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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58, 하드코어 범죄자 폐쇄섬 액션활극

박성원 | 2021-03-23 10:00

섬은 창작자들에게 매혹적인 소재이자 공간입니다. 어디 브리튼 섬이나 혼슈 섬처럼 국가 단위를 이루는 거대한 섬 말고, 문제가 생겼을 때 도망칠 곳이 마땅치 않은 그런 작은 섬들 말입니다. 덕분에 예전부터 크지 않은 섬에 각종 인간군상이 쏟아져 들어가 다양한 이야기들이 만들어 졌는데, 그중에서도 가장 고전적인 소재를 하나 꼽으라면 '흉악한 범죄자들이 섬에 갇혀 서로를 죽이고 죽음'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헬58 신입범죄자들
네이버 웹툰 '헬58'이 바로 그런 이야기입니다. 제목의 헬58은 아일랜드58이라는, 이들이 격리된 섬을 지칭하고요. 이 섬은 크기가 꽤 커서 구역별로 강력한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모여서 지배하고 있는, 작은 대륙과 같습니다. 주기적으로 흉악범들이 비행기에 태워져서 섬으로 던져지는데, 이들 중에 쓸 만한 무력을 갖춘 고수는 무리에 포섭받고 나머지는 사냥감처럼 일방적으로 재미를 위해 살해당합니다.

이야기는 새로운 범죄자들이 섬에 강제로 수용당하며 시작됩니다. 이 안에는 범상치 않은 목적을 가슴에 품고 일부러 찾아온 듯한 초고수, 본인은 범죄자가 아니라고 극렬 주장하는 일반인(=주인공), 얼굴은 흉악하지만 사실 가슴은 따뜻한 조연 등이 섞여 있습니다.

헬58 칼질
내용 소개만 보면 굉장히 진부한 것 같지만, 개인적인 취향의 힘을 조금 빌려서 필자가 네이버 웹툰에서 가장 재밌게 본 작품들 중 하나입니다.

일단 작화와 전투씬이 끝내줍니다. 분위기가 진짜 살벌하다는 느낌. 인물 묘사부터가 극화에서도 한 발 더 나아간, 그야말로 섬에 강제수용 당해도 이상하지 않을 흉악 범죄자라는 점을 팍팍 강조합니다. 전투가 굉장히 잦은 장르의 특성상 전투씬은 이 작품의 백미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닌데, 극사실주의스러운 묘사에 무협적 양념을 조금 쳤다는 느낌입니다. 주먹과 발길질을 주고받는 간단한 흐름조차도 굉장히 세세하고 디테일한 묘사로 무장하고 있고, 그 도중에 종종 보여지는 절제된 무협적 요소를 차용한 장면들도 굉장히 뛰어납니다. 훌륭한 전투 묘사에도 여러 방향성이 있어 절대적인 우위를 논하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런 형식 중에서는 웹툰판 전체에서도 가장 돋보인다고 칭찬해도 좋을 정도입니다.

헬58 아더조
그 다음으로는 역시 다양한 캐릭터들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는데, 흉악한 범죄자라고는 하지만 알고보면 꼭 그렇지만도 않은 입체적인 캐릭터성을 작품의 전반적인 거친 분위기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잘 드러내고 있고, 무엇보다 인물들의 '강함'을 독자들에게 와닿도록 나타내는 솜씨가 매우 뛰어납니다.

그러니까, 작가가 아무리 글이나 제3자 캐릭터의 말과 행동을 통해 아무리 '이 놈은 열라 짱쎈 놈이야' 하고 떠들어도 여러 가지 장치로 이를 전달하지 못하면 독자 입장에서는 중2병처럼 느껴질 뿐입니다. 헬58은 정확히 그 반대입니다. 무시무시한 과거를 지닌 많은 범죄자들, 고수들이 등장하는데,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들의 개성이 뛰어난 것은 물론이고 정말로 한 명 한 명이 사람 목숨을 파리 목숨으로 여기는 괴물들이라는 것이 확실히 느껴집니다. 그 안에서 진짜 섬을 주름잡는 극소수의 초고수와 그 아래에 있는 일반(?) 고수들까지, 강함의 격차마저도 독자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작가의 내공이 엿보이는 부분입니다.

헬58 강자
잉여로 시작한 주인공이 강해질 때까지 작품이 지루해지지 않는 것도 대단한 점입니다. 요즘 독자들이라면 누구나 싫어할 만한 고구마스러운 요소를 다 갖춘 친구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변에서 워낙 통통 튀는 개성있는 빌런들이 여럿 있는 데다, 주인공과는 당장은 상관없이 돌아가는 섬의 정세만으로도 흥미진진하거든요.

작화에 대한 거부감만 감내하고 들어가면 빅 재미를 보장하는 수작입니다. 이런 장르를 선호하는 취향이시라면 더더욱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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