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벨기에 만화 센터를 둘러싼 갈등과 앞으로의 변화.

윤보경 | 2020-02-21 10:00

벨기에 만화 센터를 둘러싼 갈등과 앞으로의 변화


윤보경

 


<땡땡의 모험>, <스머프> 등의 클래식 만화부터 현재의 다양한 색깔의 작가들 (대표적으로 프랑수아 슈이텐/François Schuiten, 도미니크 고블레/Dominique Goblet, 브레흐트 에번스/Brecht Evens )의 작품, 유명한 만화 이론가 (티에리 그로엔스틴/Thierry Groensteen, 브누아 피터스/Benoit Peeters)를 배출한 나라, 벨기에는 유럽의 만화 강국으로 여겨진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는 유럽 최초의 만화 박물관, 벨기에 만화 센터 (Centre Belge de la Bande Dessinée/CBBD)가 있다. 아르누보 고전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옛 백화점 건물에 위치하며, 벨기에 만화 역사에 관련된 소장품들이 잘 전시되어 있다.

 


<이미지 1. 벨기에 만화센터>

▲<이미지 1. 벨기에 만화센터>


 

작년에는 벨기에 만화 박물관 개관 30주년을 맞이하였는데, 그 해 5월에는 개관부터 벨기에 만화 센터를 지켜왔던 장 오키에(Jean Auquier)가 디렉터 자리에서 물러났다. 10월에는 운영위원들의 투표를 통해 새로운 디렉터 이자벨 데베커(Isabelle Debekker)가 임명되었다. 그녀는 응용미술 학위를 받고 브뤼셀의 극장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이후 데베커 가족이 운영하는 회사의 행정업무를 7년간 맡아 일하였고, 2015년부터는 벨기에 만화 센터의 총괄 비서로서 재직해 있었다.

 


<이미지 2. 새롭게 디렉터로 임명된 이자벨 데베커>

▲<이미지 2. 새롭게 디렉터로 임명된 이자벨 데베커>


 

앞으로 있을 다양한 변화를 예고하는 30주년을 기회로, 또한 새로운 디렉터 임명을 기회로, 벨기에의 작가들과 에디터, 출판 관련 종사자 등은 그 동안의 건의 사항과 불만들을 표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새로운 디렉터를 선출하는 투표 방식이 너무 불투명하였으며, 만화 센터 내부의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가 특정된 누군가의 이익을 위해서만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 미래를 기약하는 장기 프로젝트가 없다는 것과 벨기에 만화 센터가 맡아 해야 할 역할을 충분히 해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비판했다.


그 해 11, 벨기에 작가/에디터 연대는 벨기에 만화 센터 변화 촉구를 위한 촉구문을 발표했는데, 이번 디렉터 임명에 대한 걱정과 비판을 강하게 드러내었다긴 본문 중 해당되는 내용은 아래와 같다.


« 우리 벨기에/프랑스어권/네덜란드어권 만화 작가들은 벨기에 만화 센터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있다. 새로운 디렉터 선출은 정치적 자립 유산 보호를 위한 목적으로 결정되어야 했다. 적합한 자격 요건과 앞으로 기대할 수 있는 다양한 프로젝트로, 디렉터 임명에 더욱 합당할 것으로 평가되었던 다른 후보자들은 일부 회원들의 이익을 위해 임명이 거부되었다. »

 


<이미지 3. 벨기에 작가/에디터 연대의 촉구문 전체>

▲<이미지 3. 벨기에 작가/에디터 연대의 촉구문 전체>


 

실제로 새로운 디렉터로 임명된 이자벨 데베커의 가족 회사가 벨기에 만화 센터를 둘러싼 이익에 깊게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벨기에 만화센터의 다양한 행사와 이벤트의 독점 용역업체가 데베커 가족 회사이며, 센터와 인접한 음식점도 가족 회사가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작가 연대가 지적하는 부분인, ‘이번 디렉터 임명에 다양한 경제적 이익이 연관되었다는 주장이 신빙성을 갖는다.


그 이후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다른 탈출구를 찾지 못한 채 서로의 주장을 계속 펼치고 있다. 다만 최근 들어서 이자벨 데베커 디렉터와 작가/에디터 연대가 사태 해결을 위한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전해진다. 풍부한 자산과 앞으로 계속 이어갈 유려한 유산을 가지고 있는 벨기에 만화계가 현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여 좋은 방향의 변화가 만들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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