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매치스틱 트웬티 - 세계제일의 테러리스트와 이야기꾼

박성원 | 2016-09-24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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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고백하고 시작할게요. 사실 저는 트릭을 거의 이해하지 못했어요. 무슨 성냥개비 같은 걸 가지고 어려운 속임수가 난무하는데, 이걸 따라잡는 건 저한테는 무리였습니다. 시험공부 하듯이 차근차근 살펴보면 이해할 수도 있었겠지만, 만화를 보면서 공부를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요. 제가 이해력이 별로 좋지 않고 게으른 탓이겠지요.

 

‘매치스틱 트웬티’라는 웹툰의 이야기에요. 이 만화에는 정신 상태가 영 좋지 않은 세 명의 인물이 등장합니다. 무시무시한 멘탈의 소유자가 세 명이라고 말해도 좋아요. 테러리스트, 이야기꾼, 그리고 청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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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제일의 테러리스트.’ 이건 공인된 명칭입니다. 그녀는 정말로 유능한 테러리스트에요. 테러리스트는 대범하게도 경찰 건물을 접수합니다. 그것도 단 혼자서요. 사실 이 여고생 테러리스트에게는 별다른 정치적, 철학적 지향점 같은 게 보이지 않습니다. 폭력 자체가 목적이 되어버린 느낌일까요. 테러리스트의 사전적 정의와는 다소 차이가 있죠. 하지만 작중에서도 그렇게 불리고 있고, 우리가 테러리스트라는 단어를 엄밀하게 정의해서 사용하지는 않으니까, 그냥 테러리스트라고 해둡시다.

 

건물에 잠입한 그녀는 무차별한 학살을 저지른 다음에, 살아있는 스무 명을 3층 홀로 모두 모아 인질로 잡습니다. 그리고 정부와 협상을 벌이며 바보 같은 요구를 하는데, 외부 공권력 같은 건 이런 종류의 창작물에서 별로 의미가 없으니까 그냥 생략하겠습니다. 람보에 필적하는 초고수가 자동화기를 들고 맨몸뚱이의 인질들을 목전에 두고 있으니 사실 별다른 대책이 없을 것 같긴 해요. 이렇게까지 폭력이라는 순수한 목적에 충실하며, 게다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유능하기까지 하니, 미래의 잠재적 피해자들을 위해서는 차라리 러시아식 대응이 유일한 방법처럼 느껴질 정도입니다.(그런데 xx청 건물의 모든 유리를 모조 설탕으로 교체해 달라는 유쾌한 요구라면, 한 번쯤 고려할 수 있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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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계제일의 테러리스트는 인질들에게 대범한 제안을 합니다. 20명의 인질들 중 10명은 무사히 살려서 내보낸다는 것이지요. 그 이유란 것이 또 특이한데, 그녀에게 남은 총알이 15발밖에 없는 겁니다. 인질들을 모으기 전에 너무 화려하게 일을 벌인 거죠. 원샷원킬로 열다섯 명을 죽여도 다섯 명이 남게 되니, 육체적으로는 여고생에 불과한 그녀가 잡힐 위험이 있는 겁니다. 사실 자동화기를 무쌍으로 다루며 설치는 것만 봐도 육체적인 여고생 카테고리에서 한참 벗어난 것 같지만, 본인 입으로 그렇게 주장하니 그냥 그런 걸로 하겠습니다.

 

인질들 입장에서도 나쁜 제안은 아니었고, ‘청장님’의 주도 아래 ‘공정하게’ 남을 사람과 나가게 될 사람들을 고릅니다. 여기서 등장하는 게 청장님이에요. 그는 이름처럼 xx청의 최고 책임자인데, 일단 초반만 보면 경찰답게 매우 침착하고, 패닉에 빠지기 쉬운 일반인들을 잘 통솔합니다. 그 과정에서 권위를 내세워 반발을 사는 대신 부드러운 말솜씨로 사람들을 설득하지요. 정말로 훌륭한 경찰의 표본과 같은데, 실상은 물론 달랐습니다. 이제 ‘공정한’ 뽑기에 따라 인질들의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 ‘세계제일의 이야기꾼’이 등장합니다. 그는 테러가 벌어졌을 때 화장실에서 기절하는 바람에 늦어버린 셈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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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은 화려한 속임수와 두뇌 배틀입니다. 세계제일의 이야기꾼은 그 이름처럼 이야기를 한다고 나서지만, 형태가 그러할 뿐 그가 떠들고 있는 건 방금 전 뽑기를 할 때 벌어진 속임수입니다. 사실 지능의 문제 이전에 이야기꾼 입장에서는 알 수 있는 것 자체가 거의 없어서, 현실적으로는 무리한 추리라고 생각되지만, 어디까지나 만화니까요. 굳이 테러리스트가 등장할 필요도 없었습니다. 예를 들어 침몰하는 배에서 구명보트에 남아있는 사람의 절반만 탈 수 있는 상황이어도 만화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거예요. 이제 독자들이 공인된 세계제일의 이야기꾼이 늘어놓는 추리 한마당을 보고, 즐기고 평가할 차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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