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도 아침이 와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
런칭 전부터 타 웹툰 플랫폼과의 차별점으로 교양 포지션을 내세웠던 만큼 저스툰에서 가장 눈에 띄는 지점은 교양 웹툰의 존재입니다. 대부분의 웹툰 플랫폼에서 비슷한 장르 구분으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면 저스툰에는 '교양', '역사', '실용' 카테고리가 따로 있는 점 역시 그를 잘 뒷받침해줍니다. 밑밥이 길었습니다. 실은 이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그중에서도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는 저스툰의 의지와 색깔을 잘 보여주는 웹툰이 아닐까 합니다.
형식은 옴니버스입니다. 환자 한 명을 중심으로 에피소드가 전개되는데 환자가 입원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퇴원하면서 한 에피소드가 마무리되기도 하고, 기존 환자의 이야기를 보여주기도 합니다. 반복되는 구성 없이 정시나라는 캐릭터를 통해 정말 정신병원의 일상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기본적으론 정시나 간호사의 시선을 거치지만 작가는 환자 한 명을 설명하는 데 충분히 공을 들입니다. 병원에 오게 된 경위를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는 대신 대사 몇 줄을 통해 이입할 여지를 만들어냅니다. 민감한 소재인 만큼 균형감이 중요할 텐데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의 눈에 띄는 부분입니다. 자칫하면 정보성이 두드러지거나 혹은 피상적인 수준에서 그칠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웹툰은 '일상'을 보여주고 그 안에 적절히 정보를 안배함으로써 독자들에게 무리없이 다가갑니다.
그런 점에서 역시 이 웹툰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현실성입니다. 제목 아래 큼지막하게 "이 만화는 현실 사건이나 인물과 관계없습니다"라는 명시에도 불구하고 말이지요. 동글동글하고 귀여운 캐릭터와 손글씨를 연상시키는 대사의 폰트, 그리고 정시나를 제외한 인물을 동물로 표현한 것이 이 지점에서 전략이라고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다른 어떤 특징보다 다양한 환자가 등장하고, 병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 웹툰의 가장 큰 미덕입니다. 게다가 개개인을 들여다보니 병의 원인이 아주 사소한 데서 시작된다는 점도요. 여기에 더해서 선배 간호사한테 질책도 받고 환자를 위하는 마음에서 한 행동이 예상외의 결과를 부르면서 매일 고민하는 정시나(와 동료 간호사)를 통해 독자로 하여금 환자와 의료진 양쪽을 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제목 그대로, 정신병원의 모든 일상을 보여주고 그 삶이 계속 이어진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사실 이 웹툰을 처음 발견했을 때는 ≪정신병동 이야기 ≫(2014년, 이숲 출간)가 잠깐 떠올랐습니다. 그렇지만 정신병동에서 근무한 이력을 가진 캐릭터를 통해 이야기를 전개하는 구조를 제외하면 완전히 결이 다릅니다. ≪정신병동 이야기 ≫ 역시 좋은 작품이지만 당장 추천하라고 한다면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를 권합니다. 결정적인 이유는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가 담고 있는 작품의 따뜻한 톤 때문입니다. ≪정신병동 이야기 ≫는 정보성이 강하고 다소 비관적 분위기로 조망했다면 이 웹툰은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모두를 위한 위로가 주된 정서로 느껴집니다.
작가의 고민이 많이 느껴지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보고 있노라면 정시나 간호사를, 그리고 환자들을, 허구의 캐릭터라는 사실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앞날을 진심으로 응원하게 됩니다. 그것은 이 웹툰을 통해 우리 삶의 부분을 비춰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이제라도 볼 수 있어서 다행인, 한편으로는 변화를 체감하게 하는 웹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