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멘텀' 지연 작가 인터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10
[모멘텀]
지연 작가 | 레진

1. 소개

지연 작가
Q. 본명을 사용하시는데 따로 이유가 있나요?
A. 원래는 필명을 사용하려고 했는데, 앞으로 제가 다른 작업을 할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요. 본명으로 하는 게 편할 것 같아 처음부터 본명으로 활동하기 시작했어요.
Q. 블로그, 트위터 아이디에 있는 ‘sundayjorge’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A. 선데이조지. 이거는 ‘선데이 드라이버 닷컴’이라는 제 블로그 이름때문이에요. ‘선데이 드라이버’라는 건 예전에 한 자동차 광고에서 나온 문구에요. ‘선데이 드라이버’ 자체는 일요일에 장 보러 갈 때만 운전하는 운전 못 하는 사람을 일컫는 말이거든요. 레이스 드라이버들도 일요일에만 운전을 하잖아요. 앞에서 아주머니가 운전을 하는 데 그거를 레이스 드라이버가 따라가지 못하는 광고가 있었어요. 그 광고 제목이 ‘선데이 드라이버’ 였거든요. 그만큼 그 차가 좋다는 걸 어필하는 차 광고였는데, 그걸 보고 그냥 ‘선데이 드라이버 닷컴’이라고 짓게 되었죠. 조지는 제가 가끔 필명으로 써요.
Q. 전공이 미술이 아니라고 들었어요. 이전에는 그림을 접한 적이 없나요?
A. 아, 네. 대학생 이전에는 한 번도 접하지 않았어요. 대학생 때 그림 그리는 친구들이 조금 있어서 그 친구들이랑 같이 놀려고 타블렛을 샀어요. ‘그라파이어’라고. 그거를 직전까지 사용했어요. 같은 기종을 2번이나 구매했거든요. 그걸로 맨날 덕질하고 그림 그리고 놀다가, 졸업할 때 쯤에는 그걸 직업으로 가졌네요. 그 때는 드라마 2차 창작을 많이 했어요. 셜록을 정말 좋아해서요.
Q. 블로그나 트위터에 보면 레이싱 이야기가 많아요. 어떻게 접하시게 된건가요?
A. 그 전에는 영화를 좋아했었고 저도 레이싱에 대해서는 아예 모르고 있었어요. 그러다가2010년에 한국에서 그랑프리가 열렸는데, 그 때 TV로 중계가 된거에요. 우연히 그걸 봤어요. ‘저게 뭐지?’ 하다가 레이싱 덕질을 시작하게 된거죠. 레이싱도 유럽 축구처럼 시즌이 있어서 그 시즌을 따라 보다 보니 덕질을 하게 된거죠. 소위 말하자면 덕통사고죠.
Q. 조향이야기가 나와서. 작가님이 좋아하는 향이 있나요?
A. 사실 저 조향쪽은 문외한이에요. 그래서 테라피스트 때문에 관심을 가지고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의외로 이게 한국에서는 가르쳐주는 데도 별로 없고, 접하기가 어렵더라구요. 향수는 사용해요. 좋아하는 향이 몇 가지가 있는데, 과일이랑 플로럴한 가벼운 느낌을 좋아해요. 지금 쓰고 있는 향수는 남자향수에요. 아장 프로보카퇴르랑 페라리 레드. 생각보다 향이 부드럽더라구요.
2. BL
Q. 제일 처음 BL을 접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A. 저는 중학교 때 팬픽을 봤어요. 중학교 때까지만해도 점프만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었어서, 연예인 팬픽을 봤었죠. 그 때 ‘아, 이게 주제가 동성애인데도 너무 자연스러워. 재밌어. 이 느낌 좋은데?’ 이런 생각을 했었죠. 나중에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루비 코믹스*를 봤어요.
(*루비 코믹스 : 현대지능개발사. BL 만화 전문 출판사)
Q. BL 코믹스 첫 입문작은 무엇인가요?
A. 루비에서 나온 몬치 카오리의 초기작품을 봤던 것 같아요. 여러가지 단편으로 이루어져있는 책이요. 몬치가 굉장히 야하게 그리잖아요. 몬치 책을 다 보고 ‘루비 코믹스 재밌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서 읽기 시작했죠.
Q. 처음부터 BL을 그리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나요?
A. 처음으로 할 생각은 없었어요. 왜냐하면 몇 년 전만해도 포털에서 BL 서비스를 아예 안 했었잖아요. 원래는 좋아하죠. 덕질하다보면 BL을 안 좋아할 수가 없으니까. 그러다 레진이 BL 서비스를 하는 걸 보고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Q. 그럼 원래 BL 작품을 하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던 거네요?
