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 슬 작가 인터뷰

탁정은 기자 | 2020-07-11 14:00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110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

슬 작가 | 다음



작가님이 직접 경험한 현실 사회 생활부터 자취 생활까지!
여러분 이게 디자이너와 자취생의 현실입니다 ^^
도대체 회사를 다니는동안 작가님께 무슨 일이?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의 슬 작가님과 함께한 솔직담백한 인터뷰 만나보겠습니다!


Q. 안녕하세요 슬 작가님! 먼저 간단하게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다음 웹툰에서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이라는 생활툰을 그리고 있는 '슬' 입니다.

Q. 베도에서 정식 연재 제의를 받으시고 정말 기쁘셨을 거 같은데 작품 안에는 그 기쁨이 크게 보이지 않아요. 오히려 답변이 오기만을 전전긍긍 기다리고 미팅 후에 바로 아프셨죠. 지금이라도 기쁜 마음을 표현해 보자면?
A. 그래 보였나요? 사실 메일을 회사에서 확인하자마자 화장실에 달려가 조용하게 엄청 기뻐했었습니다. 점핑 만세까지 하고 이성이 돌아오자 이거 사기일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생긴 거죠.

Q. 처음 자신의 사회 생활로 일상툰을 기획하시게 된 과정은 어떻게 되시나요?
A. 워낙 사회생활이 다이내믹했어서 소재와 컨셉으로 적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주변에도 특이한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도 많았고요.
그리고 아마추어로 도전하기 전 다른 아마추어 일상툰을 둘러봤을 때 '사회 초년생'이라는 키워드는 없더라고요. 그래서 냉큼?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슬이인생_1.PNG

직장인에서 웹툰 작가로

Q. 본인의 일상을 그림으로 그려 SNS에 올린 것을 떠올려 직장생활 중에 그리시게 되었죠? 
A. 제가 대학교 4학년 때 졸업준비 작품의 기획서가 통과가 안돼서 할 일이 없을 때가 있었는데요. 그때 심심해서 SNS에 일상을 그려서 친구들끼리 공유했었습니다. 생각보다 재밌었어요. 그래서 사회에 나가기 전부터 일상툰을 연재해보고 싶다는 생각은 항상 가지고 있었습니다. 회사를 다니게 되면서 찾아온 공허함을 없애기 위해 그 생각을 행동으로 옮기게 된 거죠.

Q. 연재 초반에 직장을 다니시면서 회사 업무도 벅차셨을 것 같은데 작업을 하시기에 힘드시지 않으셨나요?
A. 그래서 3화 만에 때려치웠습니다. 사람이 할 짓이 못됩니다.

Q. 혹~시 다시 직장인이 되고 싶었던 적이 있으신 가요?
A. 주변 지인들은 다 직장인이어서 공휴일이나 연휴 시즌이면 다들 들떠있는 게 부러운 적은 있습니다. 아니면 나 빼고 금요일에 놀거나.. 그럴 땐 좀 얄밉습니다.

Q. 퇴사한 회사에서 작가님의 작품을 보고 연락이 온 적은 없었나요?
A. 없습니다. 엄청 유명했으면 연락이 왔었을 텐데 미미한 인지도라서 안 왔던 거 같습니다.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Q. 집순이이신 작가님께서는 작업 외에 일상이 어떻게 되시나요?
A. 직장인일 때는 게임을 한다던가 그냥 누워있는다던가... 누워있는다던가…했는데 지금은 휴식시간이 날 때는 어떻게든 책을 읽어보려 하고 있습니다. 개그 만화지만 그래도 글을 쓰다 보니 스스로 언어능력에 실망해서 조금이라도 아는 단어를 늘려보고자 노력 중입니다. 물론 몇 자 읽다가 잠드는 게 대부분입니다.

