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다정한 학원물, <그녀와 32분의 1>

심지하 | 2020-01-30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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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학원물, <그녀와 32분의 1>


언제나 시대가 지나도 보통은 치고, 모두에게 그럭저럭 관심과 인기를 끄는 학원물. 이유가 뭘까? 다양한 장르와 섞이기도 하지만 언제나 사람들의 마음 한편에 남아있는 클래시컬한 학원물. 캠퍼스물과 달리 중-고등학교를 그린 학원물은 어느 분야에서건 언제나 스테디셀러이다. 출판 만화만 보더라도 순정만화와 소년만화 모두에서 자주 등장하지 않던가. 교복에 대한 향수 탓일까, 의무교육인 중학교에 대한 공감대는 어지간한 사람들이라면 모두 가지고 있기 때문일까. 그 나잇대, 그 시절이 아니라면 함께 모여있지도 친해지지도 않았을 관계가 고여있기 때문일까. 애써 노력하지 않아도 같은 공간에서 가장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학교, 교실에선 오만가지 일들이 벌어진다. 비슷한 옷과 비슷한 공간, 비슷한 시간이란 제약 탓에 그 안에서 일어난 경험들은 모두 비슷비슷하면서 지극히 개인적이다. 다양한 장르와 온도 차를 보여주는 학원물이 끊임없이 재생산되는 건 바로 이 때문일 것이다. 학교와 교실이라는 공간이 주는 특별함. 그리고 여기에 또 다른 학원물이 있다. 갑자기 좀비가 나타나는 학원물도 아니고, 로봇이나 초능력자가 나오는 학원물도, 학교폭력이나 입시문제를 비판하는 사회비판물도 아니다. 평범한 듯하면서도 개성 있고, 잔잔한 듯 따뜻하며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미소짓게 만드는 그런 만화. <그녀와 32분의 1>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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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32분의 1>은 다음 웹툰에서 연재된 작품으로, 작가는 <순정 큐피트>, 등 매력적인 세계관을 뽐냈던 오곡작가이다. 다른 작품들과 달리 판타지 요소가 빠진 (그러나 전혀 없다고 하기엔 또 어색한) 그녀와 32분의 1. 다음에서 분류한 해당 웹툰의 장르는 순정,코믹,학교생활이다. 작품의 주인공은 제목의 '그녀'인 민 영. 담당 과목은 영어, 올해 처음으로 담임을 맡게 되었다. 입학식 당일 출근길에 사고를 당한 학생, 장옷 안에 교복을 입은 학생을 만나는 건 물론 지갑까지 도둑맞았으나 부푼 마음을 안고 그녀가 맡은 반인 1학년 3반에 갔다가…… 이하생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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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을 했던 아이들은 물론이요 어지간한 만화 캐릭터 못지 않은 아스트랄함을 엿보이는 친구들이 곳곳에 있다. 다른 만화였다면 주인공 자리를 꿰찼을 만한 개성 넘치는 설정의 친구들이 같은 반이라는 이유로 교실 하나에 모여 조화를 이룬다. 물론 이 모든 것은 담임 교사인 민영의 지극한 노력의 결과라고 할 수 있겠다. 어리버리한듯 보이지만 천재인 친구와 매사 빠릿하고 똑똑해보이지만 전교 꼴등인 친구, 매일 잠만 자는 것 처럼 보이지만 남들에게 쉽게 보일 수 없는 상처를 지닌 친구, 혼자 시대를 역행하는 것 처럼 유교적 도리와 질서를 지키며 사는 친구, 혼자 탈 장르하여 온갖 불행을 끌고 다니는 재앙같은 친구, 욱 하고 화가 나면 어지간한 남학생들은 모조리 때려눕힐만큼 손 힘이 강한 친구, 인기절정의 아이돌 멤버 친구, 남자관계가 화려한 친구와 여자 관계가 화려한 친구, 손버릇이 나쁘지만 속내까지 나쁘진 못한 친구, 시끄럽지만 쾌활한 친구, 매사 사글사글해보이지만 남들에게 말하지 못하는 비밀이 있는, 그래서 모두와 친한 것 처럼 보여도 결국 아무와도 친하지 못한 친구. 이외에도 다양한 친구들이 있다. 서른 두명의 다양한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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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넘치는 반 아이들을 데리고 과연 민 영 선생님은 앞으로 1년을 잘 버틸 수 있을까? 섬세한 작화와 입체적인 캐릭터들을 향한 다정한 작가의 시선이 엿보이는 <그녀와 32분의 1>. 톡톡 튀는 친구들을 잔잔하게 녹여내는 연출도 좋지만, 반짝반짝한 그림체 속에서 가장 엿보이는 것은 바로 상처를 대하는 작가의 시선이다. 타인을 불편하게 하지 않고 잔잔한 웃음을 터트리는 작가의 개그센스는 물론이고 드문 드문 엿보이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상처들을 보듬는 담임 선생님, 민 영선생님의 시선은 작가의 시선과도 맞닿아있다. 이전 작품들에서 보였던 섬세한 다정함이 학원물이라는 장르속에서 소담하게 피어나 마치 조화로운 꽃다발 하나를 보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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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의 지갑을 훔쳤던 친구의 뒷면에는 가정에서 받은 컴플렉스와 학교에서 받았던 모종의 괴롭힘이 있었고, 누구에게나 서글서글했던 친구 역시 집안 내외적인 문제로 타인에게 벽을 치고 있었다. 매사 조심스러웠던 친구는 성적 정체성으로 인해 타인의 눈에 띄지 않으려 했고……이외에도 다양한 상처들이 등장하는데, 이 문제들은 민 영 선생님의 관심과 도움으로 해결 될 때도 있지만 아이들이 서로 부딪히고 엮이는 과정에서 해결되는 경우도 있다. 사실 온전한 해결이라고 하기엔 어려운 문제들도 있다. 다만 이는 누가 부족하고 누가 덜 해서가 아니라, 마음의 상처라는 것이 본래 약 한번 바른다고 낫는 것이 아니고 고름을 짼다고 당장 아무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시간을 가지고 오래토록 지켜봐야 하는 일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작품의 시선은 단순히 아이들에게만 향하지 않고 1학년 3반의 친구들처럼 언젠가 학생이었던 민 영 선생님을 향해서도 뻗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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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아이였고 청소년이었고 어른이 된다. 어린 시절 내가 이해할 수 있었던 상황과 어른이 된 내가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은 깊이와 넓이가 다르다. 어릴 땐 이걸 인정하기 어렵지만, 커가면서-시선의 높낮이가 달라지면서 우리는 점차 인정하게 된다. 아, 그땐 그랬었지. 라고. 그때의 내가 틀렸을 수도 있고, 잘못했을 수도 있고, 옳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미 시간은 지났고 우리는 그때의 나와 같으면서도 다른 사람이기 때문에 "맞아, 그땐 그랬었지."라고 말하게 된다. 어린 시절 겪었던 일을 바탕으로 선생님이 된 민영이, 자신을 보살펴준 선생님을 동경하여 선생님이 되고, 그렇게 자신이 받았던 보살핌만큼 아이들을 보살피는 모습은 따뜻하고 다정하다. 자극적인 소재 없이 잔잔하게, 누군가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웹툰 <그녀와 32분의 1>. 프롤로그를 보고 잠깐 긴장할 수 있지만, 그 긴장감은 다음 편에서 눈 녹듯 사라질 테니 걱정하지 말고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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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32분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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