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블록체인이 웹툰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이재민 에디터 | 2019-03-15 18:39

“블록체인”, 2017년 말부터 2018년까지 가장 많이 들었던 단어 중 하나다. 블록체인 기술은 마치 많은 문제의 해결책처럼 쓰였다. 블록체인을 통해 돈을 벌 수 있다는 이야기부터 망가진 생태계를 고칠 수 있다는 말까지, 다양하게 쓰였다. 웹툰계에도 블록체인은 뜨거운 이슈였다. 블록체인 이슈가 떠오른 시기는 작가들과 플랫폼간의 분쟁이 가장 뜨거웠던 시기기도 하다. 블록체인을 희망적으로 보는 쪽에서는 블록체인 방식을 도입하면 이런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흔히 블록체인의 장점으로 꼽히는 ‘탈 중앙화’를 통해서다. 현재 플랫폼 시스템은 중앙의 플랫폼이 제공하는 재화/서비스의 판매, 결제 중개, 재화/서비스의 제공까지 모든 것을 관리한다. 반면 블록체인은 이 과정이 제공자-소비자간 1:1로 이루어지고, 사용자 수만큼 쪼개져 있는 블록체인 조각(노드)들이 각각 이 거래의 과정을 확인하는 식으로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블록체인이 유통망 그 자체가 되며, 사용자 하나하나가 보증인이 되는 셈이다. 이런 장점 때문에 이상적인 형태의 블록체인은 중앙에 권력이 집중된 형태의 플랫폼이 가져오는 부작용을 막아줄 수 있으며, 또 모두가 거래를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에 투명성도 높아진다고 본다. 이상적인 블록체인 환경에서 중앙에서 통제하는 권력이 없기 때문에 책임 또한 분산되고, 현금을 충전하는 방식이 아니라 기여도에 따라 전자화폐가 주어지는 방식 또한 가능하다. 때문에 블록체인을 희망적으로 보는 사람들은 콘텐츠를 생산하고 소비하는 행위 자체에도 보상이 주어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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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건 ‘이상적인’ 블록체인 환경에서의 이야기다. 현재 상황에서는 블록체인에 직접 이미지파일조차 올리기 힘들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단점은 일단 차치하고라도, 블록체인 기반의 암호화폐를 보면 다른 문제점들이 눈에 띈다. 콘텐츠 사업은 기본적으로 돈이 많이, 오래 들기 때문에 돈 문제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에서는 12월 13일자 기사(“The Messy Political Story of Bitcon”, Lionel Laurent, https://bloom.bg/2RVySC8)를 통해 최근 비트코인 급락사태가 경제적 측면만이 아닌 정치적 측면도 작용했다고 이야기한다. 이상적인 블록체인으로 돌아가는 가상화폐는 거래는 확인할 수 있지만 소유주는 추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금, 수수료등을 매기기 어렵다. 때문에 정부 등에서 가하는 규제등의 압력은 이미 구체화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같은 기사에서는 탈중앙화된 세계의 틀을 만들어줄 것 처럼 보이는 코딩이 ‘세계의 틀’을 만들어 주기보다 참여자들이 따라야 할 규칙을 만드는데 더 적합한 도구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익명성은 책임을 공동분담하기보다 위험을 죄책감 없이 떠넘기는데 사용되는 것처럼 보인다. 범죄수익이 비트코인으로 흘러 들어 간다는 건 이미 유명한 일이다. 뿐만 아니라 아직까지 실물 교환가치를 가지지 못하고 있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 고점에서 전량을 매도해 가치가 폭락했다가 저점에서 폭등하는 현상(소위 “떡락”, “떡상”)을 보이기도 했다. 보스턴 대학의 연구에서는 56%의 암호화폐가 판매 시작 4개월 안에 ‘망하는’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블록체인-암호화폐 자본은 지속성 면에서 리스크가 지나치게 크다는 이야기다.


