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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차이나드레스 - 치파오 미소녀가 싸우는 이야기

경리단 | 2016-09-15 13:16

 

 

 

‘드래곤볼’ 을 대략 중반까지 보다가 그만뒀던 것 같다. 이유는 구체적으로 기억나지 않지만 그 옛날의 일을 짐작해 보면 이런 이유가 아닐까 한다. 손오공이 수련하고 강해지고 (성가시기 짝이 없는)7개의 구슬을 모으는 것도 재미가 있었지만 중, 후반으로 갈수록 지나치게 커지는 스케일과, 끝을 모르고 늘어나는 주인공과 여러 인물들의 ‘강함’ 의 수준에 질려버렸던 것 같다. 

 

기술적으로는 ‘파워 인플레이션’ 이라고 해서, 인물들의 능력과 강함이 지나치게 높아지면서 작품의 현실성이나 기존의 설정이 붕괴하고, 극소수의 인물들 외에 다른 주조연이 낙오하는 현상이 있다.(사실 경제학의 용어를 차용한다면, 이런 경우 ‘파워 인플레이션’ 이 아니라 ‘파워 초(超)인플레이션’ 이라고 불러야겠지만) 드래곤볼은 ‘파워 인플레’ 의 딜레마를 상당히 잘 극복한 작품이라고 알고 있지만, 엄청난 장기연재와 소년만화라는 한계를 완전히 벗어날 수는 없었던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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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 차이나 드레스’ 도 비슷한 소년(?)만화 계열로, 왠지 만화를 보는 내내 기시감을 느꼈는데 드래곤볼 때문이 아닌가 싶다. 물론 차이점도 많이 있다. 일단 ‘스페이스 차이나 드레스’ 의 주인공 ‘메이’ 는 소위 '만두머리‘ 에 참치캔을 달고 제목처럼 (대단히 야한)차이나 드레스를 입고 주먹을 휘두르는 섬머슴 같은 여자아이로 물론 ’손오공‘ 과는 많이 다른 인물이다. 주변의 인물들도 그렇다.

 

세계관이 다소 근미래적인 요소가 - SF적 요소라고 하기에는 너무 단순한 형태이다 - 섞인 것도 특기할 만하다. 주요 등장인물(?)들 중 상당수는 사이보그로 기계로 된 육체를 가진 존재들이다. ‘스페이스’ 라는 제목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전우주에서 무인들이 소림사로 찾아온다. 물론 인물들끼리 말도 안 되는 격투를 벌일 때 가끔씩 주먹에 맞아 ‘달’까지 날아가는 것 외에는 우주라는 배경은 크게 중요치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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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인플레이션 문제로 다시 얘기를 돌리자면, 이 만화가 추구하는 재미의 성질도 함께 언급해야 될 것 같다. 작가는 할리우드의 많은 영화들이 '미국인이 나와서 총질하고 다 때려 부수는 영화‘ 라는 본분에 충실하듯 ’섹시한 의상의 미소녀가 나와서 (총질 대신에)주먹과 발길질로 다 때려부수는 만화‘ 를 그리고 싶었던 것 같다. 소년만화적 성장과 음모(?)를 파헤치는 과정은 부수적으로 따라오는 셈이다.

 

그래서 ‘스페이스 차이나드레스’ 가 목적에 부합하는가 하면, 물론 그렇다. 메이는 이런 만화가 흔히 그렇듯 대단한 재능의 소유자이며 - 물론 ‘숨겨진 과거’ 의 덕분이다 - 무술 쌩초짜임에도 몇 번의 놀라운 ‘이변’ 을 일으켰고 그 영향으로 정식으로 무술을 배우게 된다. 메이는 충실히 성장하고 전우주에서 지원자들이 몰리는 소림사의 무술대회에 참가하며, 거기서 다른 고수들과 싸우고 또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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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반은 ‘토너먼트식 대회’ 라는 편리한 설정에 따라, 한 판 싸움을 묘사하는데 대부분의 분량을 할애하고, 중후반으로 갈수록 드래곤볼에서 그랬듯 무술대회는 잊히고 스케일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작중 인물들의 ‘파워’ 는 인플레이션보다는 초인플레이션이라는 표현이 훨씬 잘 어울릴 정도로 급격히 상승한다.

 

그럼에도 ‘스페이스 차이나드레스’ 가 충분히 재밌는 것은 애초에 작가가 배틀물로서의 재미보다는 ‘미소녀가 나와서 다 때려잡는’ 재미에 충실했던 덕분이 아닌가 싶다. 굳이 파워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으니, 어지간히 눈치가 없는 독자가 아닌 이상 만화의 성격에 대해 진즉부터 알 수밖에 없다. 초중반에 등장했던 많고 많은 주조연이 줄거리에 아무런 영향조차 주지 못할 정도로 낙오하고, 다소 황당할 정도의(주먹 한 방에 달로 날아가는 사람이라니!) 묘사도 아무렇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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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물로서의 규칙과 재미를 원하는 독자들은 떠났을 테고, 사실 그런 독자들이 대중적인 편은 아니었을 것 같다.

 

'미소녀(중요!)가 나와서 죄다 쳐부수는 재미‘ 를 말할 것 같으면, 160화를 바라보는 횟수에서 알 수 있듯 매우 훌륭하다. 전투 장면은 세밀하지 않지만 그래도 상관없을 정도로 호쾌하고, ’메이‘ 또한 터프하기 그지없는 시원시원한 성격의 소유자다. 메이는 물론 현실 경제에서 초인플레이션이 일어나도 실물재산을 소유한 부자들은 그럭저럭 버텨내듯 파워의 초인플레이션에서 오히려 수혜를 받는 쪽이다. 주인공이니 당연한 일이기는 하다만, 하여튼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웹툰으로서, 만화의 성격과 본질을 잊는 실수를 범하지 않을 자신이 있다면 추천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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