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마리포사, 다른 사람의 껍데기를 빌려

박성원 | 2018-11-02 14:43

주인공 '홍연수'의 부모는 유년 시절의 그녀를 외딴 시골 마을에 버렸습니다. 가족도 보호자도 없는 그곳에서 연수는 마을 사람들에 의해 자랐고, 성인이 된 다음에는 성적으로 착취당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연수는 아주 기초적인 공교육조차 받지 못했고, 마을의 젊고 늙은 남자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몸을 내줘야 하는 처지입니다. 성적 착취 외에도 이런저런 노동과 잡일에 시달리는 것은 물론이고요. 연수는 자신의 처지에 비관하지만 연고도 없고 아는 것도 거의 없는 그녀에게는 벗어날 길이 보이지 않습니다. 




어느 날 연수는 산길을 걷던 도중 나무에 목을 매고 자살한 여자를 발견합니다. 공교롭게도 그 여자는 연수와 대단히 닮은 외모를 갖고 있었고, 유서를 비롯해 소지품까지 온전히 남아 이름이나 주소지 같은 개인정보들도 쉽게 파악할 수 있었지요. 자살한 여자는 유복한 집안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게 분명해 보였고, 처음에는 그저 놀라서 시신을 수습했을 뿐인 주인공은 계속되는 학대를 견디지 못하고 결심을 굳힙니다. 자신이 그 여자가 되어 새로운 삶을 살아가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죠. 연수는 여자의 짐을 챙겨 몰래 마을을 빠져나와 도시로 향하게 됩니다.




제가 19금 웹툰을 리뷰할 때 종종 '스토리'와 성적인 자극의 두 가지 재미를 분리해서 평가하고는 했습니다. 탑툰 '마리포사'의 경우 전자는 괜찮은 편입니다. 주인공 연수가 모험을 결심하고 (거의)평생 살아오며 끔찍한 기억만이 남은 마을을 빠져나오기까지의 과정을 설득력 있게, 너무 늘어지지도 너무 빠르지도 않은 적당한 속도로 전개하고, 자살한 여자가 남긴 의미심장한 유언장이라든지, 시골 출신을 넘어 세상물정을 전혀 모르는 - 그리고 무척이나 매력적인 외모의 - 연수가 겪게될 위기 등 독자들에게 흥미를 안길 만한 떡밥들을 잘 뿌려놓았고, 이야기를 끌고나가는 솜씨도 퍽 좋습니다.




반면에 19금 웹툰으로서는, 글쎄요. 작화는 준수하지만 남성향 성인툰으로 즐기기에는 다소 무리한 측면이 있습니다. 도식적으로 설명하자면 스토리가 8할에 그렇고 그런 씬이 2할 정도 차지하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런 특성을 감안하면 꽤 재밌는 성인 웹툰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웹툰가이드 인기글

통합 리뷰

섹스레슨, 진흙탕의 기억
박성원 | 2018-11-09
<만지게 해주세요!>, 가슴 성애와 스토리
박성원 | 2018-11-08
누구나 그럴 수 있기에 더욱 공감되는 '우두커니'
김미림 | 2018-11-08
당신의 사연을 그립니다, '밤의 향'
문예준 | 2018-11-08
귀여운 그림체 속 잔혹한 현실, 그리고 희망 '여중생A'
박은구 | 2018-11-08
작은 전쟁, 우수한 작화와 기대되는 스토리
박성원 | 2018-11-07
따뜻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상냥한 웹툰, '슈퍼 시크릿'
박은구 | 2018-11-07
대한민국 평균체중이 왜 다이어트를? '5kg을 위하여'
김미림 | 2018-11-07
좀비가 되어버린 딸, 그래도 여전히 내 딸, '좀비딸'
김미림 | 2018-11-06
제목과 다르길 바라는 웹툰 '우리 오빠는 아이돌'
황지혜 | 2018-11-06
논현동 로맨스, 적당히 냉소적이라 좋다
박성원 | 2018-11-05
웃다가 울다가 잔망스러운 일상웹툰, '퀴퀴한일기'
김미림 | 2018-11-05
동화와는 전혀 다르다. 늑대인간이 된 여고생 이야기'늑대와 빨간모자'
황지혜 | 2018-11-05
백조와 오리의 진짜 우정 만들기 '소녀의세계'
김미림 | 2018-11-05
블루밍 시퀀스, 퓨어한 백합
박성원 | 2018-11-05
마리포사, 다른 사람의 껍데기를 빌려
박성원 | 2018-11-02
고정관념을 깨부시는 '화장 지워주는 남자'
황지혜 | 2018-11-02
자취를 꿈꾸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필독서, '자취로운생활'
김미림 | 2018-11-02
당신의 귓가에 속삭일 기묘한 이야기, '소곤소곤'
박은구 | 2018-11-02
당신의 취향은 무엇입니까, '성적취향;'
박은구 | 2018-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