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밤피어> 송지형 작가 인터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205
[서울밤피어]
송지형 작가 | 네이버웹툰
진짜 작가님 몰라도 너무 모르신다~
띵작 말고는 그릴 줄 '모르는' 만화가저씨!
'헉' 소리 나는 스토리와 '와' 소리 나는 연출의 환상의 콜라보…
만신 <서울밤피어> 송지형 작가님과의 인터뷰,
지금 바로 시작합니다!
![[캐로셀]인터뷰_송지형 작가님(서울밤피어)_게시글.png](https://conist-cdn.com/25/b4/e7dc2bd461b942e3500230c52c75.png)
Q. 안녕하세요, 송지형 작가님! 반갑습니다. 인터뷰 시작 전 간단한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A. 안녕하세요. 만 20년 차 만화가이자 8년 차 웹툰 작가 송지형입니다.
[About 송지형]
Q. 연재로 바쁘실 텐데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가 많이 추워지고 있는데, 잘 지내고 계시는가요? 요즘은 하루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계시는가요?
A. 네, 잘 지내고 있습니다. 최근 좋은 제안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새로운 일에 관심이 많아서 욕심을 부리다 보니 한 달에 6~9회 마감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습니다. 일요일만 빼면 거의 매일 원고를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일요일도 일을 안 하는 건 아니고요. 짬을 내서 2~3일에 한 번 러닝을 하고, 취미로 요리를 하기도 합니다.
송지형 작가님의 작업 공간
Q. 75년생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정말 긴 시간 동안 수많은 작품을 다루셨더라고요. '만화가저씨'의 데뷔는 언제고 데뷔작은 어떤 작품인지 궁금합니다!
A. 2003년 학산문화사 격주간지 <부킹>(Booking)에 <XS>(엑세스)로 데뷔했습니다.
<XS>는 미군이 만든 사이버 전략무기가 누군가에 의해 탈취되어 한국으로 유출되었다는 시놉시스를 바탕으로 시작된 SF 만화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세계 각지에서 모든 네트워크에 온·오프 접속이 가능한 신인류가 탄생하고 그중 '미나'라는 여자아이가 강력한 네트워크 컨트롤 능력 때문에 미군의 전략무기로 선택·육성되었는데, 시험 결과가 예측 범위를 크게 벗어나자, 인류 전체에 위협이 된단 이유로 폐기됩니다. 정보기관의 첩보원이 그녀를 탈취해 한국으로 도피하지만 이내 위치가 알려지고, 그녀를 되찾거나 이용하려는 전문가들이 한국에 몰려든다는 내용입니다.
시놉은 장대하였으나 작가의 경험 부족으로 인기가 별로였고 결국 5권으로 조기 종결되었습니다.
Q. 일본에서도 오랫동안 활동하셨죠. 과거 일본에서 활동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나요? 당시 국내와 일본 출판만화 시장의 가장 큰 차이점이 있었다면?
A. 2005년부터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금과 비교하자면 한국은 많이 변했고 일본은 하나도 안 변했죠. 그새 한국은 개도국을 넘어 선진국이 되었으니까요. 2005년 당시엔 일본과 규모의 차이가 컸었어요. 규모의 차이가 수준의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 또한 어쩔 수 없었고요.
사실 만화시장은 비교가 민망할 수준이었습니다. 정확한 사이즈는 모르지만, 그때 정체기라던 일본의 만화시장 규모가 현재와 비슷했던 것으로 압니다. 한국은 잡지가 한 손으로 꼽을 만큼 남아 있던 상황이었으니 비교를 할 수가 없죠. 모 작가님은 '엑소더스'라고 말할 정도로, 대부분의 한국 만화가가 일본 연재를 타진하던 때였습니다. 저 또한 그중 하나였고요.
다만, 저는 <아키라>를 보고 만화가의 꿈을 꾸기 시작해서 처음부터 일본에서 만화가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Q. 저는 <버그: 스티그마>를 통해 작가님을 알게 되었는데요. 제가 버그를 볼 때, 사실 굉장히 실력 있는 '젊은' 작가님의 작품일 것으로 추측했거든요. (그렇다고 작가님이 젊지 않다는 뜻은… 맞습니다. 😁) '나이가 들어도 내 콘텐츠는 늙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소망을 가진 저에게는 그야말로 부러움의 대상이자 목표입니다. 평소 트렌드를 파악하시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시나요? "각종 밈을 섭렵하기 위해 유튜브를 열심히 본다!"든가 하는 시간을 보내시나요?
