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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숙하지만 어느 때보다 진심인 우리, <미숙한 표현>

나예빈 | 2021-09-07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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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아름다운 겁니다.
처음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걸 자각하게 되면 많은 생각이 들죠.

표현해도 될까 싶기도 하고, 괜히 멀어질까 봐 이 관계 그대로 유지하는 게 나을 것 같기도 하고.

결국엔 여러 가지 이유로 용기를 빼앗겨 마음을 숨기려고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티는 더 나는 법입니다.
모든 사랑의 시작은 설레면서도 어렵다고 하지만 타인의 좋지 못한 시선이 담긴 경우는 더더욱 힘이 들 겁니다.

여기 <미숙한 표현>에 나오는 친구들은 아직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표현하기 어려운 아이들입니다.

고등학생.

어느 정도 자라난 어른들도 제어하기 힘들다는 감정을 다루기에는 너무나도 어린 나이이죠.
친구를 위로하고 싶지만 대체 어떻게 해주어야 정확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감정 표현에 정답이 있을까요. 그리고 우리는 타인의 감정에 점수를 매길 수 있을까요? 문제집을 채점하듯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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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자신이 남자를 좋아한다는 사실을 일찌감치 알아챈 재원.

어린아이들에게 우리는 감정을 표현하는 법을 크게 알려주지는 않습니다.

좋아하는 감정이 드는 것 같다면-우선 그 좋아하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알려줄 수도 없지만-말을 이런 식으로 걸고, 선물은 이런 거로 주라는 식으로요.
직무 유기라기보다는 어른들도 잘 모르기 때문이겠죠.

아무튼 같은 반 반장만 보면 심장이 뛰고, 그 아이가 전학을 간다고 하니 눈물이 납니다.
결국에는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지만 좋아하던 친구는 무서운 말을 건넵니다.

남자가 남자를 좋아하는 건 이상하다고요.

그렇게 첫사랑은 실패, 그 이상의 상처를 남기고 끝이 나게 됩니다.
이후로 재원은 자신이 잘못 되었다는 생각만 가진 채 감정을 꼭꼭 숨겨두어요.
내가 잘못 했으니 모두 내가 감당해야 한다는 식으로요.

정말, 그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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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또다시 재원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재원과 같은 반 부반장, 성별을 다 떠나서 모두가 좋아할 만한 성격을 가진 가람에게 호감을 느껴요.

그도 그럴 것이 가람은 불의를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고, 공부도 잘하는 사람이거든요.
누구라도 이런 사람을 만나면 곁에 두고 싶다고 생각할 겁니다. 굳이 남자라서, 여자라서가 아니라요.

하지만 재원은 이 마음을 꼭꼭 숨기려고 노력합니다.
계속해서 고개를 드는 그 감정을 억지로 누르네요.

사랑하지만 말하지 못한다는 사실조차도 굉장히 괴로운데, 여기서 죄책감까지 더해진다면 마음이 타들어만 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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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리 이상한 거라고 한들, 내 마음에서 중요하게 자리를 잡아가는데 포기가 쉽게 되겠나요?

재원의 마음속에서는 자그마한 전쟁이 일어납니다. 표현하면 안 된다고, 인제 그만 하라고 말하지만, 감정은 더더욱 커져만 가요.

가람만 보면 마치 목각 인형이 되어버린 것처럼 자연스럽게 움직이지를 못합니다.
게다가 다른 사람들도 알아차릴 정도로 얼굴이 새빨개 지고 말아요.

아무리 자신을 제어하기 위해서 노력한다고 해도 이런 신체적인 반응까지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당연히 그럴 수가 없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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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이는 가람이에게로 향하는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가 어렵습니다.
게다가 그 크기는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커지고요.

다른 친구들이었다면 이런 속마음을 털어놓으면서 해소하거나 조언이라고 받을 텐데.
자신의 상대가 가람이니 쉽사리, 아니 어쩌면 평생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을지도 모르겠죠.

끙끙 앓던 재원이는 혼자 행동했다가 더 큰 사고를 만들기 전에 익명의 힘을 빌려 인터넷에 글을 남겨보기로 합니다.

남자를 좋아하는 자신은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냐고요.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나이도, 사는 곳도 똑같은 친구 한 명을 만나요.
물론, 사랑을 느낄 때 마음도 비슷합니다.
왠지 재원보다 더 노련한 것 같은 상대는 이런저런 조언을 주어요.

티 나지는 않지만, 내 마음이 너무 고통스럽지는 않게.

그렇게 둘은 메신저 아이디까지 나누면서 서로의 개인정보도 공유하게 됩니다.
도움이 빛을 발한 걸까요?
재원이도 가람이와 더욱 가까워진 것 같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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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고 작은 조언 덕분에 가람이와 가까워지는 것 같고,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재원.

대화를 통해서 조언 상대가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걸 알아차립니다.
얼굴 보고 싶지만, 상대는 서로 모르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네요.

거절한 건 알지만, 지나가면서라도 보고 싶었던 재원은 같은 학년 중에서 이름을 찾아 나섭니다.
복도를 지나다니면서 유심히 이름표를 보면 알 수 있을 거로 생각한 거죠.

그리고 그 방법은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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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둘은 완전히 모르는 사이도 아니었어요.

단순히 같은 학교라 오가면서 알게 된 정도도 아닙니다.
평소 재원이 복도를 친구들과 함께 지나가다가 만나면 째려보던 남자아이, 준서.

그가 줄곧 상담해주던 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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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서와 같이 있는 걸 본 재원의 단짝친구는 더는 가까워지지 말라고 경고해요.
자신이 같은 중학교를 나왔는데 질이 좋지 않다면서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거로 그 인생을 통째로 평가받는 세상이라..
누가 이런 세상에서 살고 싶을까요.

재원은 그동안 숨겨오던 자신의 비밀을 친구를 위해서 폭발시켜냅니다.

과연 다수에 숨어 손가락질하던 이들은 이런 용기를 가지기는 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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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원이를 중심으로 이어지는 가람이와 준서.

저는 이 이야기를 계속해서 지켜보면서 그림체가 독자들의 마음을 빼앗을만하단 인상을 깊게 받았습니다.
귀여우면서도 몽글몽글하게 마음 한쪽을 따뜻이 데우거든요.

게다가 자극적인 요소가 없습니다.
정말 고등학교 어딘가에서 살아있을 것만 같은 사실적인 스토리와 감정선으로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것만큼으로 집중하게 만들어요.

이야기 전개가 빠르게 되지는 않지만, 그만큼 섬세하게 감정들을 다룹니다.
누구 하나 이해가 가지 않아서 뒷이야기를 애정이 어린 마음으로 보게 된다고 설명해 드리면 되려나요.

귀여운 이 남자아이들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카카오페이지 <미숙한 표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미숙하지만 그래서 더 아름다운 아이들의 추억을 함께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