A. 네. 해보고 싶은 생각은 있었어요. 그 전에 한국에 BL서비스가 없었을 때는 일본에서 출판을 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어요.
솜이의 방해(?)로 인터뷰 잠시 중단
3. 작품연출
Q. 작가님 그림이 독특하신데요.
A. 제가 만화를 그리기 전에 잠깐 컨셉아트를 했던 적이 있어요. 컨셉아트가 굉장히 짧은 시간 안에 장면을, 조명이라던가 명암이라던가, 지시적으로 그려내야하는 작업이거든요. 그걸 오래 했었어서, 아트워크는 콘티를 할 때 제가 배웠어요.
Q. 따로 참고하거나 영향 받은 작가가 있나요?
A. 그림 영향은 Matt Taylor. 한국에도 요즘에 아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영향을 받았다고 하면, 저 사람의 스타일을 많이 참고 했어요. 작품 보시는 분들은 일본작가 오노 나츠메를 따라했다고 많이 말씀하시는데, 저는 그 사람 만화를 잘 몰라요. 제 생각에, 그 작가가 본 거랑 제가 본 거랑 비슷했겠죠? 이거 자체도 조금 유행하는 스타일이거든요.
Matt Taylor (좌), 오노 나츠메 (우) 그림
Q. 가장 좋아하는 연출 방식이 있다면?
A. 장면들을 그릴 때, 드라마 오프닝영상을 보면 잡다한 화면들 나오다가 주인공 뒷모습부터 나오는 컷이 있잖아요. 로우앵글이든 숄더앵글이든 되게 막 풍부한 표정으로 주연이 샥 돌아보는 거요. 얼굴부터 안 나오고. 그런 느낌의 연출을 자주해요. 정측면 얼굴느낌을 좋아하거든요. 그걸 많이 그리고, 만화에서 많이 통용되는 클로즈업이라던가 이런 연출들은 잘 모르겠어요. 저는 영상에 익숙해서 드라마 방식의 카메라 워킹을 따라가요. 영상에서는 카메라가 이 쪽을 비추면 다음장면에서 한 번에 180도까지 안 돌아가거든요. 그런 원칙을 적용해서 만화를 그리고 있어요. 그래서 아마 보는 분들이 ‘영상적이다’라는 이야기를 하시는게, 영상에 사용되는 연출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어서 그렇게 느끼시는 것 같아요.
Q. 좋아하는 로맨스 클리셰가 있다면?
A. 모멘텀을 그리면서는 조금 덜 그린거 같은데. 커플이 싸우는 걸 좋아해요. 둘이서 언쟁하고 그런거요. 완전하게 사랑하고, 좋아하고 그런 내용보다는 둘이 맨날 지지고, 볶고, 싸우고 하는 장면 그리는 걸 좋아해요. 아니면 남들은 쟤네 둘이 다 사귄다고 생각하는데 본인들은 아니야! 이런 느낌의. 모멘텀의 커플에는 다 이런 느낌이 들어가 있다고 생각해요.
Q. 알몸을 그리는데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나요?
A. 취향 차이인데, 남자 인체를 굉장히 단단하게 그리시는 분들도 있잖아요. 저는 좀 말랑말랑한 느낌으로 그리고 싶어해요. 그래서 근육의 쪼개짐 묘사를 가급적이면 줄여요. 그런 묘사가 많이 들어간 게 릴리에요. 운동을 하는 애니까. (웃음) 기본적으로는 팔 같은 부위도 매끈하게 그리는 편이에요. 손으로 잡았을 때 살이 눌리는 느낌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죠. 엉덩이도 똥글똥글하게. 각진 남자 엉덩이도 좋아하긴 하는데, 전 좀 더 뽀잉뽀잉하게.
4. 모멘텀
모멘텀
Q. 제목 '모멘텀'의 의미.
A. 어떤 일이 시작되어서 다른 쪽으로 일이 돌아가는 때를 ‘모멘텀’이라고 하잖아요. 여기에 나온 모든 커플들 개인이 각자 자신들만의 방향성을 가지고 있는데, 다른 이를 만나면서 바뀌게 되잖아요. 개인들 서로서로가 촉매가 되어서 각자의 인생이 바뀌는. 그런 의미로 ‘모멘텀’이라는 제목을 지었어요.
Q. 작가님이 모멘텀 세계로 들어간다면 어떤 캐릭터가 되고 싶은가요?
A. 미샤가 짱이죠! 상속 이만큼 받아가지고. 장사는 취미로 하고.
Q. 모멘텀 세계에서 애인을 고르자면 누가 좋을까요?
A. 이상적인 애인으로 생각한 캐릭터는 디오랑 에릭이에요. 태오가 현실적으로 사귀고 싶은 타입이라고 많이들 말씀하시던데, 개인적으로 저는 태오가 어른스럽지도 않고, 편견도 많고, 조금 고지식하고 그런 느낌이에요. 태오를 구상할 때 ‘20대 중반의 남자애들은 약간 이런 면이 있지’ 라는 느낌으로 했었는데, 아마 태오랑 비슷한 연령대 분들이 태오를 좋아하시는 거 같아요.
