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공감하고 싶지 않지만 공감 가는 이야기, <지원이들>

나예빈 | 2021-09-27 16:18
몇 년 전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인기를 끌었던 영화 중에 여러 감정을 다룬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 영화 속에서는 우리 머릿속에 담긴 감정들이 저마다의 생각을 하고 있고, 그래서 우리가 조종당하는 것처럼 그려졌죠.

그건 픽션이지만 저는 살아가면서 내 안에 여러 명이 있다는 걸 느낀 적이 있습니다.
'내가 왜 이러지!' 생각하면서도 마음대로 안 되던 때 가요.

여러분들도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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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충우돌 자제할 수 없는 고등학교 시절.

아직은 어른이 되지 않았다는 자유로움 때문인지, 입시가 힘들어 정신이 나간 건지. 도무지 주체가 되지 않을 때입니다.
정말 다양한 감정을 느끼게 되기도 하죠.

하지만 때로는 그 감정들이 내 자신을 힘들게 만들어서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어렵습니다.
'내가 왜 이러지.' 하면서 스스로한테조차도 그런 감정을 숨기고 싶거든요.

네이버 웹툰 <지원이들>은 공감하고 싶지 않은 부분까지 잘 꺼내서 하나의 이야기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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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지원이들>의 의미는 주인공들과도 이어집니다.
고등학생이 되어 처음 만난 세 여학생의 이름이 지원이거든요.
친구가 되는 방법은 생각보다 간단하다는 것처럼 셋은 서로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단짝이 됩니다.

뛰어난 외모로 유명한 지원이, 뛰어난 입담으로 인기를 끄는 지원이.
그리고 이 이야기 중심에 서서 이끌어가지만, 교실에서는 있는 듯 없는듯한 평범한 지원이.
이 셋은 서로 친하지만, 내외부적인 이유가 뒤섞여 서로에 대해 여러 감정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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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의 인기도나 특징은 다를지 몰라도 성적은 비슷한 셋.

그 누구보다도 친한 사이를 유지하던 셋은 영어 학원도 같은 곳으로 다니게 되는데요.
안타깝게도 그 학원은 시험을 통해 레벨을 다르게 구성하거든요.

혹시라도 떨어지게 되면 어떨까 걱정하는 이들.

...괜한 걱정이었어요. 셋은 똑같이 하급반이 되었거든요.
이런 장면만 보면 웃음이 저절로 나고 아무런 걱정이 없어보이는 고등학생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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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 자격지심을 느끼게 되는 경로는 정말 다양합니다.

외모로 인해 달라질 수 있는 인기도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요.
성적이나 집안 사정. 정말 다양한 이유로 친했던 사이가 갈라지기도 해요.
각자 다른 삶을 살아온 이들이니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지 않나.
어른들은 이런 이유로 싸우고 갈라서는 학생들이 철없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잘 생각해보면 어른들도 그렇지 않나요?

회사 안에서도 별것 아닌 이유로 누군가를 미워하기도 하죠.
신입사원인데도 불구하고 능력이 뛰어나다거나, 비싼 가방을 들고 다니거나.
나와 다르게 뛰어난 사람을 보았을 때 가슴 한쪽이 콕콕 찔리는 느낌을 받는 건 인간의 습성일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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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는 정말 친하다고 느낀 사이일지라도 가벼운 이유로 멀어지기도 합니다.

지원이는 중학생 시절에 친했던 친구와 오랜만에 만납니다.
친구는 반가움을 표하기도 전에 은근하게 자신을 치켜세우며 상대방인 지원이를 깎아내려요.
겉으로 대충 보면 지원이를 부러워하는 것 같지만 결론은 전부 내가 더 잘 났다가 되어버리네요.

지원이는 그런 친구의 말에 기분이 나쁘지만 딱 잘라 지적하기가 어렵습니다.
나는 정말 네가 부러워서 그랬다고 말해버리면 그만이잖아요.

기분 나쁜 상황에서도 참아야만 하는 우리들.
내가 잘난 점을 있는 그대로 말하지 못하고 굳이 남을 깎아내려야만 행복을 느끼는 우리들.

대체 왜 이렇게 되어버린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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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든 동경하고 선망할 수 있습니다.

그 상대가 돈이 많은 재벌이거나 능력이 뛰어나 잘 알려진 유명인이 아니더라도 그 사람이 되고 싶다는 감정을 느낄 수 있죠.
특히나 학교가 전부인 학창 시절에는 친구나 선배를 선망의 대상에 두기도 합니다.
그러면서 그 옆자리를 차지하고 싶어 자신보다 못 자란 사람을 찾아내 추락시키고 싶어 하죠.
같이 함께할 수 있는 길을 찾기란 어려워 보입니다.
없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계급이 존재하는 현 사회에서 동침이란 불가능한 일일인지도 몰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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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는 다른 지원이들과 시간을 보내고 집에 들어오면 감정들이 파도처럼 밀려와 어쩔 줄 몰라 합니다.

이는 끊임없이 스스로가 자신을 타인과 비교하고 채점하기 때문은 아닐까요?

물론 정말 다른 이보다 인기가 없는 걸 수도 있고, 다른 이가 의도적으로 지원이에게만 차별하는 걸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상처는 내가 나 자신을 아래에 위치한다고 정의하고 하대하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만약에 이런 감정을 느낀다면 한 번쯤은 멈춰서서 돌아보는 게 큰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내가 지금 느끼고 있는 이 감정. 나는 오늘 정말 나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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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이들>의 댓글을 보면 공감하고 싶지 않지만, 공감된다는 내용이 정말 많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게 긍정적이지만은 않은 일상을 너무나 깊숙이 들어가 묘사하기 때문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 역시도 그런 부분이 몇 가지 있었고요.
가끔 학생들의 이야기를 보면서 어른들은 참 철이 없다고 웃고 넘어가기도 하는 것 같아요.
정말 이건 학생들 만의 이야기일까요? 그렇다고 해도 우리도 학생일 때가 있었을 텐데요.

저는 독자 여러분들의 연령대와 직업이 어떻든 <지원이들>을 추천하고 싶습니다.

너무 깊숙하게 들어가 기분이 이상해질 필요까지는 없지만 한 번쯤 나를 돌아보는 시간이 되는 건 어떨까 싶어요.


우리도 의도하진 않았지만 지원이들이었던 시간이 분명 있었을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