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라는 이름으로 돌아서야 했던 그 순간, <빛빛빛>
‘항상 누구에게나 잘 보이고 싶었다. 모나지 않게, 무난하게, 둥글둥글하게, 누구나 좋아할 법한 모습으로. 그럴듯한 대학을 졸업하고, 선생님이라는 안정적인 직업, 그리고 다정한 남자친구까지.’ 이야기의 시작에서 주인공인 범희는 자신이 꿈꾸었던 미래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무릇 이런 고민이 범희만의 것은 아닐 겁니다. 인간관계를 맺으며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라면 이런 종류의 생각을 한 번쯤을 하기 마련이죠. 타인의 시선을 생각하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진정한 인생이라고는 하지만 타인의 시선을 정말 무시할 수 있을까요. 하루에도 몇 번씩 관계가 생겨나는걸요. 범희가 현재 교사로 근무하고 있는 새봄 고등학교는 어릴 적 범희가 다녔던 고등학교이기도 합니다. 어떤 꿈을 꾸면 마음이 편치 않다는 범희. 그런 범희가 있는 교무실로 커피를 배달온 카페 주인은 그만 전부 쏟아버리는 실수를 하고 맙니다. 큰 소리에 시선을 옮기는 범희. 카페 주인은 오래전 범희와 같이 새봄 고등학교에 다니던 친구입니다.
그 친구의 이름은 조윤오. YouKnoW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프로 게이머 지망생이기도 했습니다. 게임판에서는 인기가 많았을지 모르겠지만 반에서는 왕따라는 이름으로 불리었죠. 친구도 하나 없고 늦은 시간 학교에 가서 자는 것이 학교 일과의 전부였기 때문이에요. 덥수룩한 머리에 낀 안경까지. 같은 반 아이들은 윤오의 겉모습만 보고 무시하기 시작했습니다. 윤오랑 친하지 않았던 것은 범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어쩌면 그저 관심 밖의 아이였을 수도 있고요. 고등학교 시절 범희는 중학교에 다닐 적부터 단짝이었던 친구들 무리에 들어가 셋이서 학교에 다녔어요. 무리란 학교에서 참 중요합니다. 늘 무리에서 겉돈다고 생각하던 범희. 셋이 다니는 것이 불편했지만 벗어날 자신도 없었습니다. 친구들도 이런 범희의 불편함을 느낀 것일까요. 윤오를 욕하는 자신들을 맞장구쳐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범희를 따돌리는 친구들. 혼자가 된 범희를 도와준 것은 윤오였습니다.
윤오는 범희가 부담스럽지 않게, 그러나 외롭지 않게 곁을 지켜주었습니다. 둘은 그렇게 친구가 된 것이었죠. 범희는 자신을 버린 무리를 욕하는 대신 범희 자신에게 할 말은 하고 지낼 수 있도록 힘이 돼준 윤오에게 호감을 느끼게 됩니다.

선생님이 되어서도 범희는 윤오를 잊지 못했습니다. 범희를 불편하게 만드는 꿈의 주인공은 윤오였죠. 평소보다 더 잦게 등장하는 윤오의 모습에 불편했던 범희. 그런 윤오를 예상치도 못한 공간에서 만나게 되어 놀랍습니다. 범희 용기를 내 윤오를 붙잡지만, 이상하게 윤오는 범희와 다른 생각을 하는 것 같습니다. 빨리 이 자리를 뜨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달까요. 고등학교에서 대체 둘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요.

범희가 혼자가 된 이후로 둘은 빠른 시간에 가까워졌습니다. 학교에서 같이 지내는 것은 물론이고 학교밖에서도 만나게 되었죠. 범희가 다니는 독서실이 윤오가 게임 연습을 하는 피시방 바로 옆이었거든요. 범희는 점점 커지는 윤오에 대한 마음을 표현할 작정이었지만 결국 그럴 수 없었습니다. 범희와 윤오 앞에 윤오의 여자친구로 보이는 사람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그 이후로 윤오는 며칠 학교도 빠졌기에 범희는 마음을 홀로 정리했습니다. 물어보고 싶은 것이 산더미였지만 그러지 않는 것이 예의라는 그 마음 때문에요.
우울했던 범희 앞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합니다. 학교에서 제일 잘 나가기로 유명한 재윤이 그 정체입니다. 재윤은 윤오와 어떤 악연이 있는 것인지 사이가 좋아 보이지도 않고, 양아치처럼 보이는 애들과 몰려다니고 있어 범희는 재윤이 무섭기만 합니다. 그런 불편함을 아는지 모르는지 재윤은 범희가 마음에 든다며 브레이크 없이 다가옵니다. 서로를 위해 배려해야 한다는 생각 때문에 멈추는 범희, 윤오와 다르게 재윤은 자신의 마음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거든요.

그런 솔직함이 범희를 웃게 만들었습니다. 재윤에 대한 두려움 사라지고 그곳에 자신의 우울을 몰아주었다는 고마움과 호감만 남은 범희. 재윤의 애원 섞인 고백에 얼떨떨한 마음으로 받아주었던 고백과는 다르게 재윤과 함께 있는 시간이 기대되기 시작합니다. 재윤과 사귄 뒤로 점점 멀어져가는 윤오가 걱정되지만 범희는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더는 묻지 않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했으니까요.
와중에 윤오와 자신을 연결해달라는 친구도 나타나죠. 범희 자신도 알고 있습니다. 자신은 이미 남자친구가 있으니 자신과 윤오 사이가 가까워질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친구의 말이 기분 나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요. 예전처럼 재윤이가 일방적으로 범희에게 다가온 것도 아니었으니까요. 사람 감정이 어려운 이유는 복잡하게서로 들러붙는다는 점 때문이 아닐까요. 재윤이에게 호감이 생긴 것도 맞고, 윤오를 위해서 물러나고 싶은 마음도 맞는데 윤오와 이어달라는 제안이 범희의 가슴에 따갑게 콕콕 박힙니다.

후회도 남기지 않고 예의까지 지키는 방법은 없는 걸까요. 종종 우리는 과거를 회상하면서 아쉬워할 때가 있습니다. 그때 내가 궁금했던 내용을 물어봤으면, 내가 너를 좋아한다고 솔직하게 마음을 표현했으면 하면서요. 사랑이라는 것이 아무런 관계가 아니었던 사람들이 가까워지는 것이다 보니 예의라는 이름에서 멈출 때가 있죠. 어쩌면 다 자란 뒤에 다시금 새봄 고등학교에서 만난 범희와 윤오의 일은 우연이 아니라 선물일 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인의 마음을 생각하느라 자신의 마음은 돌보지 못한 범희의 착한 마음씨가 보기 좋아 하늘에서 새로운 기회를 준 것이죠. 이 기회는 눈물과 함께 끝이 날까요? 그것도 아니라면 새로운 웃음과 함께시작을 알릴까요. 여러분은 표현하고 싶었지만 복잡한 마음 때문에 그냥 지나친 상대가 있으신가요? 네이버웹툰, <빛빛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