슬이인생_2.jpg
독자 댓글 읽기(출처=슬 작가 인스타그램 @daa_seull)

Q. 작가님 SNS에 독자들 댓글 피드백을 그림으로 답변해 주시는데요, 시작하게 된 계기가 어떻게 되나요?
A. 별거 없는 계정인데 찾아와주셔서 팔로우 해주시고 응원해 주시는 분들이 계신데요. 보답으로 뭐라도 올려야 될 것 같은데 제가 딱히 올릴 사진도 없고, 따로 자투리 만화를 그리려고 해도 안 하게 돼서 주기적으로 올릴 수 있는 컨텐츠를 생각하다가 나온 게 그 주 공개된 만화 댓글에 답변을 하자는 것이었습니다.
다음 회가 공개되기 전에 업로드해야 하니까 강제성도 부여되고 그래서 어찌어찌하고는 있는데 언제 지쳐서 그만둘지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Q. 디자이너로서의 삶과 웹툰작가의 삶의 장단점은?
A. 디자이너로서의 장점은 글쎄요.. 지나가다 보이는 상가 간판 폰트가 어디 건지 쉽게 알 수 있다는 점, 식당 메뉴판을 보면서 행간이나 자간에 대한 심도 높은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 단점은 돈 벌기 힘들어요. 단점이 한 개밖에 없네요. 최고의 직업이다.
웹툰 작가의 삶의 장점은 삶의 주도권이 100% 스스로에게 있다는 것이죠. 일하고 싶을 때 일하고 자고 싶을 때 자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은 그 책임은 다 본인이 져야 한다는 거죠. 정신 안 차리면 일하고 싶을 때가 아직 안 왔는데 하루가 다 가있습니다. 아니면 일만 종일하다가 잘 때를 놓쳐서 생활리듬이 엉망이 된다던가.. 시간관리를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마감을 할 수 없게 되거나 건강이 박살 납니다.

Q. 과거로 돌아가신다 해도 디자인 전공을 선택 하실 건가요?
A. 아마도 그러지 않을까요? 그래도 디자인을 배우던 학부생 때까지는 디자인이 재밌었습니다. 그런데 디자인으로 돈 벌려고 하니까 재미 없어졌습니다..

Q. 퇴사 전과 후의 행복 지수는 어떻게 되시나요?
A. 퇴사 전이 오히려 일이 훨씬 적고 몸도 덜 힘들었습니다만 행복지수로만 따진다면 퇴사 후인 지금이 훨씬 행복합니다. 적어도 지금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조금 생겼거든요. 그때는 먹고 살 걱정을 매일 했어야 해서 삶이 정상이 아니었습니다.

Q. 작가님의 드립력 어디서 나오는 걸까요?
A. 저는 개인적으로 드립력이 별로 없다고 생각하는데요.. 작업을 할 때 최대한 쥐어짜서 하는 편이긴 합니다. 쥐어짜도 생각이 안 나면 화장실을 가요. 역시 뭘 배출하는 공간이라서 그런지 개소리도 같이 생각나더라고요.

Q. 현재 자취방 인테리어는 어떻게 되어 가고 있나요?
A. 곧 뜨거워질 여름을 위해 에어컨 바람길을 만들려고 김장봉투를 샀습니다. 더 이상 이 집에 인테리어는 없습니다.

Q. 작가님의 실물이 궁금해요! 캐릭터와 싱크가 어떻게 되나요?
A. 제가 낯을 많이 가려서 사진은 아직 부끄럽고요. 캐릭터와의 싱크는 헤어스타일이나 입는 옷이나 똑같습니다. 미화는 좀 되긴 했어요. 캐릭터보단 덜 귀엽죠.


작업실사진.jpg
슬 작가님 작업실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

Q.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은 ‘슬이 인생’을 줄인 듯한 느낌인데요. 직접적은 제목의 의미 외에 다른 뜻이 담겼나요?
A. 제목을 슬이 인생으로 하고 싶긴 한데 너무 진부한 것 같아서 줄임말로 끼워 맞추다 보니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이 되었습니다. 특별한 의미는 없고 제목이 곧 내용입니다.

Q. 본인의 이야기를 웹툰으로 담은 계기는 어떻게 되나요?
A. 원래 일상툰을 좋아했거든요. 제가 다른 웹툰이나 출판만화도 일상툰만 봤었습니다. 다른 장르들은 감정을 너무 소비하게 돼서 힘들어서요. 그렇게 많이 접하다 보니 시도해보게 되고 시도하다 보니 야망이 생긴 거죠. 일상툰 작가가 돼서 회사를 때려치우고 싶다는…..

