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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피리어 스파이더맨

김봉석 | 2016-09-11 14:46

슈피리어 스파이더맨

지난여름 개봉했던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에서 제일 기대했던 것은 스파이더맨이었다. 샘 레이미가 <스파이더맨> 3부작을 만들었고, 다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 3부작으로 예정되었지만 결국 2편으로 끝나버렸다. 청춘물로서 스파이더맨을 그려보겠다는 마크 웹 감독의 야심은 좌초했다. 1편은 그런대로 흥미로웠고, 앤드류 가필드가 연기하는 피터 파커는 캐릭터에 잘 맞았다. 그러나 2편에서는 도대체 종잡을 수 없는 영화가 되었다. 부모님의 흔적을 찾아 뒤를 따르고 싶었던 것인지, 그린 고블린과의 숙명적인 대립을 예고하는 것인지, 시니스터 식스의 세계로 확장되고 싶은 것인지 중구난방이었다. 게다가 중심 빌런인 일렉트로의 존재가 너무 희미했다.


슈피리어 스파이더맨

(좌)캡틴아메리카:시빌워 포스터 | (중앙)어메이징 스파이더맨 | (우)어메이징 스파이더맨2


3편 마지막에는 시니스터 식스를 예고하는 듯한 장면이 들어갔다. 소니가 원한 것도 ‘확장’이었다. 하지만 애초에 스파이더맨의 세계는 그리 거대하지가 않았다. 어벤져스는 물론 판타스틱 포에 들어가기도 하는 스파이더맨의 비중은 마블 유니버스에서 너무나 거대하지만 다른 캐릭터를 쓸 수 없는 상황에서는 불가능했다. 설사 3편을 만들고, 시니스터 식스가 등장해도 크게 변할 것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소니와 마블의 협상 이야기가 나왔다. 그리고 계약이 성사되어 마침내 <시빌 워>의 영화화가 가능해졌다. 원작과는 다른 이야기로 진행됐고, 스케일이 현저하게 축소된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이지만 하나는 분명했다. 스파이더맨이 나온다는 것.

<캡틴 아메리카:시빌 워>에서 스파이더맨이 나오는 장면들은 만족스러웠다. 다시 고등학생으로 돌아갔고, 끊임없이 말을 하는 떠버리 캐릭터가 잘 어울렸다. 토비 맥과이어의 스파이더맨은 조금 심각했고, 앤드류 가필드는 많이 나아졌지만 그래도 우울해보였다. 톰 홀랜드의 스파이더맨은 더욱 더 쾌활해졌다. 코믹스의 스파이더맨은 불행과 상실의 상징이라 할 정도로 이별과 갖가지 슬픔을 겪게 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말을 많이 한다. 빌런과 싸울 때에도 온갖 말들을 내던지고, 누구를 만나도 대화를 잘 한다. 영화에서 토니 스타크를 처음 만났을 때도 그렇고, 심지어 적대하는 편에 서 있는 캡틴 아메리카에게도 팬이라고 말을 던진다. 썩 어울린다.

영화로 만들어지는 <스파이더맨:홈커밍>은 고등학생인 피터 파커가 나오고, 빌런은 벌처가 될 것이라고 한다. 무엇보다 관심이 가는 지점은 아이언맨이 영화에 나온다는 것이다. 즉 스파이더맨의 캐릭터가 마블 영화에 나오는 것만이 아니라 마블의 캐릭터들이 스파이더맨 영화에 출연하게 된 것이다. 소니에서 제작비를 내면 마블이 제작하고 소니에서 수익을 가져가는 계약이 되었기에 가능해진 것이다. 즉 스파이더맨 영화에 다른 마블의 캐릭터들이 계속 등장할 수 있는 것이고,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거대한 세계에서 스파이더맨 영화들이 하나의 역할을 담당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아직 엑스맨과 판타스픽 포, 데드풀이 폭스에 있기 때문에 그들과는 함께 할 수 없겠지만, 일단 한 걸음은 나아갔다.


슈피리어 스파이더맨

슈피리어 스파이더맨


그런 점에서 더욱 다양한 스파이더맨이 앞으로 가능해지지 않을까? 캐릭터는 댄 슬롯이 쓰고, 라이언 스테그먼 등이 그린 <슈피리어 스파이더맨>은 어떨까? <슈피리어 스파이더맨>의 상황은 지극히 심각하다. 닥터 옥토퍼스인 오토 옥타비우스가 스파이더맨이 된 것이다. 코믹스를 보지 못하고 외국 언론에서 뉴스를 처음 보았을 때는, 스파이더맨이 죽거나 문제가 생겨 대신 마스크를 쓴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피터 파커의 몸 안에 옥타비우스가 들어간 것이다. 다행히도 피터 파커는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몸 안 어딘가에 활성화되지 못한 채 존재한다. 외부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지만, 옥타비우스가 대신 행세하는 스파이더맨의 모든 행적을 지켜보고 옆에서 떠버린다. 아무도 듣지는 못한다. 그래도 떠든다.

<슈피리어 스파이더맨>은 빌런인 옥타비우스가 슈퍼히어로로 행세하면서 겪는 일들을 그린다. 과연 빌런과 슈퍼히어로의 차이는 근본적인 것일까? 옥타비우스는 사람들을 구하고 좋은 일을 하면서 느끼는 쾌감을 알게 된다. 자신의 발명품을 이용하여 아이들을 구해준다. 천재적인 두뇌를 이용하여 도시 전체에 사건을 감지하는 로봇을 내보내고 효율적으로 시간을 사용하기도 한다. 일과 연애와 가족 사이에서 어느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여 지인들에게 욕을 먹고, 결국 고뇌와 절망에 빠져들었던 피터 파커와 달리 옥타비우스는 모든 것을 척척해낸다. 연애도 성공하고, 숙모에게도 시간을 내서 돌볼 수가 있다. 물론 근본적인 문제는 있다. 다른 빌런을 죽여 버린다거나, 진짜 목적은 따로 있는 등등.

<슈피리어 스파이더맨>은 언젠가 영상화될 수 있을까? 쉽지는 않을 것 같다. 피터 파커와 오토 옥타비우스의 심리와 행동을 비교하며 만화를 보는 재미는 쏠쏠하지만, 그것을 영화로 만들면 과연 흥미로울까, 의심이 간다. 아마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는 쉽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코믹스로는 기존의 스파이더맨과는 또 다른 재미를 주기에 대단히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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