A. 마음은 아직 10대… 아니 20~40대 입니다.
유튜브는 항상 봅니다. 일할 때 켜놓거든요. 뉴스 외엔 주로 사투리 쓰는 30~40대 아저씨들이 야외 활동하는 유튜브를 봅니다. 충청도>강원도>전라도>경상도 순으로 사투리를 좋아합니다. 게임이나 커뮤니티는 전혀 하지 않고 SNS는 작품 홍보를 위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전 지망생 시절 '카미조 아츠시', '쇼우 타지마' 선생님의 미술을 레퍼런스로 그림을 시작했습니다. 저보다 10-20년은 더 일찍 시작하신 그분들의 그림이 지금도 세계에서 제일 힙하죠. 현재 저의 지향점은 만화가 '뫼비우스'인데요. 그분 또한 세월의 풍화 없는 힙한 미술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렇게 연령에 상관없이 감각적이고 완성도 높은 미술을 보여주는 레퍼런스를 보고 공부하다 보니 나름 유지가 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A. 최고라는 말씀은 진심으로 너무 과분해 부끄럽지만 듣기 참 좋네요.
한국에서 처음 데뷔해 단행본 5권을 내고 일본 망가 시장에 데뷔해 단행본 2권을 발행할 때까지 연출을 전문적으로 바라볼 기회가 없었습니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거든요. 일본 데뷔 첫해, 출판사 송년회에 참석해 <가면라이더>의 '무라에다'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송년회 2차가 끝나고 함께 '스퀘어 에닉스' 회의실로 돌아가 '에비스 맥주'를 마시며 2~3시간 동안 개인 과외를 받았습니다. 선생께서는 외국인 작가인 저에게 관심이 많았고, 그림에 비해 연출이 아쉬운 부분이 있으니 꼭 교정해 주고 싶다며 일부러 일정을 비워서 절 보러 오셨던 겁니다. 그때 선생께서 해 주신 몇 가지 이야기가 제 연출 공부의 시작이었습니다. 그동안 빈 원고지를 앞에 두고 느꼈던 막막함의 이유를 그날 그 자리에서 알게 됐거든요.
그 이후로는 모든 콘텐츠를 분석하며 보는 버릇이 생기고 나름의 공부법을 개발해 나만의 연출 체계를 만들었습니다. 주로 영화를 보고 연출 공부를 하는데 영화 전문 연출을 찾아보니 거의 같더군요. 진작 알았으면 잘 정리되어 있는 영화 연출법을 참고했을 텐데…. 시행착오를 겪으며 멀리 돌아온 거죠.
Q. 만화 연출과 캐릭터 작화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혹은 꿀팁을 각각 한 단어로 표현해 주신다면?
A.
연출: 동선 - 흐름을 이해하면 독자와 밀당을 할 수 있죠.
작화: 관찰 - 손은 눈을 뒤따라가기 때문에 관찰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A. 너무 많은 작가님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오타가키 야스오' 선생님의 모든 작품은 일점일획의 오차도 없는 만화연출의 교과서입니다. 만화뿐 아니라 모든 콘텐츠 제작자에게 추천합니다. <문라이트 마일>, <기동전사 건담 썬더볼트> 등의 작품이 있습니다.
한국 시장에선 'CTK' 작가님의 작화를 가장 좋아합니다. 이분이 세계에서 그림을 가장 잘 그리는 사람 중 한 분이라고 생각하거든요.
A. 어쩌다 보니 우연히 그렇게 됐습니다. 처음엔 페이스북 라이브 기능을 시험해 보고 싶어서 그림 그리는 모습을 라이브로 내보내는 것뿐이었기에 본격적으로 방송을 할 생각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자제품 사은품으로 USB 마이크가 와서 테스트해 보다가 시청자의 채팅에 대답하면서 얼떨결에 방송을 시작했습니다. 만화나 영화 장면의 연출을 설명하는 게 주제였는데, 하다 보니 피드백 요청도 받게 된 거죠.
정기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지만 일주일에 한두 번 시간이 날 때 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일주일 내내 원고를 위해 책상 앉아 있기 때문에 가족 말곤 사람 만날 일이 거의 없어서, 소통이 그립고 심심할 때나 말이 하고 싶을 때도 방송을 합니다.
