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드디어, 완결. <용이 산다>

심지하 | 2020-03-16 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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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완결. <용이 산다>

2013년 7월 2일.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로 독자들의 눈물과 감동을 자아냈던 초 작가의 예측불허 개그물 <용이산다>의 첫 번째 회차가 올라왔던 날이다. 그로부터 오랜 시간이 지나 드디어 초작가의 차진 드립 만점 개그 일상 판타지, <용이산다>가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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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어린고양이와 늙은개> 보다도 먼저 짜여있었다던 <용이산다>. 나쁘게 말하면 미량의 히키코모리 기질이 있고 좋게 말하자면 소량의 까칠함과 개인주의 정신을 가진 최우혁과 인간을 사랑하는 게임 덕후 김용의 종족을 초월하는 우정 대 서사시……가 아닌 좌충우돌 개그물로 시작했던 용이산다는 김용의 누나 옥분, 어머니 조을년여사를 비롯하여 다양한 용과 인간들의 이야기로 규모를 키워나갔다. 인물이 늘어날수록 이야기는 중구난방, 산으로 가기가 쉽다지만 초 작가의 내공이 돋보이는(이라고 쓰고 숙성된 덕력이 돋보이는 이라고 읽는) 쉴새없는 적재적소에 배치된 드립과 떡밥들 덕분에 긴긴 여정을 지나 즐거우면서도 섭섭하고, 아쉬우면서도 기분 좋은 완결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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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장 4시즌, 중간중간 휴재기간을 생각하더라도 긴 시간이었던 만큼, 이제는 최우혁과 김용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분명 아쉬운 일이다. 우리에겐 아직 더 남은 이야기가 있지 않나요, 작가님? 하고 붙잡고 싶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후기가 올라왔으니 이제 손수건 흔들며 보내줄 차례. 이제는 유료 회차가 올라오지 않는다는 걸 알면서도 시즌 4 57화 옆에 붙어있는 (완결) 글자를 외면하던 시간이여,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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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내,외적으로 탈도 말도 많았던 작품이지만 그만큼 애정이 깊은 것도 사실이라, 완결편을 읽으며 리뷰를 쓰자니 기분이 참 기묘하다. <내 어린 고양이와 늙은 개>에선 짐작하지 못했던 작가님의 덕력이 팡팡 터지던 1기. 김용과 최우혁의 티키타카는 물론이요 답답한 맛이 귀여운 옥분과 영수, 용이 산다를 먹여 살린(?) 마스코트 마리. 판타지 만화에서 빼놓을 수 없는 '나이와 외관이 따로 노는' 할머니와 어머니 이야기를 읽으며 동서양 용 디자인 차이에서 보이는 섬세함과 작가님의 남다른 덕력에 동질감을 느끼곤 했다. 2기는 어떠했나. 김용과 최우혁이 아닌 전혀 다른, 정말 단어 그대로 '갑자기 툭 튀어나온' 차차와 하미. 일평생 조선에서 살아온 용이지만 조선의 용은커녕 용에 대해 아는 바가 없던 차차, 그런 차차와 함께 서로를 가족처럼 챙기던 하미. 매사 유쾌한 마리와 가족들, 그리고 디자인 회사 식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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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기에서 잘생김을 담당한 얼굴 천재 로이, 익숙한 사랑 대신 낯선 냉대 속에서도 늘 씩씩함과 귀여움을 당당하며 자라나는 마리. 사람이 아닌 용, '다른 것'을 대하는 유쾌한 태도를 보여준 화천 농고의 수희와 친구들, 디자인 팀 식구들. 소설로 둔갑한 기록서이자 김용의 생계를 담당했던 <드래곤 나이츠 엠파이어>의 이야기와 떡밥이 성큼 다가온 4기. 지금껏 나오지 않았던 '늙은' 용 셀린느와 가족들, 용과 인간, 자연과 인간, '함께 살아가는' 현재와 미래에 대해 이야기하던 4기까지. 이렇게 정리하고 나니 작가님, 적어도 10기까지는 연재해달란 말이에요! 라는 말이 쏙 들어……가진 않고, 이렇게 이야기를 풀어주신 작가님께 감사한 마음과 그래도 마리 인간화 모습은 다 보여주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하는 마음이 들쑥날쑥해 이상한 기분이 든다. 긴 시간 연재된 작품의 완결편을 볼 때마다 오래 지낸 친구들을 배웅하는 기분이라. 언제든 클릭만 하면 다시 그들의 이야기를 볼 수 있지만 완결 페이지 이후에 일어나는 등장인물들의 일은 더 이상 독자인 내가 볼 수 없는 너머의 이야기라는 사실이 아쉽고 후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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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이 산다>는 가볍게 이야기하자면 인간과 용이 투닥거리는 개그물이고, 다르게 이야기하자면 '다른 존재들끼리 함께 살아가는 이야기'다. 여기서 다른 존재들은 단순히 인간과 용, 종족의 이야기일 수도 있고 어린이와 젊은이, 젊은이와 노인, 여성과 남성, 다수와 소수 등 다양하게 이야기할 수 있겠다. 우리는 누구나 언젠가 어렸고, 젊었고, 늙을 것이며 누구에게나 타인이다. 용들은 강하지만 소수이며 용들의 무력은 현대사회에서 무용하다. 인간 사회에 숨어 살아가는 용들에게 양심은 거추장스러운 것이지만 그런 용들의 존재 덕분에 도움을 받고, 기대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다양성에 관한 이야기는, 다름에 대한 이야기는 어렵기 마련이다. 본래 사람이란 나와 같은 것은 쉽게 공감하고 수용하지만 나와 다른 것은 쉽게 배척하고 비판하기 마련이다. 배척하고 비판하지 않고, 익숙하지 않은 것을 친근하게 그려내는 작가님 특유의 다정함. 개그를 표방하고 있지만 개그만화라는 장르를 통해 자칫 어렵고 예민해질 수 있는 주제를 녹여냈던 회차들은 항상 모두의 공감을 끌어내진 못했을지언정 누군가에게는 웃음을,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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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연재 기간이 길고 실시간 트렌드를 곧잘 반영된 개그는 시간이 지난 뒤에 보면 이해하기 어렵거나 자칫 촌스러워 보일지도 모른다. 본래 웹툰이란 실시간 연재를 함께 달릴 때 가장 재미있는 콘텐츠기도 하니까. 하지만 곳곳에 스며든 보편적인 다정함은 시간이 지난 뒤에 읽어도 여전히 따뜻하다. 당연하면서도 당연하지 않은, 그래서 늘 소중하고 따뜻한 일상을 그려주었던 용과 함께는 이제 토요 웹툰에서 보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작가님의 후기에 따르면 마냥 아쉬워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시즌 5 계획이 없다는 건 정말! 정말 아쉬운 일이지만 다른 후일담이나, 스핀오프나, 기타 등등 기대할만한 소식이 예정된 것 같으니까.(어디까지나 후기에 따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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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주말을 담당해주었던 친구를 떠나보내는 마음이 싱숭생숭하지만, 뒤이어 시작될 이야기를 기다리는 즐거움 또한 남다르기에. 그동안 잘 읽었습니다. 정주행 하며 새로운 작품을 기다릴게요. 언제나 즐겁고 유쾌한 다정함으로 중무장한 웹툰, <용이산다>. 완결 기념 정주행을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