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포] 맥거핀을 변명삼아서 - 해피

므르므즈 | 2016-06-22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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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혼을 위한 닭고기 수프] 에피소드 처럼 말해보자면, 당신은 지금 행복한가요? 요즘 같이 살기 힘든 시대에 행복이라 함은 밤늦게 킨 컴퓨터 게임이나, tv 프로그램에서 간간히 터지는 대박 코미디 정도겠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던져본 질문 되시겠다. 이 경우엔 '던져본' 보다는 '간본'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지만, 요즘은 살기 힘든게 사실이므로 그러려니 하자. 사소한 뉘앙스 차이에 연연하지 않은 게 넓은 마음이고 그게 바로 행복의 지름길이리니, 아무렇게나 붙여넣어도 정의되는 게 행복이라 오히려 정의하기 어렵다. 행복은 힘든거야, 행복은 없어, 행복은 사치야, 행복은 낭비야,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행복의 일면을 정의한 듯한 기분이 든다. 그렇지만 나는 진짜로 행복을 정의했는가? 사전은 행복을 사람이 생활 속에서 기쁘고 즐겁고 만족을 느끼는 상태라 정의한다. 그리고 [해피]는 사전적 정의가 아닌 우리에게 행복이란 무엇인지 정의하려 한다.

 

 

  자기계발서처럼 말하자면, 삶은 스스로 쟁취해나가는 거에요. [해피]의 주인공 역시 그렇게 살아간다. 열심히 노력하면서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집에 덩치 큰 토끼와 고고학자가 찾아온다. 이유는 행복을 발굴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고고학자만이 반지하 방을 미친듯이 파내려가는 날 동안, 여기자가 사건 냄새를 맡고 꼬이게 되고, 건너편 건물에 있는 작은 방에선 히키고모리 한 명이 이들을 지켜보고 있다.  스토리는 이 시점에서 시작한다. 고고학자가 찾으려는 '행복'을 중심으로. 

 

 

  사랑은 하트, 슬픔은 눈물 방울, 화는 혈관 마크, 감정을 기호로 표현한다면 이렇게 할 수 있겠지만 유독 행복만큼은 불분명하게 나타난다. [해피]에선 이 행복을 따뜻한 빨간색의 무엇인가라고 표현한다. 고고학자가 어딘가서 술먹은 김에 주워들었다는 모양을 토대로 추적하는 통에 사실 이게 진짜 빨간색이 맞나 싶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렇다. 그리하여 일행은 이 행복을 찾으려고 열심히 발굴을 하려는 듯 하지만 작품은 이 발굴에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고고학자를 비롯한 인물들이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 지 단편적으로 보여준다.

 

"얘는 발굴 작업 중에 가족이 죽었고, 얘는 어릴 때 헤어진 쌍둥이 언니가 병으로 쓰러졌고, 얘는 가수가 꿈인게 지금 이러고 살고, 불쌍하지?"

 

  하지만, 네 불쌍해요 하고 고개라도 끄덕이려 할라치면 작품은 그걸 용납하지 않는다. 해소되지 않기 때문이다. 비극적인 드라마는 분명히 존재하며 캐릭터 역시 살아있지만 그걸 작품 안에서 활용하지 못하는 것이다. 불쌍한 이야기지만 우리가 작품에 공감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등장 인물들의 슬픔과 상처는 작품 내에서 해소되지 않거나 가장 시원찮은 방식으로 해소된다. 고고학자는 결국 이번에도 행복을 못찾았고, 남자는 여전히 그러려니 하고 살고 있었으며, 극적인 전개 하나 없이 여기자는 자기 언니 기증자를 찾았다는 나레이션으로 끝난다. 좋게 말하자면 깔끔한 엔딩이지만, 나쁘게 말하자면 전개에 걸맞지 않은 허무한 엔딩이었다.

 

 

  잘나가는 강사처럼 말하자면, 안되는 건 없어요. 그렇다 안되는 건 없다. 어떤 전개에서도 우린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는 초인적인 포용력을 갖춰야 한다. 모든 일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까. 어떤 일이든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니 그렇다. 건강 문제로 이식이 안되는 장기를 억지로 이식하기 위해 장기 매매를 시도하는 캐릭터가 존재할 수도 있는 법이고, 이 캐릭터를 구해주자 횟집에 뛰어들어 칼로 자기 신장을 찌를 수도 있는 법이다. 이 모든 전개가 부족한 심리묘사와 갖춰져서 아주 황당한 방식으로 이뤄질 수도 있는 법이다. 그래, 그럴수도 있다. 아주 희박한 확률로 그런 일이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 지구에 운석이 떨어지기 전에 한 번 쯤, 그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 

 

  

  운석이 떨어지기 전에 한 번 쯤 일어날 일이 일어난다고 모든 만화가 막장이라 불리는 건 아니다. 적절한 개연성과 그걸 이루는 과정과 연출이 멋지다면 어느 누구도 그 전개를 막장이라 부르지 않는다. 중심된 이야기를 빗겨버리는 소재만이 막장이라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그런 의미에서 [해피]는 막장 요소가 다분하다.

 

 

  여기자는 쌍둥이 언니가 병으로 고생하고 있기에 신장이 필요하다. 근데 본인 신장은 건강 문제 때문에 이식할 수 없다. 그래서 여기자는 고고학자에게 돈을 빌리고 장기 매매 집단과 접선하여 자기 장기를 떼려고 한다. 참으로 쓸데없이 자극적인 설정이 아닐 수 없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고고학자이자 부자인 캐릭터가 옆에 있지만 의사를 소개해달라는 것도 아니요, 어디다가 신장 기증자를 찾아달라는 것도 아니요 장기 밀매를 위해 삼천만원을 달라고 한다. 이런 쓸데없는 개고생이 행복을 찾기 위한 노력이 될 수가 있는가? 거기다 만화적인 방식으로 이 여기자를 구해주자 여기자는 횟집으로 쳐들어가 요리사에게 자기 신장을 떼어달라 외치며 칼로 할복한다. 필자는 앞으로 찍을 예정인 고어 포르노물을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해피]의 전개는 이렇다. 자극적인 아픔을 포장하여 내놓은 뒤 우리가 어떻게 하면 행복할 수 있냐며 울어댄다. 하지만 아픔부터 우는 방식까지 그 묘사는 단순하고 어딘가 엇나가 있다.

 

 

  수없이 작품은 고민한다. 우린 어떻게 해야 행복할 수 있나요? 행복이란 무엇일까? 작품은 마지막에 그냥 살다보면 행복이 찾아온다는 듯 아무 결론도 내지 않고 끝낸다.

 

"그렇군요. 행복은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어요. 그렇죠?"

 

 여기자의 자살 소동으로 기증자를 찾았다는 이야기를 보고 있자면, 정말 알다가도 모를 것 같은 내용이다.

 

 

  나쁜점만 있는 만화는 아니다. 이건 분명히 해두고자 한다. 캐릭터 활용, 시점 전환을 이용한 전개 방식, 특유의 색감 모두 괜찮은 작품이었다. 하지만 아쉬운 센스와 후반 스토리가 발목을 붙잡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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