송지형 작가님의 개인 유튜브 채널
[About <서울밤피어>]
Q. 또 하나의 명작이 탄생 중입니다. 작가님의 창의력과 상상력 그리고 표현력에 매번 감탄을 금치 못하고 있는데요! 너무나도 매력적이고 흔하지 않은 <서울밤피어>. 이번 작품을 기획하면서 가장 먼저 구상하신 것은 무엇인가요?
A. <버그: 스티그마> 연재가 끝나고 더 이상 그림을 그리기 싫어, 스토리 작가나 드라마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다고 지인에게 말한 적이 있는데요. 때마침 진행 중인 드라마 공모전 소개를 받았습니다. 조깅 중에 전화로 공모전 정보를 듣고, 걸으면서 시놉시스를 떠올리고 집에 도착해서 글로 쓰기 시작했습니다. 시놉시스는 그날 몇 시간 만에 다 썼어요.
조선시대 영어 발음 교재를 우연히 본 적이 있는데 발음의 정교함에 놀랐었죠. 그때 '어쩌면 그 당시 서울은 국제도시였을 수도 있겠구나'라고 생각했던 게 떠올랐습니다. '조선+서울+외국인들' 식으로 상상하다가 '외국인-선교사-뱀파이어' 순으로 생각이 발전한 거죠. 가장 먼저 떠올렸던 것은 조선의 외국인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시놉시스 초안의 제목은 '서울 에일리언(Seoul Aliens)'이었습니다.
Q. 전작은 실제 사건, 인물, 소품을 모티브로 캐릭터, 액세서리, 무기 등을 만드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번 작품도 그런 부분들이 있을까요? 어떤 것이든 모티브로 하려면 특별하면서도 다양한(?) 다방면의 지식이 필요할 것 같은데요. 그런 정보들은 어디서 얻으시는 편인가요?
A. 특수부대나 공작원 스파이 등에 관심이 많고 그런 이들이 등장하는 이야길 좋아합니다. 그러다 보니 그들이 쓰는 무기들에도 관심이 많아 겉핥기식 베이스 지식이 조금 있습니다. 이야기를 만들 땐 무기 도감을 보거나 인터넷 검색으로 자료를 수집해서 연출에 사용합니다. 요즘엔 해당 무기의 작동 방식이나 운용 방식도 유튜브를 통해 볼 수 있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까요. (미국 본토에 한 번도 못 가봤지만 구글 어스와 거리 뷰를 보고 뉴욕을 그렸어요)
스토리를 먼저 쓴 후 내러티브를 강화하기 위해 인터넷 검색을 주로 이용하는 건데요. 이번 작품 또한 무기나 아이템 고증은 인터넷이나 영화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조선시대에 살아본 적이 없어서 복식이나 건축물들과 환경 관련한 자료를 대부분 인터넷으로 얻고 있죠. 프롤로그에 등장하는 재이의 속옷의 경우도 인터넷에서 '의외로 야한 조선시대 여름 속옷'이란 게시물을 우연히 발견해 작품에 사용한 거예요. 제 취향이라서 사욕을 못 이겨 사용한 게 아니라 철저한 고증을 통했다는 점 강조해 드립니다.
Q. '밤피어(Vampir)'는 독일어로 뱀파이어를 뜻하더군요. 작중에 등장하는 예거, 마이스터 등도 모두 독일어이기도 하고요. 흔히 '흡혈귀' 하면 떠올리는 단어인 영어 '뱀파이어(Vampire)' 대신 독일어 '밤피어(Vampir)'로 설정하신 이유는 무엇인가요?
A. 성경의 고유명사 표기 방식을 모티브로 했습니다. 성경의 고유명사들은 언어권에 따라 발음이 다릅니다. '시나이산'은 '시내산'이라고 하고 '제이콥'은 '야고보'라고 하죠. '지저스'는 '예수님'이라고 하고요. 당시 유럽과 극동의 무역이 활발했었으니 그 지역(유럽) 언어의 영향을 받아 우리식 고유명사가 만들어졌을 거라 상상했습니다.
그리고 저만의 고유명사를 갖고 싶기도 했습니다. 잘 알려진 '뱀파이어'보다는 독일어 발음 '밤피어'가 더 우리말에 가까운 느낌이기도 하고 원어의 발음을 해치지도 않죠. 북유럽 독일어 언어권으로 정하고 다른 표현들도 독일어 표현으로 바꿔 색다른 느낌을 주고 싶었습니다. '헌터'를 '예거'로 '마스터'를 '마이스터'로 바꾼 거죠. 제목을 단어별로 나눠 'Soul 밤 Fear'라고 해석할 수 있게 하고 싶기도 했습니다.
