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가면을 쓰는 사람들이 되어버린 우리, <소녀예찬>

나예빈 | 2021-04-06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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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인의 덕목은 무엇일까요?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 말하는 것은 너무 오래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꽤 많은 회사 내에서 우리는 솔직하고 열린 마음을 가진 인재를 원한다고는 하지만 정말 있는 그대로 말했다간 동료들 사이의 관계는 물론이고, 위로 더 올라가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죠. 주인공인 예찬이는 사람들의 얼굴이 밤하늘처럼 어두운색으로 보입니다. 눈도, 코도, 입도. 그 어느 것도 보이지 않아요. 그 대신에 속마음이 나타납니다. 속으로 무슨 생각을 하는 지를 알 수가 있죠. 어쩌면 예찬이의 상황은 또 다른 지옥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겉과 속이 다른 삶을 살고 있잖아요. 저라면 누군가와 마주하는 일 자체가 무서워져 이 사회에서 자신을 스스로 격리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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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찬이는 격리까지는 아니었지만, 누구와 말을 섞고 친하게 지내지 않았습니다. 손해 보더라도 조용조용하게 다 수용하면서 지나쳤죠. 왜 사회에서는 무서운 사람만 손해 안 보고 살아남는다고 하잖아요. 착하게 살면 호구 된다고. 정말 그 말처럼 사람들은 예찬이를 이용하고 무시했습니다. 진심으로 고마워한 사람이 없다고 봐도 무방했어요. 어느 날 그런 예찬이 앞에 한 남자가 나타납니다. 예찬이가 일하는 편의점 건물 회사에서 근무하는 회사원 세계.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그 만남은. 세계의 얼굴은 어둡지 않고 평범하게 보였거든요. 세계에게는 처음 있는 일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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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에는 이런 자신의 상황이 칼이 되어 돌아올 줄 몰랐던 예찬이는 보이는 그대로 표현했습니다. 악의도, 문제도 하나 없이 그저 있는 그대로 자신을 드러냈던 예찬. 어른들은 그 순수한 마음을 짓밟았어요. 물론 사람들의 얼굴이 보이지 않고 어둡게 나타나며, 그 위로 속마음이 나타난다고 하면 당황할 수 있겠지요. 다수가 겪는 평범한 일은 아니니까요. 하지만 예찬이의 유치원 선생님은 예찬이네 집안에 큰 문제가 있는 것처럼 표현을 해버렸고 진지하게 고민해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그 지적은 우리 함께 나아가자는 것보다는 네가 무서우니 멀리 떨어지라는 신호와도 같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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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어두움과 마주해야 하는 예찬이의 인생에서 유일한 힐링은 파충류를 보는 것입니다. 파충류들은 기뻐도, 슬퍼도 언제나 한결같은 표정과 얼굴을 유지하기 때문에 좋아한다고 표현하는 예찬. 파충류를 좋아하는 일이 잘못된 것도, 위로받아야 할 일도 아니지만, 이 나이까지 살아오면서 예찬이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정도는 짐작이 가서 마음 한쪽이 아려옵니다. 쉽지는 않아도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고 있는 예찬이는 자신의 일상에서 자꾸만 찾아오는 세계가 불편합니다. 가뜩이나 이유 없이 얼굴이 온전히 보여서 신경이 쓰이는데, 자신한테 관심이 있는 것인지 주변을 맴돌거든요. 어떻게든 떼어내 보려고 남자친구가 있다고 거짓말까지 해버리지만, 세계는 멀리 사라지지 않습니다. 대체 왜 이러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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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매일 예찬이가 일하는 편의점에 찾아와서 초코바를 사 갔어요. 평소와 같이 초코바를 사려던 세계는 예찬이한테 담배를 주지 않는다고 폭행을 하는 고등학생의 범행 장면을 목격하게 됩니다. 큰일 날뻔했지만, 다행히 세계의 도움으로 안전하게 빠져나오게 돼요. 점장님은 그런 세계에게 고마움이라도 표현해야 하는 거 아니냐며 이야기를 해주었고요. 답례하는 게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자 예찬이는 세계에게 초코바를 내밀어요. 여기서 귀여운 장면이 나옵니다. 사실 세계는 단 거를 좋아하지 않아요. 다만 예찬이를 보러 가기 위해 편의점을 찾았고, 그냥 나오기는 뭐하니까 초코바를 사 모았던 것이었죠. 회사 동료들이 초코바를 달라고 말하니 예찬이가 준 것만 제외하고 다 가져가라고 서랍을 열어주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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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예찬이를 좋아하던 회사 동료는 예찬이가 좋아하는 사람이 편의점 알바생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서 편의점까지 가보아요. 예찬이와 마주하고 나와서는 외모가 자기보다 낮고 어떻고 평가를 늘어놓네요. 문제죠. 이렇게 사람 평가내리는 거. 하지만 우리도 살아가며 크고 작은 평가를 서로에게 주는 것 같아요. 점수에 혈안이 되어 시험 준비에 목을 매던 학창 시절과 그 사람이 가진 돈과 지위를 따지게 되던 사회생활의 시작. 사람들의 속을 이미 알고 있는 예찬이는 상처를 많이 받아와서 굳은살이 베낀 걸까요.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평가를 넘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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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모든 것을 잘 참는 것 같아요. 응당 그래야만 하는 분위기가 형성되어있기도 하고,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가는 이상한 눈길을 받기도 하니까요. 사람들 앞에서 무덤덤하게 잘해오던 예찬. 모두들 하루를 잘 이겨내고 버스를 타고 돌아가는 길에 눈물이 나는 것처럼, 예찬이 역시 편의점에서 나와 홀로 집으로 돌아갈 길을 생각하니 무너지고 말았습니다. 골목에 숨어 눈물을 흘리는 예찬이 앞에 나타난 세계. 예찬이는 자신의 표정을 숨기려고 애를 쓰면서 부끄럽다고 이상하지 않냐고 합니다. 세계는 그런 예찬이를 위로해줍니다. “사람들 다 울고 웃고 하는데 뭐가 이상한데요.” 세계의 말에 저 역시 위로를 받았습니다. 우리는 로봇이 아니잖아요. 아무리 어른이 되었다고 할지라도 울고 지치고 화를 내는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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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좋아하는 그 여직원. 아직도 포기하지 못하고, 괜히 예찬이 주변을 맴돌면서 귀찮게 굽니다. 자신이 세계의 여자친구인 양 다가와서 이런저런 거짓말을 늘어놓는 여직원. 그런데 어쩌죠. 예찬이한테는 있는 그대로의 속마음이 보이는걸요. 자신을 힘들게 만든 일이 도움이 될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저는 웹툰을 보는 내내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어요. 여러분들도 지친 이 일상에서 위로를 받고 싶다면 카카오페이지로 오세요! <소녀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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