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만화 VS 만화 시즌 2] #06. 매력적인 무와 협의 드라마, 이충호의 『무림수사대』

툰가1호 | 2016-08-16 08:28

 

 

무협지의 핵심은 문자 그대로 ‘무(武)’와 ‘협(俠)’이다. ‘무’가 소재라면 ‘협’은 무협 장르를 아우르는 주제라 할 수 있다. 갖가지 초자연적인 무공으로 대표되는 ‘무’는 강호(江湖) 혹은 무림(武林)이라 불리는 세계관에 독특한 색깔을 입히고 일련의 체계를 부여했다. ‘무’가 무협 장르의 체계라면, ‘협’은 무협 세계를 구성하는 법칙이자 기반이다. 쉽게 ‘협’이라고 일컫긴 하지만 의미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힘들다. 이는 단순한 호연지기이기도 하며 널리 인간을 이롭게 하려는 의협심이기도 하다. 불의에 대항하는 파악(破惡)이나 축사(逐邪) 역시 ‘협’을 아우르는 중요한 주제 중 하나다. 때때로 개인의 복수가 이를 온전히 대신하기도 하지만, 대의를 거스르는 개인의 사소한 은원으로 치부돼 서로 대치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복수와 더불어 동료에 대한 신의나 정인에 대한 사랑 역시 ‘협’의 큰 틀 안에 머문다. 이렇듯 한마디로 규정하는 것은 힘들지만 ‘협’의 사례만큼은 대동소이하다. 그럼에도 좋은 작품은 늘 익숙한 듯 새로운 것을 담아내기 마련이다. 독자들이 장르적 재미를 좇는 동시에 좀 더 새로운 것을 원하는 모순이야말로 결국 ‘무’와 ‘협’의 하모니가 지금까지 계속 변주되는 이유이기도 하니 말이다.

 

 

수정 무림 수사대 111
『무림수사대』의 모지후가 바로 이 남자다.

 

 

2007년부터 포털사이트 미디어다음에서 연재됐던 『무림수사대』는 제목에서 천명하는 바 그대로 ‘무’와 ‘협’을 그린 무협 장르다. 얼핏 대동소이해 보이는 무협 장르 안에서 『무림수사대』가 변주해낸 지점은 꽤 여럿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특별한 점은 배경을 현대 서울로 옮겼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비슷한 형태의 다른 작품들처럼 무림인들이 문명사회에 암약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배경은 현대지만 『무림수사대』의 무림인들은 과거 무협지의 세계 그대로 여러 파벌을 이루어 대치중이다. 정파라 할 수 있는 그룹은 무림계의 정점으로 추대 받는 오대신군과 그들이 이끄는 오대 문파를 중심으로 현대 한국에 뿌리내리고 있다. 여기서 ‘무림수사대’는 오늘날 경찰의 역할 그대로 현대 무림인들간의 질서를 다잡는 경찰기구로 등장한다.

 

 

 

사건현장에서 계속해서 발견되는 피로 쓴 글이 사건의 단서다.
사건현장에서 계속해서 발견되는 피로 쓴 메시지가 사건의 단서다.

 

 

이야기는 현대 무림 최고수인 오대신군이 차례차례 살해당하는 괴사건에서 시작한다. 황금성주 권가야와 신도문주 문정후(이미 눈치 챘겠지만 익히 알려진 한국 무협만화가의 이름을 그대로 차용했다)가 살해됐는데, 두 살해 현장에는 모두 화골산(化骨酸, 살을 녹여 뼈만 남기는 독약)이라도 사용한 듯 처참하게 녹아내린 변사체와 피로 쓴 동일한 필체의 메시지가 남아있다. 정황으로 보건대 범인은 한 명이라 단정할 수 있지만 무림 최고수들을 연이어 제압한 범인의 존재는 여전히 의문투성이다. 마침 이 사건을 담당하는 마포경찰서 무림수사대로 주인공 모지후 경장이 발령받는다. 남은 오대신군의 신변 역시 위험하다 판단한 경찰은 마포서 무림수사대에게 이들의 경호를 맡기지만 범인은 아랑곳하지 않고 차례로 오대신군을 살해한다.

 

『무림수사대』 외에도 무림의 배경을 현대로 옮긴 작품은 이미 여럿 있었다. 또 무협 장르의 주인공으로 경찰을 내세운 것 역시 판관 포청천과 함께 사건을 해결했던 협객들의 이야기 『칠협오의』처럼 꽤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실제로 『무림수사대』는 현대판 무협을 표방했음에도 유난히 새롭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유는 여럿이다. 우선 이들이 사용하는 무공은 이미 기존 무협 장르 안에서 체계화된 것들이 대부분이다. 아무리 중국 전통의상이 아닌 현대 복색을 하고 무예를 겨룬다 해도 이들은 모두 익숙한 무협의 ‘체계’ 안에서 움직인다. 작품에 등장하는 오대 문파 역시 구파일방(九派一幇)으로 이루어진 정통 무협 장르의 구성과는 조금 다를지 몰라도 각 집단이 서로 협력하고 반목하는 방식은 기존 장르와 거의 동일하다. “군사정권시절 정부에 의해 불법폭력단체로 지목돼 사라져버린 문하가 한둘이 아니었다”고 언급되는 부분이나 “거대 문파 점창파가 공산당의 미움을 받고 변국으로 밀려”났다는 것 역시 배경에 핍진함을 더한다기보다는 일종의 위트로 다가오는 것도 그런 까닭이다.

