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술집 딸이라고 쉽게 말하는 당신에게. '밤에 사는 소녀'

김미림 | 2020-02-03 10:03

고통이나 불행도 익숙해질 수 있을까?

세상엔 영화보다 더 영화같고,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같은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세상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은 세상의 극히 일부일 뿐이고 우리가 모르는 것들이 세상엔 수없이 많이 존재한다.

대부분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을 세상의 전부라 생각하기 쉽지만 아마도 우리는 누군가의 상상치 못할 고통과 불행을 모른 채 우리의 고통만이 가장 크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큰 사랑을 받으며 종영한 드라마 '동백꽃필무렵'엔 향미라는 인물이 나온다.

술집을 하는 엄마의 밑에서 자란 향미는 하나뿐인 남동생만은 다르게 키워보고 싶어 악착같이 이를 물고 살아간다.

남들이 뭐라하든 상관없이 오직 남동생만은 바닥으로 내려오지 않게 자신을 희생한다.

술집에서 일하여 번 돈으로 남동생 학비, 유학비를 대고 손가락질 받고 욕 먹어도 남들의 약점을 이용해 돈을 갈취한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희생으로 키워 낸 남동생의 외면이었다.

드라마가 아니었다면 이런 인물의 이야기에 우리는 과연 이렇게 큰 관심을 가졌을까?

향미라는 인물의 스토리를 보며 슬퍼하고, 향미의 시각에서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을까?




밤에사는소녀


갑작스레 드라마 이야기를 꺼낸 것은 문득 웹툰을 보며 드라마 속 향미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바로 다음웹툰에서 연재중인 '밤에 사는 소녀'가 그것이다.

밤에 사는 소녀는 두 소녀를 주인공으로 한다.

밤에사는소녀


새벽향이란 술집에서 살고 있는 두 소녀는 사회에서 외면받는 존재들이다.

학교에서 친구들은 그들에 대해 수군대며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그저 그들을 부르는 호칭은 '술집'.

그들이 살고 있는 술집에서 소녀들은 '꼬마', '야' 등으로 불린다.


밤에사는소녀


사실 그들은 술집 주인 '미옥(정마담)'의 양딸들로 방치 된 채로 자라왔다.

어렸을 때 부터 매일 하교 후 술집에서 온갖 잡일을 도맡아 하고 있는 두 소녀는 폭력을 당하거나 밥을 제대로 못 먹어도 서로가 있기에 의지하고 살아갈 수 있다. 새벽까지 잠을 자지 못하고 일하다 보니 학교에선 늘 맨 뒷자리에 앉아 잠만 자기 일쑤, 학교에선 소녀들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이다.

모두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함께 있는 소녀들을 보며 수군대고, 그녀들의 선택과 상관없는 술집이라는 꼬리표는 늘 그녀들을 따라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서울에서 전학온 남학생 '하진'을 만나며 그녀들의 일상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한다.




밤에사는소녀


서울에서 왔다는 이유로 아이들의 호기심어린 관심의 대상이었던 하진은 왜 그런지 알 수 없지만 처음부터 소녀들과 친해지고 싶어하는 모습을 보이며 접근하는데 이에 소녀들은 처음엔 방어하기 급급한 모습을 보여준다.

언제나 그랬듯 자신들이 술집에 산다는 사실을 알면 등을 돌릴 것이 뻔하기 때문에.


하지만 하진은 달랐다.

늘 앞장서서 소녀들에 대한 뒷담화를 하던 '세연'에 의해 술집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하진이 알게 됐음에도 불구하고 하진은 상관없다는 태도를 취하며 여전히 소녀들과 가까워지려 노력한다.

오히려 자신에 대해 지나치게 궁금해하며 속을 알 수 없는 다른 아이들보다 솔직하고 직설적인 소녀들이 맘에 든다 말한다.

처음 느껴보는 진심어린 호의에 소녀들은 결국 마음을 열게 되고 곧 세 사람은 친구가 된다.




밤에사는소녀


그러던 어느날 소녀들은 우연히 사진 한장을 발견하게 되는데, 바로 소녀들의 친엄마'향기'와 정마담이 어린시절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사실 정마담과 향기는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함께 살며 친자매보다 가까운 사이로 살아왔었다.

항상 가게를 차리고 싶어 악착같이 돈을 벌었던 향기는 어느 날 돈을 벌겠다며 정마담의 곁을 떠나고, 정마담은 그런 그녀를 붙잡았지만 결국 혼자 남게 된다.



밤에사는소녀


몇년 후 갑자기 다시 나타난 향기는 가게를 할 수 있는 돈을 다 모았다며 나타나지만 아빠도 모르는 아이를 임신한 상태였고, 떠났다 갑자기 나타난 그녀에게 배신감을 느꼈던 정마담은 그녀를 결국 내쫓고 만다.

얼마 뒤, 딸 아이 둘과 가게를 남기고 사망한 향기의 소식을 알게 된 정마담은 그렇게 홀로 떠나 버린 그녀에게 복수하겠다는 마음을 갖게 되고, 그런 마음으로 그녀의 꿈이었던 가게에 술집을 차리고 소녀들을 거두어 키우게 된 것이었다.



밤에사는소녀


사진 속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자신들의 엄마가 원망스러웠던 소녀들은 결국 그녀가 이미 오래전에 죽었다는 이야기를 정마담을 통해서 듣게 되고,  평생 복수하고 싶던 존재의 갑작스런 부재에 복잡해 지는 마음을 어찌할 수가 없다.

과연 이 작은 소녀들에게 작은 희망이라도 찾아오기는 하는걸까?




밤에사는소녀


이 작품의 소녀들을 보다 보면 정말 이렇게 불행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세상의 온갖 불행을 떠 안은 듯 보이는 이 두 소녀는 지켜보는 이들의 안타까운 마음과 달리 또 의외로 너무나 담담하다.

그들의 그 엄청난 불행들이 당연한 일상인듯 소녀들은 큰 표정 변화 없이 고통을 묵묵히 견뎌낸다.

그래서 독자들은 이 작품을 보면서 더 마음이 아프고 그 소녀들에게 기적이 일어나길 바라게 되는 것 같다.


정마담은 자신의 유일한 가족과 같은 향기를 떠나 보내고 그녀가 소중하게 이루고 싶었던 가게를 술집으로 만들어 평생을 운영한다.

그리고 그녀가 남긴 유일한 혈육인 소녀들을 방치하며 자신과 같은 불행속에 살도록 키운다.

정마담에게 복수는 과연 성공한 것일까?


이 작품에 나오는 인물들 중엔 사실 누구하나 행복한 사람이 없다.

실제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도 마냥 행복하기만 한 사람은 없듯이 말이다. 한꺼풀 속을 들여다 보면 누구나 아픈 구석 하나쯤 있는 법이니까.

불행한 현실을 너무도 담담하게 그려내어 더 마음이 저릿해지는 작품 '밤에 사는 소녀', 그녀들이 앞으로 밤의 어둠을 벗어나 밝은 세상으로 나올 수 있길 바라며 앞으로의 이야기에 기대를 걸어본다.





밤에 사는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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