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보통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들, <이토록 보통의>

나예빈 | 2020-11-20 13:30

458D838A-6291-4218-A542-01C428A05FE0.jpeg


2018년도에 유행했던 드라마 하나가 있다. 대한민국의 입시 전쟁에 대한 이야기가 주된 서사였던 그 드라마에서 부모가 피라미드를 가져다 놓고서는 아들에게 어느 곳이 가장 위치하고 싶은 곳이냐 묻는다. 아들은 중간을 고른다. 중간이 가장 좋다면서 말이다. 중간을 다른 말로 표현해보면 보통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보통이 되기란 정말 힘들다. 세계 지도로 보면 작은 한국에서도 각기 다른 환경에서 자랐던 사람들이 많고, 한 사람과 다른 한 사람이 겹치는 것을 가지기 어려운데 지구 전체로 보면 어떨까. 이렇게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튀지 않기도 어렵다. 우리는 어떤 것을 보고 보통이라고 말할까. 보통이라는 단어를 정의 내리기도 참 어렵다. 사람마다 보통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다를 것이니 말이다. <이토록 보통의>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진행이 된다. 각기 다른 이야기 같지만 결국, 사랑을 해본 사람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5A6519D2-4CFA-4636-AA78-D54BA90835BE.jpeg


<이토록 보통의>에서 처음으로 들려주고 있는 이야기는 <무슨 말을 해도>라는 이야기다. 선은 K라는 남자친구를 회사에서 만난다.  둘의 시작이 K가 선을 도와주던 탕비실인 만큼 K는 선을 잘 도와주고 배려했다. 그렇게 사랑을 잘 키워나가던 둘은 100일 기념으로 레스토랑에 간다. 근사한 저녁 식사를 하며 지나왔던 자신들의 시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선이는 가장 기뻤던 순간으로 첫 만남, 그러니까 탕비실에서 막힌 하수구로 당황했던 자신을 도와주었던 이야기를 꺼낸다. K는 이어서 가장 슬펐을 때에 관해 묻는다. 선이의 입에서 나온 대답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전 남자친구가 에이즈 판정을 받았을 때야.”


B802B108-4D43-4D11-86C2-188FF37565DE.jpeg


선은 K를 만나기 전, J라는 남자와 먼저 만나 사랑을 시작했다. 어렸을 적부터 선은 마음의 병을 가지고 있었다. 평소에는 잘 지내다가도 혼자 있는 공간이나 밀폐된 공간에 가면 그 당시 가장 심리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이의 이름을 미친 듯이 부르는 것이 선의 병이었다. 항상 선은 엄마를 찾았는데 J를 만나고 나서부터는 J의 이름을 부르기 시작했다. 그럴 때마다 J는 놀라지도 않고 사랑한다고 말해 선을 안심시켰다. 선은 자신을 부끄럽게 만들었던 마음의 병을 조금은 이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게 사랑의 힘이니 말이다.




AD9E73E1-E6FB-4555-A7F0-709C71DA4574.jpeg


절대 문제 따위는 없을 것 같던 선과 J의 사이에서도 문제는 있었다. 그 문제는 매우 크고 거친 것이라 쉽사리 해결할 수가 없었다. 둘이 머리를 맞대고 노력한다고 해도 말이다. J는 자신이 에이즈 양성 판단을 받았다고 고백한다. 그렇기에 우리는 헤어져야 한다고도 덧붙인다. 하지만 선은 J 없이 살 수 없다며 계속해서 J 곁에 남는다. 두렵지는 않았지만, 사랑을 버릴 수가 없었다. 보통처럼 사랑하기 참 어렵다. J 역시 선 만큼이나 고통스러웠을 터다. 아기처럼 변해버린 J와 곁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선. 선은 J를 회고할 때, 평소 J가 만들던 쿠키 반죽이 되어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선도 그 반죽에 뒤섞여 가고 있었다.


8A9B347E-9763-47D4-A4D7-FFB2118438A7.jpeg


선은 벚꽃색 웨딩드레스를 입고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결혼은 특별한 일이면서도 보통의 일일지도 모른다. 서로를 사랑하고 계속해서 곁에 있고 싶다는 생각 하는 커플이라면 누구든 결혼을 할 수 있다. 그게 보통의 순서니까. 선과 J는 아무리 노력해도 그럴 수가 없었다. 이렇게 보통이 된다는 것은 가만히 있어서 된 것 같아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보통이라는 것이 제일 힘들다. 우리는 그렇게 보통이 되기 위해서 오늘도 애를 쓰고 있다.



