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무지 그애는> 게코 작가 인터뷰
화제의 작가를 만나다
vol. 255
[도무지 그애는]
게코 작가 | 네이버웹툰

숨 가쁜 현실 속에서 묵묵히 하루를 버텨내는 우리 모두의 초상! 👟💼
스물아홉, 서툰 어른의 경계에서 길어 올린 가장 정직한 위로와 공감! ✨
담담한 시선과 따뜻한 색채로 삶을 관통하는 '이야기'를 그려내는 아티스트! ✒️
<도무지 그애는> 게코 작가님의 인터뷰,
지금 시작합니다.

[INTRO]
Q. 게코 작가님! 인터뷰 응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인터뷰에 앞서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About 게코]
Q. '게코'라는 필명을 사용하게 된 특별한 계기나 의미가 있나요?
A. 게코는 영어로 gecko, 도마뱀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요,
필명을 처음 지었던 시점을 떠올려 보니 예전에 운영했던 블로그 이름이 생각났습니다.
어릴 적 감명 깊게 읽었던 책 제목이 '호텔 선인장'(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이었는데,
당시 제가 도마뱀을 좋아하기도 했고, 재밌게 읽었던 도서 제목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블로그 이름을 '호텔 도마뱀'으로 지었거든요.
블로그 닉네임을 무엇으로 할까 고민하다 직관적으로 gecko라고 짓게 됐는데,
게코는 바로 이 '도마뱀 호텔'에서 출발한 필명입니다.
종종 발음이 비슷하다보니 '게코'가 아닌 '개코' 로 혼동하시는 분들이 있는데,
뮤지션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님을 많이 이야기 하시더라고요!
저도 개코님처럼 멋진 아티스트가 된다면 좋겠습니다.😄
Q. 시즌 2를 마무리하고 지금은 휴식 중이신데, 어떤 일상을 보내고 계신가요?
A. 첫째도 쉼, 둘째도 쉼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겠습니다!
그간 창작하며 고전했던 시간들을 돌아보고, 앞으로 시즌 3을 무사히 마무리 할 수 있도록
열심히 일상을 재정비 하고 있어요.
오픈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지금 이 순간 독자님들이 무척이나 보고 싶네요!!
Q. 웹툰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결정적인 순간은 언제였나요?
A. 이 질문에 대해 한참을 생각해보았습니다.
작가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한 결정적인 순간이 나에게 있었나, 하고요.
사실 웹툰을 시작했을 당시에는, 작가 데뷔를 목표로 하겠다는 생각이 없었거든요.
10대 시절부터 20대까지, 평소 개인 블로그에 에세이 형식으로
소소한 글을 포스팅하는 것이 취미였는데, 간간히 만화로도 올렸던 것 같아요.
그런데 어느날, 친애하는 사촌 언니가 그런 저에게
'너의 이야기를 (더 넓은)세상에 해라' 라고 이야기를 해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게 주변의 응원으로 용기를 얻어, 네이버 도전만화에 '커피와 스무디' 라는 제목으로
비정기 연재를 시작했고, 운이 좋게도 해당 작품으로 데뷔할 기회를 얻었는데요.
연재 제안을 받았을 당시엔 오히려 작가가 될 자격이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당시 스스로를 많이 부족하다고 느끼기도 했고, 작가라는 단어가 가진 스케일이 거대하게 와닿았었거든요.
(아직도 제가 작가라고 생각하면 어딘지 조금은 어색하고 과분한(?) 느낌이 들기도 하네요. 창작을 하고 있는 작가가 맞는데 말이지요!)
△ 이미지 출처: 게코, 『커피와 스무디』 표지 (YES24)
특별히 임팩트있는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기에, 질문에 대한 답이 조금 심심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어떤 형태로든지 저는 '이야기'를 하며 살아가야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기필코 해야겠다!' 보다는 '안 하면 죽는다'에 더 가깝지 않을까 싶고요.🤭
아마 스스로에 대한 그런 통찰이 지금의 길로 저를 이끌어오지 않았을까요?
정식 연재라는 기회 자체가, 창작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값진 결과물이기도 하고요.
스토리텔링은 아주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시간을 관통하는, 변하지 않는 제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미지 출처: 네이버 웹툰 <도무지 그애는>/ 게코 작가님
Q. 평소 작품의 소재를 찾기 위해 주로 어디에서 영감을 얻으시나요?
A. 아무래도 1순위는 저의 경험이며, 그 외 주변의 삶을 통해 주로 영감을 얻는 것 같습니다.
<도무지 그 애는> 의 한 회차에 ‘사람은 자기 안에 없는 것은 보지도 쓰지도 못한다고 했다’ 라는 나레이션을 쓴 적이 있는데,
그건 사실 무지라는 화자를 통하여 전해보는 제 이야기라고 생각해요.
살아오면서 축적된 수많은 경험, 그리고 그 경험을 통해 얻은 유의미한 사유들이 저에게는 크고 작은 영감의 원천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또한, 저와 시즌 2부터 함께해주신 시노키오 작가님이 빛나는 아이디어를 제공해주셔서 매번 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전개가 막히는 느낌이 들때마다 작가님과 아이디어 회의를 하곤 하는데요,
시노키오 작가님 덕분에 <도무지 그 애는>의 세계관이 더 넓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Q. 작품 속에서 현실적인 묘사가 탁월하신데, 평소 관찰 기록을 하시는 편인가요?
