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립니다, <하루의 하루>

하지만 실상은 상상과 다른 법. 네이버 웹툰 <하루의 하루>의 주인공 오하루는 사람들의 속마음이 들린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누나가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중. 하루가 아주 어렸을 적부터 함께했던 누나는 친동생 같은 사이라고 정정해 버린다. 남자로는 아니라는 거지. 짐작하지 못했던 건 아니지만, 듣고 싶지 않은 말들을 누나의 목소리로 들으니 마음 한 켠이 아려온다.

하루는 중학생 때부터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게 되었다. 좋은지, 나쁜지 판단하기 어려운 능력은 기척 없이 찾아왔다. 사고가 난 것도 아니었다. 인터넷에 괴담처럼 떠도는 이상한 주문을 외운 것도 아니었다. 그냥 해가지고 달이 뜨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하루를 찾아온 것. 갑자기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게 된 하루는 방법을 찾기위해서 엄마한테 말을 해보았지만, 자신이 잘 못 키워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것은 아닌가 싶은 엄마의 걱정에 입을 다물고 말아버린다. 그렇게 모든 이들의 감추고 싶은 이야기를 들었던 하루 앞에 신기한 사람이 나타난다. 속마음이 들리지 않는 이 여자아이는 하루다. 같은 강의를 듣는 도하루.

도하루는 섬세한 사람일 지도 모르겠다.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소한 일들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지 오하루는몰랐던 것들을 알려준다. 맛있기로 유명한 커피 자판기, 음악 동아리 아이들이 나와 연습을 하는 분위기 좋은 캠퍼스 내의 자리. 내가 아닌 사람을 만난다는 일은 신기할 만큼 새롭게 다가온다. 같은 것을 보아도 저마다 새로운 감상을 내놓으니까.

점점 도하루가 궁금해지는 오하루. 가까이 다가가기 위해 용기를 내지만 갑자기 도하루가 브레이크를 걸어버린다. 둘이 잘만 붙어 다니면서 갑자기 왜 그러는 걸까. 평소 자신의 점을 봐주던 누나에게이 마음을 털어놓지만, 누나는 너무 무겁게만 받아들이지 말라고 조언을 해주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던 오하루의 앞에 새로운 장애물이 나타난다. 같이 붙어 다니던 동기에게 도하루의 이야기를 하지만 예상치도 못한 이야기가 들리는데. 작년에 사고로 죽었다니. 그래서 속마음이 들리지 않았던걸까? 오하루는 자신이 모르는 도하루의 행적을 찾기 위해 애를 쓴다. 수학 영재로 유명했다는 것. 같은 학교에 다니던 학생이었다는 것. 그리고 사고를 당했다는 것. 모든 정보는 단편적이었다. 물론 그런 일이 있었다고 해서 둘의 관계에서 있었던 추억이 나쁜 기억이 되지는 않을 터. 하지만 오하루에게있어서 귀신이란 너무나 무서운 존재였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티 나게 피해버리고 말았다.

하루는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래도 우리 친해지고 있었는데. 잘 지내고 있었는데. 추억을 되돌려보는 하루. 다른 사람들 앞에서 차가워지던 도하루의 행동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자신이 죽었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는지 자신이 보이지 않는 다른 사람들 앞에서 오하루가 오해받지 않도록 도와주려던 것. 고마움이 갑자기 밀려오면서 미안함까지 덤으로 얹어진다. 학교로 뛰어 돌아가 혼자 돌아다니는 쓸쓸한 영혼 앞을 가로막는다. 그리고 자신의 집에서 함께 지내자고 제안하는데.

귀신이건, 영혼이건 간에 음식을 먹을 수는 없다. 하지만 평소의 기억이 남았을 테니 맛있는 음식에 대한 갈망이 드는 일은 자연스러울 것이다. 그런 도하루를 위해서 오하루는 한 명만을 위한 먹방을 해준다. 원하는 음식을 사 와 원하는 대로 먹어주는 것이 상대를 위해서 해줄 수 있는 작고 사소한 배려인 셈이다. 평소 자취를 해서 아무렇게나 때우던 오하루는 도하루를 위해서라도 든든히 챙겨 먹기 시작한다.

아마 독자들은 도하루와 오하루의 로맨스가 시작되리라 짐작했을 거다. 하지만 이야기가 조금 더 복잡하게 흘러간다. 이야기 초반, 오하루가 짝사랑을 하던 누나가 남자친구의 바람을 목격하고 헤어졌던 거든. 누나는 상처에 취해 술에 찌드는 삶을 살 게 되는데. 반복되는 이별 이야기에 친구들이 지쳐 하나둘씩 떠나간 탓일까. 늘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누나를 도와주는 이는 오하루 뿐. 어쩌면 이게 자신에게 처음으로 오는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하니 심장이 두근거린다.

오하루에게는 기회겠지. 도하루에게는 아니었다. 누나를 챙기겠다고 말도 제대로 남기지 않고 집 밖으로 나서는 뒷모습을 바라만 보아야 했다. 주인 기다리는 강아지도 아니고. 먹지도 못하는 치킨을 앞에다 두고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는데. 정신없이 누나를 챙기기 위해 나갔던 오하루는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집으로 돌아온다. 따끈한 상태였던 치킨은 이미 식어버려 튀김옷이 눅눅해졌고. 도하루 역시 기다리다가 지쳐서 잠에 빠져버렸다. 제대로 잠도 못하고 침대에 기대어 새우잠을 자는 모습을 보니 미안한 마음이 든다. 둘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마음. 이 마음은 대체 어디에 정착할까.

꽤 긴 시간 동안 자신이 다른 사람들의 속마음을 듣는다는 사실을 고백하지 못하던 오하루. 자신과 다르면서도 비슷한 처지의 도하루를 돕기 위해 어쩌다 죽음을 맞이하게 되었는지 사연을 찾아주기 위해 애쓴다. 도하루는 자신이 왜 죽었는지를 기억하지 못하거든. 그 과정에서 도하루는 오하루의 상처를 매만져준다. 아무한테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안고 사느라 힘들었겠다고. 오하루는 자신이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눈물이 울컥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그렇지 않았다는 걸 느낀다. 너무 바쁘게 살다 보면 자신의 마음이 다쳐갔는지도 모르는법이다. 하루와 하루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새로운 하루를 보내게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