Q. 자신의 이야기를 그리면서 즣은 점은?
A. 제가 살면서 안 좋은 경험을 하거나 실패를 해도 만화로 그리면 실패가 아니라 소재가 되기 때문에 더 이상 그 경험으로 괴로워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래서 어떤 일을 도전하거나 시작할 때 용기가 생겨요. 실패가 두려워지지 않습니다. 망하면 소재로 쓰자!!는 마인드가 있거든요

Q. 그럼 반대로 단점이 있다면?
저의 단편적인 모습과 만화적으로 표현한 모습만 보고 타인이 저를 쉽게 판단하는 거예요. 제가 겪은 일을 바탕으로 만화를 그리지만, 만화는 재미 위주로 재가공되기 때문에 만화 속에 저의 모습과 지인들의 모습은 실제와 차이가 있습니다.(특히 르미) 그리고 제가 완벽한 사람이 아니다 보니 저의 경험을 만화로 바꿀 때 실수가 있을까 봐 끊임없이 스스로를 검열하고 작업할 때도 끊임없이 생각하다 보니 지치게 된다는 점이 있습니다.

Q. 작가님께서 가장 마음에 드는 에피소드와 그 이유는 무엇인 가요?
A.  시즌 1에서 가족 휴가 에피소드를 제일 좋아합니다. 저희 부모님께서 제일 좋아하셨거든요.

Q. 작품에 나오는 대사 대부분이 실제 이야기와 생각이지만 작업을 하실 때 힘드신 점도 많으실 거 같아요. 연출, 에피소드, 대사, 그림 등 가장 힘드시거나 신경 쓰시는 부분은 어느 것인가요?
A. 앞서 말씀드린 거랑 조금 비슷한데요.
제가 완벽한 인간이 아니고 지식적으로나 다방면에서 부족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저의 경험과 타인의 이야기를 만화로 가공할 때 혹 부도덕적인 모습, 잘못된 정보 전달이 있을까 봐 조심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저는 탕수육을 부먹으로 평생을 살아와서 만화에도 탕수육을 부먹하는 모습으로 그렸는데 알고 보니 탕수육은 찍먹으로 먹어야 도덕적으로 올바른 음식이었던 거죠.. 그랬을 때 독자분들이 봤을 때 부적절하다고 느낄 수 있죠. 그런데 이런 부분이 잘못하면 제가 타인에게 안 좋은 영향력을 끼칠 수도 있기 때문에 제일 조심하고 있습니다.
선한 영향력을 끼치면서 재밌기까지 하는 건 정말 어려운 것 같아요.. 다른 모든 작가님들을 존경하고 있습니다..

Q.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을 보다 보면 제 자신을 돌아보게 되는 시간이 되는 듯합니다. 특히 저는  20~21화 Get ready with me가 그랬죠. 작가님께서는 독자들이 작품을 보고 어떤 점을 느끼길 바라시나요?
A. 처음에는 그저 만화를 만들어내는 것 자체로도 벅찼어요. 하지만 일이 조금 익숙해지고 생각할 여유가 생기니까 제가 가지고 있는 미디어로서의 영향력이 크진 않지만 그래도 좀 선한 영향력을 주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어요. 그래서 Get ready with me 시리즈를 작업하게 된 것이고요.
그런데 막상 작업하고 나니 저의 부족함만 느끼게 되었습니다. 아직 공부가 많이 부족한 것 같아요. 요즘엔 그냥 독자님께 불편만 안 끼쳐드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가볍게 웃어주시기만 하셔도 저는 기쁠 것 같아요.

