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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월 - 암행어사를 꿈꿨으나...

경리단 | 2016-06-21 04:13

 

 

여러 창작물을 접하다 보면, 적다고 할 수 없는 빈도로 다양한 이유로 조기종결을 맞은 경우를 접할 수 있다. 작품 외적인 이유에서부터 작가 개인의 사정, 작품 내적인 한계에 이르기까지 원인은 다양하다. 조기종결은 단순히 분량이 짧다는 의미가 아니라 본래 작가가 의도했거나 아니면 최소한의 완성도를 갖추는 데 필요한 내용을 완성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네이버 웹툰 ‘반월’ 도 그런 작품인 것 같다. 처음 작품을 접했을 때는 예상치 못했던 부분이다. 20화 남짓한 횟수의 완결 웹툰은 분명 많은 분량은 아니었지만 동시에 하나의 이야기를 완성하는데 충분한 분량이기도 하다. 워낙 인지도가 없는 작품이고 작가들에 대한 정보도 찾을 길이 없어 구체적인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반월’ 은 아주 전형적인 그리고 참담한 조기종결을 맞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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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색엔진에서 뒤져본 결과 이 만화는 기획 작품으로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 지역홍보를 위해 의뢰하여 제작된 것 같은데, 사실 이런 작품들이 허술하게 마무리를 맺는 것은 흔한 현상이나 특히 심한 수준이고 마지막회의 댓글에서 글-그림 작가 사이의 갈등이 있었던 게 아닌가 짐작된다.

 

작품의 배경은 조선 말 국가의 혼란이 극에 달한 시기로 탐관오리들이 판을 치고 백성들이 굶주리고 있다. 주인공은 두 명으로 각각 몰락양반인 ‘란’ 과 여장남자(남장여자?)인 ‘아랑’ 이다. 이 둘은 정처 없이 조선을 떠돌며 인연을 쌓고 밥을 빌어먹으며 가끔씩 불미스러운 사건을 해결하는 것 같다. 전형적인 떠돌이의 삶을 살고 있는 셈인데 그 이상의 설명은 작품에서 밝혀진 것이 없어 어렵다.

 

작품이 완결되기 불과 몇 화 전에 뜬금없이 ‘김삿갓’ 의 일생에서 소재를 얻어 창작했으며,또 말미에 주인공 ‘란’ 의 가문이 반란을 일으킨 농민들에 의해 멸족당하는 과거를 보여준 바, 아마 작가(들)은 부패한 기득권층을 쓸어내려는 반란세력에 동조하는 주인공들의 일대기를 그려내고자 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네이버 웹툰 소개에도 비슷한 의미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다만 기획 웹툰의 특성상 분량의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을 텐데 애초부터 구상 자체가 무리가 아니었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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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기획 웹툰이 아니라 순수한 창작 웹툰으로서 최소한 50화 정도의 분량으로 참담한 시대상을 헤쳐가는 두 주인공을 그려냈으면 훨씬 매력적인 작품이 되었을 듯하다.

 

작품을 처음 봤을 때 가장 눈에 밟히는 것은 기이한 인물 묘사인데, 이마와 두개골이 극도로 과장되어 언뜻 외계인을 연상케 하며 인물 간의 차이도 모호해서 상당수 독자들은 주인공들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다. 분명 대중에게 인기 있을 법한 그림체는 아니되 또 묘하게 이 만화에 잘 어울리는 그림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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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란스러운 시대상을 반영하는 듯 차갑고 서늘한 배경묘사와 그림, 그와 대비되는 넉살스럽고 능글맞은 인물들의 대사, 절망적인 현실 속에서도 유머를 잃지 않는 란과 아랑이라는 두 방랑자까지, 짧은 내용 속에서 작가가 보여준 역량과 센스를 감안하면 분명히 아쉬운 일이다. 이런 작가들이 앞서 설명한, 기존의 기획안을 우직하게 밀고 나갔다면 멋진 작품이 탄생했을 것 같다.

만화를 그리는 데 있어 현실의 벽이 얼마나 높고 무거운지를 보여주는 케이스가 아닌가 싶다. 그림, 글 작가의 차기작도 전혀 찾을 수 없는바 더 큰 아쉬움이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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