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차별화된 소년만화의 등장,'신도림'

박은구 | 2018-12-31 10:02



이제는 일상의 한 부분이 되버린, 여느 떄와 같이 어김없이 네이버 웹툰을 키고 새로운 작품을 탐색하던 도중 독특한 제목의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신도림', 썸네일과 제목을 처음 본 순간 내가 알고 있는 신도림역에 관한 작품인가?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자연스럽게 손은 작품을 누르고 있었고, 어느새 나는 프롤로그를 보고 있었다. 프롤로그와 썸네일의 조화는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다. 신도림을 배경으로 한, 핵전쟁으로 인해 멸망한 세계, 방사능에 노출되어 미지의 힘을 얻게된 아이들 등.

허나 그 뚜껑을 열었을 때, 모습을 드러낸 것은 다름 아닌 능력자 배틀물. 그것도 배틀물의 왕도라고 할 수 있는 열혈소년물이었던 것이다. 다음 회차를 보면 볼 수록,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더 빠져드는 무한한 매력의 작품. 



<매일 아침마다 저 열차를 타기 위해 사람들은 달린다.>


그것이 바로 신도림이다.

어느 날, 갑자기 세상이 무너졌다. 지상은 방사능으로 뒤덮여 살아있는 지옥이되었고, 살아남은 인간들은 생존을 위해 지하로 들어갔다. '서울 메트로', 전세계에서 가장 발달된 지하구간을 바탕으로 지하도시가 완성되었다. 선택받은 이들을 제외한, 선택받지 못한 이들은 매일 아침 신도림으로 향하는 급행열차를 타기 위해 고군분투를 한다. 지상은 겉잡을 수 없는 무법지대가 되었고, 지하도시 신도림에 들어가지 못한 이들은 살아남기 위해서 강해져야만 했다.



<지상은 이미 지옥과 다름없다.>


선택받지 못한 이들, 즉 지상에 남겨진 이들은 이 지옥같은 곳에 남겨진 것에 대해 분노했고, 분노는 자연스럽게 수많은 범죄로 이어졌다. 지하도시 신도림의 정부는 이러한 지상의 혼란을 억제하기 위해 범죄자들에게 현상금을 내걸기 시작한다. 여기서 이제 이 작품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이 일대 근방에서 돈에 환장하고, 돈에 목숨을 거는 현상금 사냥꾼들. 그들이 바로 이 작품의 주인공인 천둥과 점보이다. 돈이라면 사족을 못쓰는 그들은 자신들의 목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커다란 돈이 걸려있는 범죄자들을 닥치는대로 잡아다 돈을 번다. 


신도림 천둥에 대한 이미지 검색결과


자,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작품을 보다 보면 천둥과 점보의 과거, 그리고 나이가 나온다. 작품의 주인공, 천둥은 외적인 모습만 봤을 때는 이제 갓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인다. 특별한 무술을 배우거나 혹은 현상금 사냥꾼 이력이 있는 것 또한 아니다. 과거의 딱 한 가지 이력을 빼고는 평범한 학생이었다. 바로 그 한 가지 이력이란 '전 청소년 국가대표 야구선수' 라는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운동선수였다고 해도 극악무도한 범죄잘들을 무력으로 제압한다는 건 쉽지 않다. 여기서 본 작품에만 등장하는 한 가지 개념이 나오는데 바로 이 작품에는 '키즈'라고 불리는 일종의 진화된 존재들이 있다. 키즈란, 방사능으로 인해 신체 변화가 생겨서 방사능에 끄덕도 없는 것은 물론 초인적인 힘을 얻은 자들. 특이하게도 이 힘은 성장판이 닫히기 전의 청소년들에게만 찾아온다고 한다. 그렇다. 우리의 주인공 천둥이 바로 이 키즈인 것이다. (점보 또한 마찬가지.) 현재 천둥의 나이는 24살. (18+6) 18살의 외적인 성장이 멈췄다. 타자 출신답게 주로 사용하는 무기는 야구배트,  그리고 모든 공격 기술의 명칭은 야구용어이다. (키즈로서 각성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재능이 비약적으로 상승한다고 한다. 예를 들어 유도 선수였으면, 유도 쪽으로 극대화. 복싱이면 복싱으로 극대화.)




 작품 초반에는 저 어린 친구들이 도대체 어떤 돈이 필요하길래 저렇게까지 하나 이런 생각이 들었는데, 작품 중반에 이르자 그들은 지금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채무를 갚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즉, 이미 엄청난 액수의 돈을 빌렸고, 그것을 갚기 위해 이렇게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 또 하나의 의문이 생긴다. 그들은 그만한 액수의 돈을 왜 빌렸고, 그것을 이용해 무엇을 했을까. 이것이 바로 핵심이다. 그들이 하는 행동의 목적을 부여하고, 당위성을 제시하는, 그들 어깨의 결코 떼낼래야 떼낼 수 없는 짐을 겸허히 받아들인 이유. 그것은 바로……. 

필자가 말하는 것보단 직접 작품을 보는 것이 날 것이라고 생각한다.



<세계관 최정상급 인물 땡전>



<세계관 최정상급 인물 이종이, 사용하는 무기는 말 그대로 '종이'이다.>


이후 그들은 모종의 이유로 지하도시 신도림과 대치하게 되고, 주인공 일행의 동료가 점점  늘어난다는 소년 만화의 전통적인 클리셰를 따라가지만 하나도, 그 어떠한 부분도 뻔하지 않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각 캐릭터들이 가지고 있는 매력에 있지 않나 싶다. 소년만화의 탈을 쓰고 있지만, 주인공들이 가진 입체적인 성격들이 전혀 소년만화 틱하지 않다. 돈이라면 사족을 못쓰고, 매우 솔직하다. 하찮은 정의감 때문에 목숨을 걸고 돌격? 이딴 거 없다. 오로지 자신들의 가치관과 주관에 이입해 행동하고, 선택한다. 동료를 끔찍히 아끼지만 그만큼 나사가 빠져 있는 인간들. 그들이 이 만화의 주인공이다. 이 작품을 보다보면 맨 마지막 컷에는 대부분 천둥 일행들이 웃는 장면으로 끝나는 게 많은데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그들이 얼마나 나사가 하나, 아니 여러 개가 빠져 있는지 알 수 있다. 굉장히 매력적인 작품인게 분명하고, 또 필자가 생각하기에 이 작품이 독자들을 끌어당기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배틀물의 장점을 극도로 잘 살렸다는 것. 배틀물의 특성상, 이렇게 수많은 인물들이 싸움을 하다보면 각각의 전투력과 파워 밸런스가 굉장히 민감한 주제가 될 수 밖에 없다. 누가 가장 강할가, 누가 가장 셀까, 누구랑 누구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근본적으로 독자들은 이런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다. 그러나 작가가 대놓고 이 사람이 가장 강합니다. 얘랑 얘랑 싸우면 얘가 이깁니다. 라고 말해버리면 작품을 보는 흥미가 식어버린다. 이미 답을 알고 있으니 재미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가장 잘 쓰는 방법이 바로 간접적으로 그것을 보여주는 것인데 신도림은 그런 부분이 무척 뛰어나다. 세계관 최정상급들의 묘사와 파워 밸런스, 이런 부분들을 아주 적절히 교묘하게 잘 드러내어 독자들의 흥미를 자극한다. 그로 인해 독자들은 이 작품을 보면 볼 수록 더 끌리고, 더 재미있게 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뻔하고 지루한 소년 만화, 배틀물의 질린 독자가 있다면 웹툰'신도림'을 강력하게 추천한다.


<아.. 타이거 D.. 그는 대체..>



신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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