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나는 성실하고 꾸준하다... 멸망한 세상에서도. <프라이팬: 툴 마스터>

홍초롱 | 2026-04-25 18:21

성실함은 종종 성공에 대한 필수 조건으로 손 꼽힙니다.

성실함을 무기로 인간은 어디까지 이룰 수 있을까요?


평화롭던 세상이 던전의 출현과 몬스터의 습격으로

하루아침에 멸망했습니다.

무너진 문명의 폐허 속에서 주인공 우정우는

화기나 검병기 대신 투박한 프라이팬 하나를 들고

생존을 위한 사투를 벌입니다.


그는 노력하는 만큼 성능이 강화되는 프라이팬을 다루는

'툴 마스터'로서, 자신만의 독특한 방식으로

괴물들을 사냥하며 강해집니다.

절망적인 아포칼립스 세계관에서 일상적인 도구 하나로

운명을 개척해 나가는 우정우의 생존기를 다룬

네이버웹툰의 <프라이팬: 툴 마스터>입니다.



성실한 남자, 주인공 정우 입니다.

한 가게에서 10년을 일한 정우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점장은 쓰잘데기 없는 말을 늘어 놓습니다.


"벌써 10년이나 됐는데,

 정우는 어쩜 이렇게 한결같을까."

"영업시간도 끝났는데 이제 편하게 말해도 돼~.

 누나 해봐. 누나~."


정우는 그녀의 영양가 없는 대화를 한방에 차단합니다.

저녁 대신인 햄버거를 챙겨 퇴근하려는 정우의 손을

점장이 다급하게 잡아 챕니다.

그리곤 그간 정우에게 하고 싶었던 말을 속사포마냥

쏟아냅니다.


"넌 주위를 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봐."

"네가 10년을 일하는 동안 셀 수도 없이 많은

 알바생들이 그만뒀잖아."

"그런데 넌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삐쭉 튀어나온 머리도,

 꺼벙한 눈도, 호칭도 어느 하나 변하지 않았잖아."


정우는 점장의 말에 대꾸 한마디 없습니다.

되려 그런 정우의 반응에 점장만 더욱 호들갑을 떱니다.


"설마 너..! 나를 몰아내고

 내 매니저 자리를 꿰차려고..?!"


야심도, 타인에 대한 관심도 없는 정우는

10년간 꾸준히 쓸데없는 그녀의 말을

무시하고 돌아섭니다.


성실하고 꾸준한 정우.

점장은 돌아선 정우의 뒷통수에 정말 궁금하다는 듯

묻습니다.


"..정우야. 그러면 사장님이야 좋아 하겠지만,

 넌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사는 거니?"



"제 몸 하나 건사하기도 힘든 세상인데,

 굳이 재미까지 찾을 여유가 있을까요?

 그냥 사는 거죠, 뭐."


정우는 늘 그렇게 살아 왔습니다.


늘 알바 마감 후, 그 날 저녁으로 햄버거를 받아왔던 

정우는 어쩐 일인지 오늘따라 햄버거가 질립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충동적으로 요리나 해볼까

생각한 정우는 잡화점으로 들어섭니다.



부엌용품과 식기들을 진열해 놓은 코너에서 정우는 

프라이팬을 유심히 둘러봅니다.

장인이 만든 프라이팬과 그보다 싼 가격인 그냥 프라이팬.


정우는 고민없이 싼 프라이팬을 집어 듭니다.

그리곤 손에 들고 이리저리 살피는데, 사장이 

참견을 합니다.


"비싼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야."


그 말에 정우는 프라이팬을 양 손에 들고

다시 살펴봅니다.

하지만 정우는 결국 그냥 프라이팬을 선택합니다.


"그래도 역시 제 손에 딱 맞는 게 최고죠."

라고 합리화를 하면서 말이죠.



그런데 계산대에 내려놓은 조합이 좀 이상합니다.