Q. 조선시대 복장에 '두뢰도(頭雷徒)' 머리라…. 재이는 현존하는 캐릭터 중 가장 신선한 여주인공입니다. 이질감이 주는 아름다움이 느껴진다고 할까요? 연약해 보이지만 누구보다 강하고, 순수해 보이면서도 어딘가 탁해 보이고, 천사 같은 얼굴에 순식간에 악마 같은 얼굴로 변해 버리기도 하니까요. 캐릭터 디자인을 할 때 어떤 부분을 주로 고려하셨나요? 스토리를 만들고 외형을 그리셨는지, 외형을 상상하고 사연을 불어넣으셨는지도 궁금합니다. 😃
A. 드레드 스타일을 매우 좋아합니다.
처음 스토리의 주인공은 벽안의 타타르계 소년이었지만 여자 첩보원 컨셉의 조연 캐릭터 재이를 주연으로 바꿔 시나리오를 다시 썼습니다. 엠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범 내려온다' 무대 코스튬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조선 후기 한복+ 서양 무기(샤벨)+스트릿 패션(드레드 헤어)'으로 컨셉을 정해 캐릭터를 그렸습니다.
순서를 말씀드리자면 캐릭터 디자인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그 캐릭터를 기반으로 시나리오를 쓴 것입니다.
초기 아이디어 스케치: 재이
Q. 대표 이미지 이야기를 하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재이의 매력적인 마스크와 몽환적인 분위기를 담은 옆모습…. 어딘가 홀린 듯 눌러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대표 이미지는 작가님께서 직접 그리신 건가요? 그리고 회차마다 바뀌는 타이틀 컷의 '서울밤피어' 로고도 인상적이었는데요! 타이틀 컷도 회차에 어울리는 재질과 컬러를 골라 직접 제작하시는 건가요? 매번 어떤 기준을 갖고 변화를 주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
A. 작품의 모든 작업은 제가 하고 있습니다. 말씀해 주신 일러스트도 연재용으로 제가 만들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최대한 힙해 보이는 한복 소녀를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로고 작업도 제가 직접 했습니다. 할리우드 영화의 시작 화면 제작사 로고가 영화의 장르나 주제에 따라 컨셉이 다른 경우가 종종 있는데 그것에 착안했습니다. 회차에 맞는 분위기를 내기 위해 몇 가지 로고를 만들어 두고 해당 회차의 연출 흐름에 어울리게 표현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대사를 포함한 작품 내 모든 미술은 내러티브의 구성요소이고 타이틀 또한 그중 하나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네이버 웹툰 데스크는 말풍선 내 대사의 위치 정렬도 수정안을 보내줍니다. 그것을 미술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죠.
<서울밤피어> 4화, 13화 타이틀 컷
Q. 이번 작품을 다른 작품과 비교했을 때, 가장 많이 신경 쓰고 계시는 부분은 무엇인가요?
A. 내러티브의 개연성입니다. '밤피어'라는 소재 자체가 비현실적이고 만화적이기 때문에 이것을 현실처럼 받아들이게 하려면 강력한 개연성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사실 이런 점은 '크리스토퍼 놀란'이나 '드니 빌뇌브' 감독을 위시한 요즘 영화의 트렌드이기도 합니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배트맨>을 예로 들면 가장 만화적인 소재를, 기존의 문법에서 벗어나 매우 현실적으로 표현했죠. 드니 빌뇌브나 '알폰소 쿠아론'의 작품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장르이건 내러티브의 개연성이 리얼리티를 만들어 현장감을 높인다고 분석했기 때문에 그 점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Q. 아직 풀릴 떡밥이 많이 남아있겠지만, 제이콥은 원래 평범한 인간이었던 것 같은데요. 그렇다면 라이칸스로프와 밤피어의 피 그리고 로터 슈타인으로 만들어진 존재인가요? 스스로 '늑대 수인'이 된 것일까요? 하지만 그것으로 만든 사람들보다 훨씬 뛰어난데 말이죠… 제이콥 님은 정체를 밝혀 주세요! 밤피어도 아니고 개도 늑대도 아닌 존재…. 아, 작가님. 빨리 다음 회차를 주십시오. 😭
A. 제이콥은 반과 동문수학한 의사이고, 어린시절의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스스로 밤피어가 된 연금술사입니다. 본인이 개발해 사용한 신약 때문에 유럽에서 재난이 벌어 졌고 그것을 피해 도망칩니다. 원래 목적지는 극동, 일본이었지만 운명적으로 한반도에 오게 되었고 그곳을 자신이 창조한 신인류의 에덴으로 만들고자 합니다.
