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당신은 지금 누굴 보고 있나요 <미완결>

심지하 | 2020-03-19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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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되는 작가 조합
엄청난 조합의 작가진이 왔다. 버츄얼 패밀리, 세컨드, X같은 친구의 안나래 작가. 다이어터, 기춘씨에게도 봄은 오는가, 나쁜 상사의 네온비 작가. 생각지도 못한 조합의 작가진이 다음에 상륙했다. 두 작가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다양한 장르를 소화한다는 점? 어쩐지 찝찝하면서도 스크롤을 멈출 수 없는 작품들을 그려낸다는 점? 믿고 보는 작가라는 점? 그런 두 작가가 모여 그린 작품은 어떤 작품일까. 작품 섬네일부터 쫄깃한 긴장감으로 가득한 <미완결>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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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한 작화와 쫄깃한 분위기 밀당
섬네일부터 긴장감 가득한 <미완결>. 알몸의 남자와 남자의 품에 안겨 있는 여자, 안겨있는 여자의 머리를 손으로 누르며 남자의 얼굴을 바라보는 여자. 위험하리만큼 가까이 붙어 있으면서도 누구 하나 시선을 마주하지 않는 기묘한 구도는 독자들에게 기묘한 클릭질을 유도하게 한다. <미완결>이라는 제목과 함께, 대체 이 세 사람이 어떤 관계일지. 성인, 드라마, 소설가라는 두근거리는 키워드와 함께 <미완결>을 읽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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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끝자락, 문화 예술 콘텐츠 전문 잡지사 YLLY(일리)의 막내 기자였던 원유진은 기사를 위해 보러 간 공연 <더 사우스 폴>에서 우연히 은미결이라는 배우를 발견하게 된다. 원 캐스트 배우의 갑작스러운 부상으로 서게 된 앙상블 배우. 특수한 케이스의 공연에서 완성도 떨어지는 공연을 볼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와 대형 신인의 탄생을 직접 볼 수도 있다는 기대를 안고 공연을 본 그녀는 은미결을 위해 앙상블 특집을 늘린다. 그것도 야근과 사비 지출을 자처하면서. 그러나 특집에 실렸던 배우 중 은미결은 마치 업계를 떠나버린 것처럼 영영 소식이 끊기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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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만남이 그랬듯 우연히 만나게 된 은미결과 원유진. 두 사람은 사귀며 동거하는 사이가 된다. 다정다감한 두 사람이지만 어디 연인 간의 문제가 단지 두 사람 사이에서만 발생하던가. 답답한 회사 어시스트의 실수를 책임지기 위해 베일에 싸인 전 국민이 사랑하는 스릴러 소설가 선은호를 취재하기 위해 나선 원유진. 반쯤 자포자기한 상태였던 원유진은 소설가 선은호의 인터뷰를 따낸다. 탑급 인터뷰를 따낸 것은 원유진에게 불행이었을까, 희망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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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에 있을법한, 그래서 더 불안하고 그래서 더 짜증 나고, 그래서 더 스크롤을 내려놓을 수 없는 자극적인 인물들을 그려내는 데  탁월한 솜씨를 보여줬던 두 작가가 모여 그려낸 작품이니만큼 스토리에 대한 불안감은 적다. 기분 좋은(?) 불안감과 초조함에 덧글창을 보게 되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라고나 할까. 분명 주인공 커플은 다정다감하니 모로 보나 사이좋은 커플로밖에 보이지 않는데도 엉망진창 낙하산 사수와 시시콜콜 쪼아대는 편집장은 물론 여자친구가 있는 걸 알면서도 엄한 상상을 적나라하게 펼쳐대는 괴상한 아르바이트생까지, 주인공 커플의 행복한 나날에 지뢰가 될 위험분자들이 곳곳에 널려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위험해 보이는 건 바로 비밀스러운 소설가, 선은호다.

-매력적인 캐릭터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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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가운 눈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완벽주의자. 원유진이 처음 선은호를 파악한 문장이다. 인터뷰이면서 오히려 인터뷰어를 시험하듯 매섭게 질문을 던지는 선은호는 자신의 예상과 다른 대답을 내놓는 원유진에게 신작과 그에 대한 본심을 이야기하고, 원유진은 작가의 이야기에서 자신의 연인인 은미결을 떠올린다. 선유호의 인물상과는 모든 면이 반대인 다정한 남자를. 존경하던 대작가를 만났다는 즐거움 때문인지, 빼어난 작품성과 작가의 인성은 전혀 다른 문제라는 걸 잊은 것인지 원유진은 처음 만난 작가에게 자신의 남자친구에 대해 이야기하게 되고, 선은호는 원유진의 남자친구에게 관심을 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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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싫어하는 괴팍한 소설가의 소재로서 남자친구를 빼앗긴 불우한 여자 원유진, 이라는 그림이 그려질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 작가진이 누군가. 괴팍하고 제멋대로지만 한편으로는 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기묘한 선은호. '차가운 눈의 프라이버시를 중시하는 완벽주의자'처럼 보였던 선은호는 (비록 뒷꿍꿍이가 있을지언정) 쉽게 자신의 공간에 타인을 끌어들이고, 의외의 면에서 실수하고 허둥댄다. 작가 특유의 관찰력과 사람에 대한 지식은 풍부하지만 정작 실제 사람을 대하는 것은 어딘지 어색한 탓에 실수 연발인 선은호는 마냥 미워할 수도, 마냥 좋아할 수도 없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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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예측 가능한 이야기에서 안정감을 얻는다. 예측 가능한 사이다, 공감할 수밖에 없기에 느낄 수 있는 감동,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는 안도감, 익숙한 풍경과 상황에서 오는 안정감. 분명 그런 것이 장점인 작품이 있다. 하지만 안나래작가와 네온비작가의 <미완결>은 그렇지 않다. 한 사람의 다양한 면면, 다양한 겉모습과 속내를 절묘하게 배치해서 위태로운 기대감을 쌓아놓고 짜릿하게 무너트린다. 기대와 다른 결과에 사람들은 실망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예측하지 못한 반전에 짜릿해 하기 마련이다. 과연 미완결은 어떠할까. 이미 작가님들의 전작을 아는 독자들은 완결이 나면 돌아오겠다, 도무지 불안해서 보지 못하겠다고 이야기하기도 하지만 전작을 알기에 미리 보기의 미리 보기를 탐하는 독자들도 있다. 당신은 어느 쪽일까. 과연 소개 글의 '내 애인'은 누구일까. 천재 소설가 선생님은 누굴 강렬히 원한 걸까. 예정된 헤어짐 속에 원유진은 행복해질 수 있을까. 아니, 저 셋 중에 과연 행복한 결말이 예정된 사람은 있는 걸까. 쫄깃한 그 만화, <미완결>.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