이 있을 텐데 나온 시기는 유레카가 더 빠르다)
흔히 줄여서 ‘겜판소’라 부르는 게임 판타지 소설은 십 수 년 전에 한참 잘나가서 관련 작품이 무수히 많이 나왔기 때문에, 이제는 그 소재로 더 이상 나올 게 없을 정도이며 유행도 한참 지난 상황이다. (필자도 게임 소설이 한창 유행할 때 판타지 삼국지, 판타지 마왕 소재로 게임 소설을 출간한 바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닷핵으로부터 한참 뒤에서야 ‘소드 아트 온라인’과 ‘엑셀월드’, ‘오버로드’ 등의 히트작이 나오면서 가상 현실 게임 판타지 장르가 다시 주목받기 시작했고, 한국 웹툰 쪽에서도 해당 장르의 작품이 몇 개 보인다.
대표적으로 네이버 웹툰 중 성상영 작가/상아 작가의 ‘더 게이머’를 예로 들 수 있다. 성상영 작가는 전문 만화 스토리 작가가 아니라 기성 장르 소설 작가로서 게임 판타지 소설을 다수 출간한 바 있다.
더 게이머는 게임 판타지 소설의 전형을 따르고 있어서 장점뿐만이 아니라 단점까지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그래서 리즈 시절 요일 연재 랭킹에 항상 상위권에 있다가, 게임 판타지 소설식 스토리 라인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중위권으로 내려갔다.
근데 사실 중요한 건 더 게이머의 국내 인기 랭킹이 아니다.
중요한 건 더 게이머를 통해 선보인 한국식 가상 현실 게임 판타지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점이다.
더 게이머가 게임 판타지 소설을 기준으로 보면, 시대의 흐름에 따라 바뀌어 가는 게임 판타지 소설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해서 옛날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어 좋게 말하면 클래식하고. 나쁘게 말하면 식상한데도 불구하고 해외에서 통하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확실히 해외에서는 일본을 제외하면 가상 현실 게임 판타지 장르가 히트친 적이 없고, 아예 해당 장르의 작품이 보기 드문 것이니 현지 독자들에게는 새롭게 다가갔을 것이다.
한국식 가상 현실 게임 판타지는, 과거 장르 소설의 양대 산맥인 판타지와 무협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다.
클래스(직업), 서클별 마법, 소드 마스터, 드래곤, 엘프, 드워프, 오크, 드래곤 등 판타지 설정에 무공, 문파 등 무협 설정이 믹스되어 있다.
기본 전개는 온라인 게임 스타일을 따르고 있어, 캐릭터 생성 후 퀘스트를 수행하거나 전투를 하면서 레벨/능력치/스킬(기술)을 올려 강해진 뒤 특정한 조건이 측정되었을 때 새로운 클래스로 전직하면서 다양한 퀘스트(임무)를 수행해 모험/활극을 이어 나간다.
기존의 한국식 판타지/무협을 믹스했기 때문에 나라별 독자 간의 정서 차이가 있을 법도 하지만, 그 두 가지 장르가 온라인 게임 기반의 가상 현실 게임과 궁합이 잘 맞아 떨어져 주인공이 수련/모험을 통해 강해져 임무를 수행하는 심플한 내용으로 귀결되기 때문에 게임을 좋아하는 해외 독자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다.
나라와 정서가 달라도 ‘게임’을 통해 이어진 것이고, 그게 이 가상 현실 게임 판타지물이 가진 최대 강점인 것 같다.
판타지물이라고 해서 환상 세계에서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가상 현실 게임 판타지라서 현실과 게임을 오가면서 인물과 이야기 자체를 확장해 나가는 것 역시 매력 포인트다.
게임을 하면서 게임 속 캐릭터만 강해지는 게 아니라 게임을 하는 주인공 자체가 성장을 하고, 현실에서 처한 문제를 해결함으로서 독자에게 카타르시스를 선사하는 것은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게임 판타지물은 한국에서 나온 지 오래된 만큼 많은 문제점과 한계를 안고 있지만 그러한 것들은 장르 소설의 관점에서 논할 문제고, 웹툰의 관점에서 보자면 웹툰 독자와 소설 독자층이 달라서 이 장르가 신선하게 다가가니 연구해 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