제이콥과 반의 서사는 외전을 통해 따로 다룰 예정입니다. 조금 힌트를 드리자면 둘은 한 여자, 케이트를 두고 경쟁하는 의학도였습니다.
Q. 제이콥은 라이칸스로프에게 도움을 받고, 그처럼 강해지고 싶다는 집착으로 살아온 사람일까요? 처음 '에덴'을 만들고자 한 제이콥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이었을까요? 어떤 사람이든 '나약하지 않은 인간'으로 만들어 주겠다는 마음이었을까요? 지금은 어떨까요?
A. 맞습니다. 제이콥은 전염병으로 어머니를 잃고 수많은 사람이 전염병으로 죽는 것을 속수무책 지켜본 의학도입니다. 그것이 트라우마가 되었고 극복하기 위해 시작한 금단의 실험이 오히려 사랑하는 이들과 환자들을 악화시키고 이를 계기로 점점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게 된 것이죠. 결국엔 모든 것을 해결하기 위해 "신인류의 창조자가 되어야 한다"고 속삭이는 내면의 악마와 계약한 비극의 캐릭터입니다.
제이콥은 인류 구원이라는 순수한 의도를 가진 확신범이죠. 그를 따르는 이들 또한 그의 이상을 따르는 확신범인데요. 우리가 현실에서 보는 종교 지도자들, 정치인들과 그 추종 세력들을 모델로 했습니다.
Q. 제이콥이 에덴의 수호자로 용이를 선택한 이유는? 용이는 지금 어디서 무얼 하고 있을까요…? 밥은 잘 챙겨 먹고 있나요? 빠른 시일 내에 보고 싶네요…! (ㅎㅎ)
A. 용은 에덴의 매니저입니다. 주님으로부터 사명을 받아 에덴을 지키고 신인류를 정착시킬 환경을 조성하는 중입니다. 다시 등장할 예정입니다.
이름은 제 어머니 박애용 여사에서 따왔습니다.
Q. 그냥 지나치기엔 너무 매력적인 임 보살…. 저의 그녀를 잃을 것만 같아 불안합니다. 아무리 제이콥이라도 보살님 같은 인재를 죽이진 않았겠죠…? 자기를 없애려 했던 사람을 잔인하게도 내 편으로 만들어 버린 극악무도 제이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두근'이 자색이니까 그렇게 믿어요. 😇 (스포가 될 수도 있지만 여쭈어보겠습니다!) 악역이어도 좋습니다. 보살님… 다시 볼 수 있을까요?
A. 죽는 장면을 그리지 않은 것은 죽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임 보살의 능력은 <버그>의 설정과도 연결되어 있습니다. 임 보살(영주)과 박수(무장)의 서사는 기회가 된다면 따로 외전으로 다룰 예정입니다.
추가로 설명해 드리자면 임 보살은 실제로 미래를 보는 능력이 있습니다. 이것은 기존 무당의 샤머니즘적 영 능력을 라플라스의 결정론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Q. 다음 회차를 기다리는 건지 '작가의 말'을 기다리는 건지 헷갈릴 만큼 작가의 말을 재밌게 읽고 있는데요! 작가님께서 쓰신 작가의 말 중, 쓰고 나서 '오케이, 이건 좀 뿌듯했다!' 했던 것은 무엇인가요? (저는 "아! 개장수요?"입니다. 😂)
A. 제 소감은... 대감입니다.
<서울밤피어> 3화, 7화, 38화 작가의 말
Q. 반대로, <서울밤피어> 댓글 중 작가님의 기억에 남는 '독자의 말'이 있다면?
A. 작가의 말 재미없으니까 그만하라는 댓글이요. 재미없다니까 자꾸 도전하고 싶은 욕구가 생깁니다. 전 개그에 진심입니다. 20년 걸친 만화 혼이 작가의 말에 담겨 있어요.
Q. <서울밤피어>의 내용이 정말 온통 '허구'는 아니겠죠…?! <서울밤피어>에서 '진짜'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 오피셜로 세 가지만 알려 주십시오!
