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찌질하면 어때!' 처음보는 것 같은 피폐물

박성원 | 2021-07-03 13:00

피폐물이라는 것은 사실 엄밀하게 정의되는 개념은 아닙니다. 다만 주인공의 심리, 정신 상태가 영 바람직하지 못한 걸 넘어서 '피폐'한 수준에 달해 있고, 이 상태가 극복되지 못하고 오랫동안 지속된다고 했을 때, 주인공의 멘탈을 기준으로 피폐물이라고들 부르지요. 19금 남성향 웹툰에서는 특히 보기 어려운 소재 내지는 장르가 아닌가 싶은데, 그야 남성향 성인 웹툰을 즐기러 오는 독자들 입장에서는 맛탱이가 가버린 주인공은 그다지 선호할 만한 인물상은 아닐 테니까요. 엄청나게 많은 성인 웹툰을 봐온 리뷰어인 필자도 정말로 '피폐물'이라고 부를 만한 웹툰은 거의 접하지 못한 것 같은데... '찌질하면 어때!'가 최초가 아닌가 싶습니다. 조금 더 자세하게 살펴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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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인공 기현은 시골 동네의 고등학교에서 상당히 심한 괴롭힘을 받고 있는 남학생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별안간 학교의 '짱'이 되는데요. 무공 비급을 얻었거나 격투기를 수련한 덕분은 아니고, 그의 여동생 '유미'가 졸업한 일진 선배이자 지금은 현직 조폭이 된 남친을 사귀면서 기현을 괴롭히던 양아치들을 묵사발을 냈기 때문입니다. 당연히도 기현은 이런 변화를 달갑게 여기지 않고 탈시골 인서울을 목표로 공부에 매진, 결국 지역 국립대보다 하향지원을 하여 서울 소재의 대학으로 입학에 성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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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적인 남성향 성인 웹툰이었다면 이제 메트로시티 서울에서 재능을 꽃피워 하렘을 이룩하겠지만, 이 작품은 조금 다릅니다. 일단 특이하게도 요즘 19금 남성향 웹툰들과는 달리 주인공이 해골 뼈다귀 같은 비쥬얼의 멸치남이라는 점을 무척이나 강조합니다. 요즘에는 날백수부터 양아치까지 남자 주인공은 배경이 어쨌든 몸짱이 기본인 시대인데, 이것만으로도 특이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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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주인공 기현이 겪게되는 연애 라이프도 하렘과는 거리가 매우 멀고 좋은 캠퍼스 라이프와는 더더욱 거리가 멉니다. 입학 초반에는 잘 나가는가 싶더니 여러 가지 오해와 현실적 제약들이 겹치면서 주인공 기현은 말 그대로 피폐해 지고 있습니다. 일단 탈지방 인서울한 계기부터가 범상치 않고 원래부터 사회성이 있는 친구도 아니라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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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러티브가 꽤 뛰어나면서도 소재가 어두운 쪽으로 신선한 작품이라는 생각입니다. 잘 해보려다가, 새로운 삶을 살려다가 비뚤어지고 점점 더 망가져가는 주인공 기현의 모습을 설득력 있게, 보기 힘든 꼴이지만 눈떼기 어려운 흡인력을 뽐내고 있습니다. 기현부터가 현실에서 볼 수 있을 법한 망가진 인물인 데다 그의 주변 캐릭터들도 적당히 속물적이면서도 현실적이고, 개성 또한 잘 살아있는 편이고요. 쉽사리 권하기는 어렵지만 장르적 성공 공식만이 횡행하는 시대에 이 만한 특이한 작품은 오랜만이고, 상당히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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