B17B9DE1-427A-4BC8-96C0-E9992C090C04.jpeg



둘의 노력은 결국 벚꽃처럼 피어오르지 못했다. J의 에이즈 때문도 아니었고, 선이 가지고 있던 마음의 병 때문도 아니었다. 그냥 같이 손을 잡고 같은 길을 걷던 둘이 어느 순간 서로 다른 길을 바라보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냥 그들은 잘 지내라는 말과 사랑했었다는 마침표만 남기고 각자의 길을 향해 걸었다. 사랑의 힘은 참 강해서 이미 두 개로 조각난 뒤에도 남아았다. 선은 자신이 왜 J와 헤어지게 되었는지 지조차 기억하기 어려울 만큼 시간이 지나고 나서도 종종 둘이 함께 사랑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1718A1FD-A74E-4864-A8E9-2278F2CBCF83.jpeg


K한테 전 남자친구가 에이즈를 앓고 있었다고 고백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게 선이 할 수 있는 사랑이었으니까. 선은 갈림길에서 앞으로 가장 슬펐던 순간을 J가 에이즈를 앓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을 때로 기억하겠다고, 그게 자신이 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일이라고 마음을 먹었다. 그리고 그렇게 했다. 선도 알았을 것이다. K가 자신의 말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고, 그것을 말하면 잘 되어가던 현재의 사랑에 문제가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사랑은 어렵다. 평범하게, 아픔 없이 그리고 행복도 하나 없이 그래서 언제 끝나도 보통의 나날들처럼 헤어질 수 없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을 하고, 연애하고 그것이 보통의 일상이다. 보통은 정말이지 어렵다.


1E812915-2A35-4674-A914-98486B9DB1B4.jpeg


당신은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가, 어떤 사랑을 하고 싶은 가. 그것도 아니라면 어떤 사랑을 했었는가. 나의 사랑을 돌이켜보자면 참으로도 아프고도 아픈 일이었다. 같이 함께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시작해서 그가 나에게 맞추어줬으면 좋겠다가도 그를 위해서 내 모든 것을 바치고 싶었던 것이 나의 사랑이었다. 나는 내 사랑이 보통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내가 너무 아픈 것이라고, 그래서 내가 인생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우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 나도 선처럼 내 사랑을 점점 잊어가고 친구들의 연애 고민이나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서 나와 비슷한 사랑을 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렇다면 내가 느꼈던 것이 보통일까. 아, 보통은 어렵다. 


웹툰가이드 인기글

추천

<악령주의보> 귀신을 보는 소녀 순심. 어느 날, 외면하고 싶었던 사건에 뛰어들다...?!
김슬기 | 2020-12-05
<힙한남자>,국내 요가복 회사 2위 ‘립앤힙’의 대표인 성가은, 그토록 찾던 물복반 딱복반 엉덩이를 만나다..?!
김슬기 | 2020-12-04
고향으로 돌아온 쾌남 <누구랑 했을까?>
박성원 | 2020-12-03
<스트러글> 친구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강원도 오지의 대안학교에서 비밀스러운 수련법을 배운 은가비, 그녀의 본격적인 복수가 시작된다!
김슬기 | 2020-12-02
<오늘 밤만 재워줘> 28살 모태솔로 감규리, 남자에게 '고백'을 받았는데...술에 취해 상대방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
김슬기 | 2020-12-01
친구보다 많이 싸우고, 친구보다 많이 붙어 다니는 우리는, <과격자매단>
나예빈 | 2020-11-30
내 눈 앞에서 사람을 죽인 정체모를 여자가 오늘부터 나를 사랑하겠다는데?! <진짜 정말 맹세코 좋아해>
김슬기 | 2020-11-29
인터넷 방송, 영혼교체, 하렘까지 더해진 <합방, 할래요?>
박성원 | 2020-11-28
목적지를 잃은 운명이 흔들리다, <실>
나예빈 | 2020-11-27
<인간졸업>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코딩 영재 ‘소경민’의 석연찮은 죽음! 혹시 그가 죽지 않은 거라면…
김슬기 | 2020-11-26
전사영은 운좋게 합격한 왕호그룹에서 재벌 남친을 쟁취할 수 있을까? <왕자님이 있다>
김슬기 | 2020-11-26
<나를 달래줘>, 욕구불만 유부녀·유뷰남
박성원 | 2020-11-25
이곳에서 황후가 될 수 없다면 다른 곳에서 황후가 되겠다! <재혼황후>
김슬기 | 2020-11-25
우리는 친구 맞지?, <해오와 사라>
나예빈 | 2020-11-24
만약 연인과의 사랑의 결말을 알 수 있으면... 똥차는 거르고 손쉽게 운명 같은 사람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손 잡아 볼래?>
김슬기 | 2020-11-23
무너진 교권을 지키기 위해 교권보호국 소속 나화진의 참교육이 시작된다! <참교육>
김슬기 | 2020-11-23
악마처럼 날 괴롭히던 일진이 어느 날 조그만 인형 크기로 눈 앞에 나타났다?! <내 일진이 이렇게 귀여울리가 없어>
김슬기 | 2020-11-22
<비밀수업>, 백치남 길들이기
박성원 | 2020-11-21
악마였던 검찰수사관과 악마같은 검사의 범죄스릴 로맨스! <헬로맨스>
김슬기 | 2020-11-20
보통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우리들, <이토록 보통의>
나예빈 | 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