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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건너는 방법 - 별을 건너기 위해서는

박성원 | 2016-08-01 09:30

 

 

이계진입물을 쓰겠다고 마음을 먹었을 때 작가들이 처음으로 마주하는 고민은 “어떤 방식으로 이계에 갈 것인가”입니다. 고전적인 방식대로 교통사고를 당할 수도 있고, 수상한 동전을 주웠더니 하늘에서 빛이 쏟아져 내릴 수도 있으며, 강력한 태풍에 휘말려 허공으로 날아갔더니 이계에서 눈을 뜰 수도 있습니다. 이도저도 아니다 싶으면 그냥 자고 일어났더니 이계라는 단순한 방식도 괜찮습니다.

 

물론 어떤 사건을 계기로 이계에 갈 것인가는 표면적인 설정일 뿐, 진짜 중요한 건 주인공이 완전히 새로운 세계로 가게 된 ‘원인’일 것입니다. 그냥 현대인이 판타지나 무협 세계에서 깽판 치는 모습을 보고 싶었으니까, 다시 말해 별다른 이유가 없었을 수도 있고, 주인공은 평범한 현대인 같지만 이계 출신이었을 수도 있으며, 저쪽 세상에서 알 수 없는 목적으로 소환했을 수도 있습니다. 가장 생각 없는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게 재밌을 것 같아서’를 제외하면, 대체로 그런 원인이 이계진입이라는 오랜 장르를 수용한 창작물의 방향성을 결정짓기 마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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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을 건너는 방법’은 이계진입 장르의 웹툰입니다. 주인공 ‘한아라’는 18살의 평범한 여학생입니다. 하굣길에 대뜸 홀로그램처럼 조각조각 나뉘어 전혀 다른 세상에서 눈을 뜨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참고로 18살은 그녀의 엄밀한 생물학적 나이인데, 새로운 세상의 인간들은 지구로 따지면 코카시안 인종들밖에 보이지 않아서 12살로 오해받기 일쑤입니다.

 

아라 입장에서는 대뜸 이세계, 그것도 눈을 뜬 곳이 정체모를 연기 같은 괴물이 돌아다니고, 군인과 수상한 실험자들이 득실대는 일종의 ‘탑’ 속이라는 것은 정말로 황당하기 그지없는 현상이지만, 독자들이 볼 때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계진입물의 주인공답게 타의로 신세계에 발을 들이자마자 위기에 처한 아라는 또 18세의 풋풋한 소녀라는 특징에 어울리게 탑을 뒤지고 있던 잘 생긴 청년 ‘리오’에게 구해지고, 탑 밖으로 나와 본격적인 모험이 시작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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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초반 설명 정도가 끝난 판타지 웹툰의 줄거리를 늘어놓는 것은 별다른 의미가 없으니, 이 작품의 특징과 장점을 몇 가지 언급하도록 하지요. 지구보다 명백히 더 험난한 이계에 진입한 현대의 주인공들은 빠르든 느리든 바뀐 세상에 걸맞은 능력을 얻게 되기 마련인데, ‘별을 건너는 방법’의 주인공인 아라도 예외는 아닙니다. 그러나 아라를 둘러싼 환경은 비록 그녀가 확실하게 ‘체감’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대단히 적대적입니다.

 

아라는 무서운 잠재력을 가진 것으로 짐작되고, 바로 그 힘 때문에 지구에서 불려왔지만, 그녀에게는 특별한 기억도 능력을 컨트롤할 수 있는 지식도 없습니다. 무력無力에 무지無知가 더해진 상태랄까요. 그나마 ‘현지인’으로서 영웅으로 거듭나는 그런 주인공이었다면 최소한의 기반이나 일반 상식은 있었겠지만, 현대 한국에서도 독립할 능력이 없는 아라가 어떠한 예고도 없이 중근세의 판타지 세계로 떨어졌으니 그 어려움은 쉽게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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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처음 만난 - 잘생긴 청년 - 리오가 아라를 보호하고, 그녀를 집으로 돌려보내 줄 것이라고 얘기하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그를 전적으로 신뢰하는 독자는 없을 것입니다. 심지어는 작중에서 만난 어린 꼬마도 아라와 리오의 관계를 접하고 의심할 정도니까요.

 

아라는 무력하고 무지하지만 불행하게도 그녀가 ‘잊고’ 있는 힘 탓에 세계의 야심가들의 표적이 되고 있습니다. 이중에는 상당히 터프하고, 극단적이며, 냉혈한들도 여럿 포함되어 있어서 벌써 옆구리에 칼침을 맞지 않나, 납치될 위기에 처하고 그대로 끌려가면 ‘피실험체’가 될 운명에 처하고 맙니다.

 

아라는 새로운 곳에 와서 처음 만난 ‘리오’에게 전적으로 의존하지만, 이것은 일종의 관성이나 상대적인 익숙함, 사탕발림, 그리고 잘생긴 외모에 기인한 것일 뿐 과연 그가 믿을만한 보호자인지는 누구도 확신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그가 동행하는 동안 보여준 말과 행동으로 짐작하건대 아라를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이용하려는 또 다른 늑대일 가능성이 훨씬 높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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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의를 가장한, 그러나 목적을 알 수 없는 ‘리오’와 아라는 일단 길을 떠나지만 아라는 무력하고, 다양한 압박은 이 소녀를 조여오고 있습니다. 아라도 바보 천치는 아니어서 조금이라도 상황의 주도권을 쥐고 싶지만 환경이 너무 가혹해서 평범한 18살 소녀에게는 어려운 일입니다. 그녀에게 내재되어 있는 힘이 깨어나거나 극적인 변화, 혹은 충격을 맞이하지 않으면 계속 끌려갈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이야기의 방향을 (좋은 의미에서)예측할 수 없고, 일단은 밝아 보이는 분위기 또한 급반전 될 징조가 농후합니다.

 

긴 분량의 판타지 웹툰으로서는 아주 모범적인 전개라고 평가할 수 있겠습니다.

 

한편 이계진입물로서의 특징들 외에 만화로서의 기술적인 훌륭함 - 이를 테면 전개의 완급조절이나 캐릭터의 표현 등은 어려울 것도 없이 단 5회 정도만을 감상하면 누구나 긍정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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