Q. 본인 이외에 다른 인물들의 에피소드도 등장합니다. 작품 속에 보면 대화를 하며 메모 하시던데 정확하게 그 당시 들었던 이야기를 참고하셔서 작업하시는 건지, 주제를 선정하신 후 작업하시면서 도움을 받으시는 건지 궁금합니다!
A. 둘 다입니다. 재밌는 상황이 생기면 머리에 넣어놓거나 그 자리에서 메모를하고요. 주제를 선정하고 작업할 때는 따로 자리를 만들어 인터뷰를 하기도 합니다.

Q. 에피소드가 너무 생각나지 않을 때는 어떻게 하시나요?
A. <슬이인생>은 사실 현실과 1년 정도 텀을 두고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1년 전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타이밍이 괜찮다면 현재의 이야기도 섞어서 진행하기 때문에 에피소드 자체가 생각나지 않을 때는 아직 없었던 것 같아요. 이야기의 진행이 막혀서 안 풀려도 카페에서 9시간 정도 앉아있으면 그래도 1회분은 나오더라고요. 카페인 덕분인 것 같습니다.

Q. 다양한 등장인물들이 나옴과 동시에 각 인물들의 이름들이 단순하면서 무슨 의미가 담긴 건지 궁금하기도 합니다. 인물들의 이름, 캐릭터를 그린 과정이 어떻게 되시나요?
A.  보통 실제 본인들 이름에서 따옵니다. 아니면 그들이 게임이나 자주 쓰는 닉네임에서 따오기도하고요. 캐릭터 디자인 같은 경우도 그냥 딱 봤을 때 연상되는 동물로 그립니다. 아니면 직접 본인들한테 물어보기도 하고요 원하는 모습이 있느냐고요.

Q. 이제 더는 작가님 회사 생활에 관련된 이야기는 볼 수 없는 건가요?
A. 종종 저의 회사 생활 에피소드를 그리워하는 독자님들도 계시더라고요. 하지만 정말 죄송하게도 일단 제가 회사를 다니질 못하니 에피소드는 나오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제가 불행히도 천재는 아니어서 겪지 않은 일을 꾸며내는 건 불가능하더라고요. 그래도 제 주변들은 다 직장인들이니 회사 생활 이야기는 그들에게 뽑아볼 순 있을 것 같아요.


독자분이만들어주신슬이피규어.jpg
독자분이 만들어 주신 슬이 피규어


모두 감사합니다

Q.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 시즌3까지 만나볼 수 있을까요?
A. 글쎄요.. 제 욕심에서는 계속하고 싶긴 한데. 모르죠. 담당자님의 입장은 다를 수도 있지 않을까요? ㅎ…

Q. 최근 텀블벅 프로젝트로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 단행본과 굿즈를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간단하게 소개 부탁드립니다.
예상보다 많은 관심을 주셔서 펀딩이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몸 둘 바를 모르겠어요. 후원해 주신 모든 분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단행본은 시즌1 전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고, 대부분의 회차에 비하인드스토리를 추가 수록하였습니다.
굿즈는 제가 욕심에 이것저것 시도했으나 맥주잔과 포스트잇만이 살아남아 제작이 될 예정입니다. 굿즈는 텀블벅에서만 만나보실 수 있으니 펀딩이 끝나는 7월 17일까지 아직 고민 중이신 분들은 현명한 결정(?) 부탁드립니다.
열심히 준비했는데 제가 모든 것이 처음이라 혹 미숙한 부분이 있을까 봐 걱정이 많습니다.. 최선을 다했다는 그거 하나만 기억해 주세요..

Q. 사무용 굿즈도 나왔으면 좋겠어요! 계획은 없으신 가요?
A. 저도 그랬으면 참 좋겠는데요… 굿즈 회사 관계자분들.. 언제든지 연락 주세요!

Q. 마지막으로 독자분들께 한 말씀 해주세요 : )
A. 매주 별거 없는 내용이지만 봐주시러 발걸음 해주셔서 항상 감사하고요. 재밌다고 해주셔서 감사하고.. 바보 같은 짓을 해도 걱정해 주시고 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 오래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제 디스크가 감당할 수 있을 때까진 저도 힘써보겠습니다. 시국이 혼란한데 항상 건강하세요!

슬이인생_단행본.jpeg
<슬프게도 이게 내 인생> 단행본 세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