A.
1. 극 중 등장하는 '기리시탄'은 크리스천의 일본식 발음입니다. 조선시대 천주교 박해는 실제 사건이었고 고문이나 처형방식도 고증했습니다. '기리시탄'이란 외래어와 '일주교'라는 대체 명사를 쓴 이유는 종교적 이슈를 조금이나마 희석하기 위함입니다. 슬픈 종교 역사를 가볍게 이용해 먹는 듯 보이기 싫었거든요.
2. 백정 무치는 타타르계인데 조선엔 실제로 타타르계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우린 단일민족이 아니라고 합니다.
3. 조선과 청의 관계, 그리고 조공으로 끌려간 조선 여성들의 이야기도 역사적 사실이죠.
Q. 어두운 컨셉과 긴장감 넘치는 액션신으로 가득한 작품이지만 '환장의 듀오: 파울과 노갑사'의 등장으로 어딘가 개그 웹툰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는데요. 🤭 특히 파울은 잠깐 등장했지만 계속 보고 싶은 캐릭터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작가님의 Funny English 대사 덕분이겠죠. (ㅋㅋㅋ) 이번 작품뿐만 아니라 작가님의 유창한 영어 실력은 작품의 분위기 환기에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그래서 말인데, 혹시 영어는 어디서 배우셨나요? 설마 cost를 지불하진 않으셨겠죠?
A. 영어 못합니다. 그냥 생각나는 단어와 문장을 다 끄집어내서 쓰는 거예요. 해외여행 가면 그런 식으로 '영어+바디랭귀지'로 현지인들과 소통이 되긴 하잖아요. (ㅋㅋㅋ)
파울과 노갑사는 의외성이 테마인 캐릭터입니다. 둘 다 상상 이상의 모습으로 계속 등장합니다. 특히 파울은 아마 여러모로 상상 이상일 겁니다.
<서울밤피어> 파울의 해외여행식 English
Q. 작가님께서 좋아하는 <서울밤피어> 속 대사는 무엇인가요?
A. 버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우연'이 겹쳐 '필연'이 된다는 식의 대사를 좋아합니다.
저는 시작할 땐 우연으로 보이지만 필연이라는 반전으로 결말짓는 것을 좋아합니다. 예를 들면 임 보살이 섬에 온 것은 신탁받았기 때문인데, 이유도 모르고 온 그곳에서 제이콥을 만나게 됩니다. 처음 읽을 때 독자들은 우연한 만남으로 생각하지만, 결론을 보면 필연이었던 것을 알게 되죠.
Q. <서울밤피어>의 인물 중 한 명이 된다면, 작가님이 되고 싶은 캐릭터는?! 저는 삽사리가 되고 싶더랍니다. 귀엽고 강하니까요! (좀비물을 볼 때마다 1등으로 감염되겠다고 말하는 그냥 편하게 살고 싶은 독자입니다)
A. 저는 제이콥이 되고 싶습니다. 잘생겨서요.
<서울밤피어> 미공개 썸네일 속 잘생긴 제이콥
Q. <트와일라잇>도 있고 <구미호뎐>도 있는데…! <서울밤피어>도 가능합니다. 이번 작품이 영화 혹은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면, 어떤 분이 캐스팅되면 좋을까요? 재이, 반, 얀 세 사람만 상상해 주십시오! (제이콥은 무조건 '이수혁' 배우를 추천합니다…제발요…)
A. 드라마 공모전을 위한 시나리오로 시작된 작품이니 당연히 모델이 있습니다.
재이는 블랙핑크의 '제니'가 모델이고 반은 '김우빈', 얀은 '박보검'을 생각했습니다.
제이콥은 이수혁 님(?) 누군지 몰랐는데 사진을 보니 딱 좋네요.
Q. 이번 작품도 세계관이 탄탄하고 전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은 것으로 보입니다. <버그> 때처럼 (혹은 더 많이) 대장정의 시작이면 좋겠는데요! 앞으로의 스토리, 총 몇 화 정도로 예상하고 계신가요?
Q.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서울밤피어>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요? 이번 작품을 통해 독자분께 전하고자 하는 것 중 딱 하나만 콕 집어 말씀해 주신다면?