1980-1990년대 사이버펑크 운동의 한 부류였던 ‘탈 중앙화’는 정부의 중앙집권적인 감시체계에서 벗어나 완전히 자유롭고 익명성이 보장된 체계를 만들고자 했던 시도에서 기원을 찾을 수 있다. 가장 유명한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의 창시자로 알려진 나카모토 사토시는 블록체인 기술은 정부의 통제에서 개인을 해방할 도구라고 이야기한다. 이 이론을 웹툰에 접목시키면 웹툰 플랫폼이 담당하는 부분을 기여자(생산자&소비자)가 담당하도록 해 직거래가 일어나게 하는 작은 층위의 탈중앙화를 노릴 수 있다. 여기에서 암호화폐가 (일단은) 보조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면 희망적인 미래가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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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지난 1년간 블록체인과 웹툰 이야기가 나오면 항상 따라오는 이야기가 “ICO(초기 코인 공개, 크라우드 펀딩처럼 암호화폐 개발자금을 모으는 일)를 하면 700억 정도가 투자된다.”는 이야기였다. 이 돈은 ‘코인’ 가치 폭등을 노리고 들어오는 돈이지 웹툰이라는 콘텐츠, 또는 산업에 투자하는 개념이 아니다. 때문에 56%의 ‘망하는’ 코인처럼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개인 투자자들이 초단기 고수익을 노리고 들어올 경우 이 가능성은 더 높아진다. 이렇게 리스크가 높을 경우 참여자들의 지속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힘들다. 그리고 암호화폐 등의 보상이 현실 교환가치로 환산되기 위해서 하나의 과정(거래소를 통한 코인 매도 등)을 더 거쳐야 하는 불편함이 있어 콘텐츠 생산자들을 모집할 수 없을 가능성이 높다. 만약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직접 보상을 선지급한다면 그 주체가 해당 블록체인의 ‘중앙적’ 위치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탈중앙화는 의미가 없다. 필연적으로 창작자들에게 제공한 보상을 회수하기 위해서 프로모션 등의 중앙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리라고 추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따라서 웹툰 플랫폼에 블록체인을 얹으려면 1) 콘텐츠 제작자에게 안정적 수입을 제공하는 주체가 있는 일정 수준의 중앙화는 막을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2) 암호화폐 ICO등을 통한 자금조달방법을 택하지 않으며 3) 블록체인은 콘텐츠 유통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익을 직접 분배하는 방식으로만 사용한다는 조건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채택하면 플랫폼의 입장에서는 굳이 블록체인을 택할 이유가 없다. 자신의 중앙지배적 위치를 어느정도 내려놓고 플랫폼 위에서 돌아가는 작품의 거래 수수료를 받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반면, 포스타입이나 델리헙과 같이 독자들의 후원으로 이루어지는 플랫폼이나 기존에 콘텐츠가 엄청나게 많지만 수익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 베스트도전/도전만화가 등에서는 블록체인 위에서 보상체계를 구축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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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충성도 높은 매니아층을 가졌으나 대형 플랫폼에서 연재를 하기 어려운 장르나 인디만화를 다루는 작가들에게도 블록체인이 어느정도 보상체계를 마련해줄 수 있다. 가능성은 낮지만 플랫폼의 작품들을 큐레이션해 패키지로 제공하는 리뷰어들에게도 보상체계가 될 수 있다. 물론 이 아이디어는 온라인 전송권 문제가 있어서 실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블록체인 방식의 가장 큰 문제는 이용자 확보다. 블록체인은 이용자가 적으면 돌아갈 수 없다. 때문에 일정 수준의 이용자를 확보한 몇몇 중소 플랫폼들이 블록체인을 통해 활로를 개척해보고자 한다는 뉴스들이 눈에 띈다. 사용자들의 적극적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시스템이 확보된다고 하더라도, 블록체인을 다른 분야에 접목하는 시도는 기본적으로 ‘상생’이 깔려 있지 않으면 성장이 불가능하다. 결국 플랫폼도 서비스 제공자로서 블록체인의 일부를 담당할 뿐 전체를 담당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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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연 블록체인이 웹툰계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지금 당장 판단을 내리긴 어려워 보인다. 기술적인 한계도 분명히 존재하고, 완전한 탈중앙화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불가능해 보인다. 하지만 대규모 플랫폼들간의 각축장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는 현재의 웹툰시장에서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한 중소 플랫폼의 등장에 희망을 걸어볼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다 근본적으로 현재 분명히 존재하는 웹툰 플랫폼들이 가진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현실에 분명히 존재하는 고통을 미래에 올지도 모를 희망에 걸고 ‘존버’ 하기엔, 작가들이 피를 흘리는 상황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구원투수가 올라오기 전에 이미 선발투수가 너무 많은 점수를 내주면 콜드게임이 선언된다. 미래에 대한 지나친 낙관보다, 현재의 문제점에 더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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