모멘텀 트레이너 中 디오
Q. 언젠가 모멘텀2를 연재할 계획이 있나요?
A. 일단은 모멘텀 외전을 시작했어요. 외전에서는 기존에 나왔던 캐릭터들인 디에고, 칼로, 미샤, 지안 이야기가 나올 것 같네요. 모멘텀2를 연재한다면, 저는 GL도 해보고 싶어요. 옴니버스로.
Q. (사심) 모멘텀2에 나이마가 나오나요?
A. 나이마는 스트레잇일거에요. 나이마 스토리가 있긴 했는데, BL 얘기 중간에 스트레잇 이야기가 끼기가 좀 그래서 그리지는 못했네요.
지연 작가님 집 가는 길. 이런 자연 속에서 모멘텀이 탄생했다.
Q. SM플레이 정보는 어디서 얻나요?
A. SM은 잡지를 좀 봤어요. 그리고 한동안 트위터에 SM플레이를 하는 분들이 정보봇을 만든다거나 만화를 그린다거나 하는 분들이 계시더라구요. 예전에 관련 다큐멘터리를 본 적도 있어요. 그리고 영국 드라마 ‘셜록’ 아이린 애들러 편을 보고, 이걸 컨셉으로해서 찾아봐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영국에는 도미나트릭스(dominatrix)라고 해서 돔 플레이어들이 미샤처럼 자기 홈페이지를 만들어요. 그게 아이린 애들러 편에서 나와요. 실제로 영국에서는 유행하는 직업이에요. 홈페이지를 들어가면 굉장히 자세하게 서비스 항목과 금액, 포트폴리오가 있거든요. 섹스는 안 해요. 섹스를 하면 매춘으로 걸리니까요. 이런 직업이 실제로 존재하고, 테라피스트에 나오는 방식으로 해요. 정보는 그런 데서 얻었죠.
Q. 디오나 미샤에게 다른 회원들도 당연히 있겠죠?
A. 네. 디오는 굉장히 성업을 했었죠. 자기 스튜디오도 있고. 디오가 미샤를 알게 되어서 미샤한테 몇 명 정도 떼줬을거에요. 모르죠. 미샤는 지안을 만나는 동안에 몇 명 정리하고 그랬을 수도 있겠죠?
Q. 미샤가 과거에는 때리는 포지션이 아니었잖아요? 그렇게 바뀔 수 있는건가요?
A. 그거를 ‘스위치’라고 하더라고요. 두 가지 역할을 동시에 하는 사람도 있어요. 가능한 얘기인 것 같아요. 도메스틱 성격 자체가 기본적으로는 조금 비슷하더라구요. 상대방과 본인이 낙차가 있는 관계를 통해서 안정감을 얻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 스위치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알고 있어요.
5. 마무리
Q. BL 코믹스 추천해주세요.
A. 나카무라 아스미코 작가의 동급생. 이런 건 다들 보셨겠죠? 개인적으로는 동급생 이후에 O.B. 쪽이 더 좋더라구요. 그리고 최근에 봤던 게 요네다 코우 작품이요. 네, 완전 추천이에요. 좋아하기 시작하게 된 사람의 감정에 대해서 진짜 섬세하게 표현을 하는 거에요. 좋아하는 감정 뿐만이 아니라 내가 쟤를 좋아하게 되어서 느껴지는 열등감, 피해의식, 자의식 과잉 등의 감정들을 자세하게 표현을 해요. 물개박수 치면서 봅니다. 좋아요. 야마다 유기 작품도 한동안 봤었어요. 하라다도 인기 있지 않나요? (웃음)
Q. BL 웹툰 추천해주세요.
A. 레진에서 ‘모리타트’ 굉장히 재밌게 보고 있어요. 그 커플이 정말 취향이어가지고. 처음 시작하자마자 사귄지 오래 된 연인이에요. 투닥거리는 느낌이 좋았어요.
Q. 웹툰작가를 준비하고 있는 비전공 학생들 혹은 일반인들에게 팁을 주세요.
A. 아마추어는 작업량과 스케쥴 관리를 힘들어해요. 저도 처음에 그랬어요. 만화 전공을 하신분들은 시간 안에 밀도 높은 그림도 그리고, 기술적인 면도 다 아시거든요. 그런데 그걸 공부를 안하고 시작하면, 그림에 시간을 엄청 들일 수 밖에 없어요. 하지만 그림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너무 많은 시간을 투자하지 말고, 시간 안에 적정선의 퀄리티를 내는 그 밸런스를 찾는 게 필요해요. 그림 완성도가 1부터 10까지 있으면 모든 컷을 10으로 그리려고 하면 안 됩니다. 그러지 못하면 골병 들어요. 나 혼자가 할 수 있는 양으로 작업해야 해요.
날아다니는 솜
번외. 솜이 악수회 하나요?
A. 하면 좋은데…… 쟤 상태를 보면 할 수가 없어서… 날아다니고… 가만히 있지를 않아서…. 불가능으로 판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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