 

 

『무림수사대』는 단일한 색의 명도를 이용해
『무림수사대』는 특정한 색을 이용해 인물마다, 상황마다 전혀 다른 분위기를 자아내는 점을 특징으로 꼽을 수 있다.

 

 

‘무(武)’의 차별화 지점은 오히려 작화에서 찾을 수 있다. 신체 비율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이충호 작가 특유의 그림체는 여전히 큰 장점으로 다가온다. 특히 정적인 장면에 서린 임팩트야말로 작품의 가장 뛰어난 지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컬러라고는 하지만 각 컷마다 정해진 색 하나만 고집하며 특정색의 명도만을 조절해 만든 장면들 역시 극 전체에 굉장히 특별한 느낌을 불어넣는다. 무공은 꽤 익숙한 개념을 고집하지만 오히려 익숙한 것을 독특한 방식으로 작화함으로써 무협팬은 물론 만화 독자들에게도 산뜻한 쾌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무림수사대원에게 필요한 세 가지 덕목으로 범인을 쫓기 위한 ‘경공술’을 비롯해 ‘맷집’과 ‘고집’을 부여하기도 하고, “자신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상황에서도 적의 안위까지 신경써줘야” 하는 경찰의 역할 등을 가미해 무협물과 경찰물의 교집합으로부터 참신한 양식을 이끌어내기도 한다.

 

‘협(俠)’ 역시 큰 틀은 기존 장르와 크게 다르지 않다. 독특한 부분이 있다면, 『무림수사대』의 협은 흔히 경찰물이나 버디물에서 볼 수 있었던 ‘파트너십’으로 수렴된다는 점이다. 형사 모지후는 과거 무림수사대원인 이현을 동경해 바라던 바대로 선배인 이현과 파트너가 된다. 그러나 둘의 관계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이현과 이현의 사제(師弟)인 서연우가 의문의 죽음을 당했기 때문이다. 이후 모지후는 오대신군 사건의 증원 차원에서 마포경찰서 무림수사대에 배속 받는다. 그러나 파트너 이현의 죽음에 대한 죄책감에 사로잡혀있는 모지후는 마포서 무림수사대의 최고참 형사 백운이 자신의 새로운 파트너라는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이현은 모지후에게 굉장히 특별한 존재였다. 동경하는 선배이자 최초의 파트너였으며, 특히 서연우를 사모하기도 했던 지후로서는 모종의 라이벌이기도 했다. 자신의 오해로 이현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는 죄책감 또한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그를 괴롭힌다. 이는 모지후가 늘 새 파트너인 백운과 떨어져 홀로 활동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과거 이현에게 받은 시계를 여전히 차고 다닌다는 의미 역시 명백하다. 이미 오래 전 고장 난 시계를 고집스럽게 차는 것은 지나가버린 시간에 여전히 매달리고 있음을, 그리고 새로운 현재와 연을 맺지 못하는 그의 외고집을 나타낸다. 이야기의 뼈대를 이루는 오대신군 사건 역시 과거에 종속된 모지후의 개인사와 별개의 사건으로 다뤄지지 않는다. 오대신군 사건의 핵심에는 죽은 줄로만 알았던 이현이 얽혀있고, 그와 재회하면서 과거의 상처와 추억은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오른다. 때문에 사건의 해결은 곧 과거와의 결별을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자연히 새로운 파트너인 백운과 새로운 동료인 마포서 경찰들과의 연대로 그려진다. 새로운 파트너와의 공고한 관계맺음. 바로 이것이 현대판 무림을 그린 『무림수사대』의 익숙한 듯 새로운 ‘협’이다.

 

 

 

『무림수사대』 시즌 2 - 이충호, 다음
『무림수사대』 시즌 2 - 이충호, 다음
현재는 시즌 2를 잠시 휴재 중이다!

 

『무림수사대』는 장점도 분명하지만 단점 또한 이 장점에서 찾을 수 있는 작품이다. 본래 무협이라는 장르가 그렇듯 『무림수사대』 역시 읽는 이의 취향을 많이 타기 마련이다. 작품 특유의 비장미 역시 좋게 말하면 무협 장르 본연의 쾌감과 맞닿지만 때에 따라선 허세스럽게 비치기도 한다. 철혈문주는 마치 자신의 죽음을 뽐내기라도 하듯 칼을 맞고, 서연우는 협객으로 살고 싶었노라고 불필요한 갈등을 종식시키고자 빌딩 아래로 몸을 던진다. 마땅히 죽어야 할 적이 아니라 아군의 연이은 죽음으로 수놓은 클라이맥스는 모지후가 힘겹게 짊어지고 있던 과거와 결별하도록 돕는 자기희생이기에 더욱 처절한 기운으로 넘실댄다. 작품 곳곳에 개그신을 배치해 이완 효과를 노리지만, 오히려 극의 분위기를 깨는 듯 느껴지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때에 따라서 허세처럼 느껴지던 장엄함과 비장함, 이것이 이 만화의 핵심이기도 하다. 소년만화 독자들이 어른이 되어도 여전히 소년만화의 독자로 남을 수 있는 이유를 찾기에는 조금 모자라 보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무림수사대』는 소년만화 장르 그대로 소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매력적인 ‘무’와 ‘협’의 드라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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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 에이코믹스 https://acomics.webtoonguide.com/archives/235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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