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풋풋하고 따뜻한 귀갓길로맨스, '걸어서 30분'

김미림 | 2020-01-13 13:15
누구나 말 못할 비밀 하나쯤은 갖고 있다.
또 누구나 다른 이들에게 말 못할 속앓이를 했던 경험이 있을 것이다.
아무리 가까운 사이더라도, 심지어 가족이라도 내 속마음을 털어놓거나 비밀을 꺼내놓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다.
그러한 말을 꺼내는 순간 어쩌면 발가벗겨진 기분을 느끼거나, 내 약점을 잡힌 듯한 느낌이 들수도 있는데 그렇기에 인간관계에서 솔직하기란 참 어려운일이 아닐 수 없다.
만일 세상을 살면서 그렇게 항상 솔직할 수 있는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것은 정말 행복한 일이 아닐까?

남들에겐 쉽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을 가진다는 것은 꼭 나쁜 의미가 아니다.
사람들은 때론 누군가를 배려하기 위해, 때론 나 자신을 지키기 위해 솔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걸어서30분

네이버웹툰에서 현재 연재 중인 '걸어서 30분'이란 작품은 남을 배려하는 착한 성품으로 항상 상처만 받던 한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다.
웹툰 걸어서 30분은 따뜻한 느낌의 그림체와 잔잔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으로 자극적인 내용은 없지만 읽다 보면 자꾸만 빠져들게 되는 매력을 갖고 있는 작품이다. 
드라마적인 요소를 위한 악역도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인물이 착하게 묘사되고 있고, 여기에 서정적인 그림체와 이야기가 잘 어우러져 따뜻한 느낌을 자아내는 이 작품은 어떤 내용일까?

이 작품의 주인공은 '위성은'과 '지구봉'이라는 남녀 고등학생이다.
두 사람은 같은 학원에 다니고, 같은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인데 특이하게도 여주인공의 이름의 유래는 위성에서 따왔고, 남자주인공의 이름은 지구에서 따왔다는 걸 알 수 있다.
또한 이들이 함께 다니는 학원의 이름은 은하학원이고, 고등학교의 이름은 우주고등학교인데 이처럼 우주와 관련된 명칭들이 곳곳에 사용됨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성은과 구봉의 만남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매개체 역시 달로 설정되어 있다.



걸어서30분

이 둘의 첫 만남은 정말로 우연히 이루어진다.
성은은 가장 친한 친구인 '소율', '현준'과 함께  다니는 학원이 끝난 후 혼자 귀가하는 길에 구봉을 만나게 된다.
처음엔 성은이 구봉을 처음 보게 되는데 그날은 럭키문이 뜬다는 날이었다.


걸어서30분

어렸을때 부터 달에 소원 비는 것을 좋아했던 성은은 귀갓길 버스안에서 자신의 집 방향으로 걸어가는 구봉을 처음 보게 되는데, 구봉 역시 성은이 소원을 빌 때처럼 손가락으로 달을 잡듯이 행동하는 걸 보고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평소 같은 방향으로 가는 친구가 없어 외로웠던 성은은 같은 방향으로 갈 친구를 갖길 원했는데 마침 구봉이 자신과 같은 방향으로 가는 걸 보고 더욱 관심을 갖게 된다.



걸어서30분

이후 성은은 구봉의 이름을 알게 되고, 구봉과 다시 만나게 되는데 성은은 너무 반가운 나머지 아직 잘 모르는 사이임에도 구봉에게 귀갓길에 같이 가길 제안한다.


걸어서30분

사실 구봉은 평소 말이 없기로 유명한 학생이었는같은 반 학생들조차 구봉의 목소리를 거의 들어본적이 없을 정도로 과묵한 학생이었다.
성은과의 귀갓길에서도 마찬가지였는데 그럼에도 성은은 누군가와 함께 걷는다는 사실이 마냥 좋기만 하다.


걸어서30분

그러던 어느날 그 둘은 서로의 공통점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늦대쌤과 병앓이'라는 웹툰을 좋아한다는 것이었다.
그 웹툰에도 역시 성은이 달에 소원을 빌때 달을 손가락으로 집듯이 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그 장면을 본 뒤로 성은은 그 웹툰을 좋아하게 된 것이었다.



걸어서30분

이후 그 둘은 학원이 끝나고 항상 같이 집으로 가게 되는데 그 걸어서 30분 걸리는 귀갓길 동안 그 둘은 점차 가까워지게 된다.
처음엔 말 한마디 없고, 고개만 끄덕이던 구봉이었지만 점차 성은에게만은 마음을 열게 되는데 그런 구봉의 변화된 모습에 성은도 점차 두근거림을 느끼게 된다.

한편, 성은은 항상 너무 착해서 문제였는데 중학교때 어떤 일이 있었던 건지,  그 이후로 친구들에게 거절을 잘 하지 못하고 자기 표현을 하지 못하는 성향이 강해져서 항상 피해를 입거나 다른 이들에게 만만한 사람으로 보이곤 해서 상처를 받기도 한다.
혹시나 다른 사람이 자신을 싫어할까봐, 미워할까봐 솔직하지 못하고 누구에게도 자신의 이야기를 잘 하지 못하던 성은은 구봉과 점점 가까워지며 점차 달라지기 시작하는데 모두에게 사랑받을 수 없다는 구봉의 말을 계기로 조금씩 자신의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간다.

사실 네이버 웹툰 등에서 그려지는 학원물은 다소 과격하거나 자극적인 소재가 많이 보여지기도 하고, 10대들의 연애물이더라도 욕설이 난무하거나 순수함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작품은 정말 풋풋하고 예쁜 10대들의 모습을 보여주며 거기에 은은한 달달함까지 더해 작품을 읽는 독자들의 마음도 정화되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서로 좋아하는 마음이 있지만 서로를 친구로 표현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답답하기 보단 풋풋하고 귀엽다는 생각이 더 많이 들고, 또 서로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걸어서30분

이 작품의 특별한 포인트 하나를 또 꼽자면 매 에피소드마다 마지막에 등장하는 성은의 다이어리를 들 수 있다.
성은이 중학생때 그림을 그렸던 배경을 바탕으로 다이어리에 그림으로 그날의 일을 표현하곤 하는데, 그 그림 또한 귀엽고 아기자기한 느낌이라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요즘은 모두 스마트폰에 기록을 하기 때문에 다이어리를 쓰는 경우가 많이 없겠지만, 성은이 다이어리를 쓰는 설정을 통해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어서 항상 이 웹툰을 볼 때마다 필자는 마지막을 기대하게 되는 것 같다.

자극적인 소재를 사용하지 않고 맑고 깨끗한 느낌을 간직한 웹툰 '걸어서 30분'은 2017년 연재 이후 꾸준한 인기를 누리고 있는 작품으로 잔잔하고 따뜻한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추천하고 싶은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