A. <사무라이 참프루>라는 애니메이션을 매우 좋아합니다. 개화기 사무라이와 힙합의 절묘한 퓨전을 보여 주죠. <서울밤피어>의 컨셉 모델이 이 작품입니다.
전 오랫동안 일본 만화계에서 활동하며 그들이 자신들의 전통문화를 어떻게 상품화하고 세계에 어필하는지 보아 왔습니다. 그게 너무 부러웠어요. 선진국 대열에 들어서고 이제 전 세계인들이 호감을 느끼고 보기 시작했으니 우리 전통문화의 힙함을 세계에 익숙한 문법으로 어필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기존 사극의 문법을 벗어난 관계나 설정 등으로 퓨전의 재미를 전달하려고 노력 중입니다. 우리 문화에 익숙지 않은 세계인들에게 어떻게 보일지 상상해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Outro]
Q. 아직 <서울밤피어>를 접하지 못한 독자분들께 전하고 싶은 작가의 말은?!
(제가 여기저기 영업을 열심히 뛰고 있긴 하지만… 작가님도 한번 해 주십시오!)
A. 모든 떡밥이 회수되는 깔끔한 엔딩을 보장합니다. 고구마 전개에 답답한 구간도 있겠죠. 하지만 뻥 뚫리는 명쾌한 결론이 준비되어 있으니 믿고 감상해 주세요. 분명 장대한 결론을 보실 수 있을 겁니다.
Q. <서울밤피어>를 제외한 작가님의 작품 중 '이건 꼭 보셔야 한다'는 작품을 추천해 주세요!
A. 제가 일본에서 6년째 연재 중인 출판만화 <이삭>이 곧 웹툰으로 나올 예정입니다. 스페인과 네덜란드의 30년 전쟁에 일본인 총사 ‘이삭’이 용병으로 참전하는 내용입니다. 단행본으로도 출간될 예정이에요. 봐 주세요.
전작 <버그: 스티그마>도 봐 주십시오. <버그>와 <서울밤피어>는 설정을 공유하고 있고 직접적인 연결점이 등장할 예정입니다. 그때 <버그>를 읽으신 분이면 더 재미있을 겁니다.
Q. 언제까지 만화를 그리실 예정인가요? (저는 작가님이 눈 감기 전까지 그림을 그리셨으면 좋겠고, 저보다 500년은 더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500% 진심입니다!)
A. 일단, 최근 미국회사의 의뢰를 받아 코믹스 작업을 시작했고, 내년(2024) 신작 웹툰 연재가 예정돼 있으며, <서울밤피어> 시즌2에 대한 시놉시스와 스토리 라인도 제작 중입니다. 일본에서 6년째 연재 중인 이삭 또한 유럽발 미디어 믹스에 대한 이슈가 있어 새로운 시즌에 대해 조율 중이고요. 그 외에 여러 협업 제의나 프로젝트 제안을 받고 있습니다.
너무 일이 많아 바쁘고 힘들어도 새로운 일에 대한 욕심이 그보다 더 강해, 재미있어 보이면 일단 해보자고 생각하기 때문에 아마 최소 5~7년은 지금처럼 계속 일을 해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일복 터졌어요. 하기 싫어도 계속 그릴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20대 때 놀기 바빠 남들보다 늦게 데뷔했는데, 그때 충분히 놀았으니 지금 많은 일을 하는 것에 큰 불만은 없습니다.
최대한 오래 만화를 만들겠습니다. 재미있게 봐 주세요.
Q. "매주 토요일 송지형 작가님과의 인터뷰로 돌아옵니다! 이만 인사드리겠습니다!"라는 대사는 그냥 제 희망 사항입니다. 😝
마지막으로 언제나 '만화가 송지형'의 작품을 기다려 주시는 독자분들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A. 웹툰 데뷔 후 꽤 부침이 있었습니다. 만화가가 된 후 처음 겪는 일들뿐이어서 개인적으로 힘든 기간이었습니다.
진정성이란 건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만 증명된다고 생각합니다. 늦게 시작할지언정 끝은 꼭 보는 성격이고 현재 제가 벌려 놓은 작품들도 모두 깔끔하게 마무리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습니다. 미완으로 끝난 작품이 딱 하나 있는데 그 또한 꼭 결론을 짓겠습니다. 그것이 독자분들에게 보여드릴 수 있는 진정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시작은 미약했으나 그 끝은 창대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즐겨 주세요.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쿠키 사진) 그냥 귀여워서 넣어 보는 작가님 식구들: 카를로스와 무지개다리를 건넌 꺄뜨린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