정우는 별 뜻 없이 요리하다 기름이 튈 것을

염려한 조합이라 답합니다.

 

"그래. 인생은 장비빨이지. 그런데 말이야.

 인생을 살아보니까 가장 중요한 건-"

"수고하세요. 사장님."


정우는 쓸데없는 말은 듣지 않습니다.

사장은 할 말이 남은 듯 정우를 붙들지만,

정우는 그냥 돌아섭니다.


그때.


"잠깐. 기다려!"



가게 입구에 있던 두더지 게임기에서 두더지가

툭 튀어나와 정우의 발길을 붙잡습니다.

정우는 이런식으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것들을

혐오합니다.


정우는 꾸준합니다.

꾸준하다는 건 일상이 흐트러지지 않길 바란다는 

뜻이기도 하죠.


정우는 자신을 놀래킨 두더지에게 복수라도 하듯,

망치를 집어 듭니다. 그리곤 집요하게 두드려댑니다.

그 집요함에 가게 주인이 정우를 말릴 때까지 말이죠.


그리고 집으로 들어선 정우는 또 한번

자신의 일상을 뒤흔든 존재를 만나게 됩니다.



현관에서 벌레를 마주친 정우는 기겁합니다.

애벌레처럼 생긴 그것은 꿈틀거리더니 주름 사이에서

눈들을 틔웁니다.


불쑥 튀어 나온 주제에 징그럽기까지 합니다.

아주 최악입니다.


벌레는 이 세상에서 박멸해야 할 존재!


정우는 벌레를 경계하면서 도대체 이 벌레가

어디서 들어온 것인가 집 안을 눈으로 훑습니다.

그때 슬그머니 열려있는 화장실 문을 발견한 정우는

자신의 실착이라며 한탄합니다.



실착은 실착. 벌레는 벌레.

뭐가 어떻든 할 일은 정해져 있습니다.

정우는 벌레 박멸을 위해 잡화점에서 요리를 위해 사온

도구들을 꺼냅니다.


비장하게 프라이팬을 손에 든 정우는

마음을 가다듬습니다.

그리곤 주문을 외듯 프라이팬을 휘두르며

힘주어 말합니다.


"벌레.. 박멸!"


팡-!



벌레를 향해 정확히 내려 꽂힌 프라이팬.

정우는 한동안 그 손끝으로 전해지는 불쾌감과 

이유 모를 전율에 부들부들 떱니다.

끔찍한 소리와 함께 터져버린 벌레는 프라이팬

뒷면에 끔찍한 모양으로 잔해를 남겼습니다.


그걸 확인한 정우는 팔뚝에 오소소 소름이 돋습니다.

하지만, 그 소름도 잠깐...

정우는 묘한 기분에 휩싸입니다.


'이건 소름이랑 다르다.'

'마치 한 단계 성장한 느낌?'

'이제는 벌레도 혼자 잡을 수 있는 어른이 된건가!'


묘한 희열에 휩싸인 정우는 그 기세 그대로 집을 

뒤 덮은 벌레들을 박멸해 나갑니다.

숫자를 하나하나 세가며 벌레를 때려 잡던 정우는

이상한 점을 깨닫습니다.


'뭔가 이상하다. 조금씩 커지는 느낌.

 착각인가?'

'그러거나 말거나, 벌레는 모두 죽인다!'


정우는 쉬지 않고 프라이팬을 휘두릅니다.



한참 벌레 박멸에 열을 올리던 정우 앞에

실착이라 생각했던 열린 화장실 문에서 기묘한 것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정우는 꾸준하고, 성실합니다.

알바를 할때도, 벌레를 만났을 때도,

그보다 더한 괴물을 만났을 때도 말이죠.


정우는 꾸준함으로 무너지는 세상을 헤쳐갑니다.

한 손엔 프라이팬을 든 채로 말입니다.


네이버웹툰에서 연재 중인 <프라이팬: 툴 마스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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