A. 물론입니다! 기억력의 한계가 있다 보니, 아이디어가 떠오를 때마다 바로 메모해두는 습관이 있어요.
주로 메모장 어플을 이용하는데, 작중 인물별, 사건이 벌어지는 공간 별로 폴더가 따로 있어요.
<도무지, 그 애는> 이라는 작품을 구상했을 때 이 습관이 큰 도움이 되었는데,
이렇게 크고 작은 메모가 쌓이고 쌓여 수백, 수천개가 되었을 때 비로소 ‘이제 됐다, 작품을 쓸 수 있겠다’고 판단했답니다.
△ 우리 일상과 꼭 닮은 무지의 날들
Q. 작가님이 생각하는 '좋은 이야기'의 기준은 무엇인가요?
A. 너무 좋은 질문을 주셨어요!
인터뷰 질문 중에 가장 명쾌하게 제가 대답할 수 있던 부분인 것 같습니다.
좋은 이야기에 대한 기준은 다양하겠지만, 저에게 있어 좋은 이야기란 ‘쉬운 이야기’ 예요.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고, 어렵지 않게 술술 읽히는, 마치 나와 친근한 누군가가
이야기 보따리를 풀듯 말을 거는 그런 이야기요.
나아가 그 이야기를 통해 나와 주변을 돌아보게 되고, 내가 살아가는 이 세상과 사회에 대한 질문을 던질 수도 있다면,
그야말로 더할나위 없이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 누군가 들려준 이야기로 위로 받는 날이 모두에게 있죠 ☘️
Q. 그림체에서 느껴지는 특유의 따뜻하고 차분한 색감은 작가님의 어떤 성향을 반영한 것인가요?
A. 제 그림을 그렇게 봐 주시다니 영광입니다!
특별한 성향 때문이라기보다는, 작품의 성격과 어울리는 색을 쓰려고 노력했어요.
잔잔한 일상을 다루는 이야기다보니 원색에 가까운 화려한 색보다는 조금 톤다운된 컬러가 어울리지 않을까, 했답니다.
Q. 작가님께 가장 큰 위로가 되었던 타인의 한마디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제가 <도무지, 그 애는>에서 가장 좋아하는 회차인 시즌 1, 77화 끝자락에 인용한 가사가 하나 있는데요.
레너드 코헨이라는 뮤지션의 곡 ‘Anthem’의 한 구절입니다.
“There is a crack, a crack in everything.
That’s how the light gets in“
모든 것에는 금이 가 있고, 빛은 바로 거기로 들어온다.
이 문장은 늘 저를 지켜주는 것 같아요.
Q. 10년 뒤의 게코 작가는 어떤 모습이기를 바라시나요?
A. 10년 뒤에도, 여전히 세상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기를 바랍니다 :)
Q. 작업실 궁금해요~! 소개해 주세요!
A. 이것 참 너무 즐거운 질문이네요!
최근 공유 오피스로 작업실을 옮겨 보여드릴 것이 많지 않은데, 대신 이전 작업실을 보여드릴까 해요.
지금은 떠나왔지만, 혼자 열심히 가꾸어 온 공간이라 애정이 참 많았어요.
독자님들께 보여드릴 기회가 생겨 기쁩니다.
△ 작가님의 애정이 듬뿍 담긴 이전 작업실 🎨
[About <도무지 그애는>]
Q. 주인공의 이름이기도 한 ‘도무지’라는 단어는 ‘도무지 알 수 없다’는 막막함도 내포합니다.
이 제목을 확정 지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이미지는 무엇이었나요?
A. <도무지, 그 애는>이라는 제목은 말씀 주신 대로 중의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출처가 확실하지는 않지만, 예전에 ‘도무지’ 라는 단어의 어원에 대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옛날 옛적 조선시대에, ‘도모지’ 라는 형벌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는 죄를 지은 사람 얼굴에, 물에 적신 종이를 차곡 차곡 덮어 마를 때까지 내버려두는 형벌이라고 해요.
종국에는 죄인이 숨이 막혀 질식에 이르는 꽤나 잔인한 형벌인데,
이렇게 막막하고 어찌할 도리가 없는 상황을 이르는 말로 ‘도무지’ 라는 단어가 생겨났다고 들었습니다.
주인공의 이름은 바로 이 ‘도무지’라는 단어가 주는 막막함에서 유래하였습니다.
이야기 초반 무지에게는 모든 것들이 녹록지 않지요.
오랜 노동으로 몸과 정신은 낡아버렸고, 돌보아야 할 엄마라는 존재가 있기에 번아웃을 이겨낼 틈도 없는 현실입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수년간 그녀는 대체로 잔잔하게 불행했다고 볼 수 있는데요,
인식하지 못한 채 우울로 침전되어 가는 중이었다는 점에서,
서서히 숨통을 조여오는 형벌 ‘도모지’와 비슷한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래 프롤로그로 이 이야기를 풀어냈는데, 작품의 톤이 지나치게 어두워지는 경향이 있어 생략했습니다.
△ 켜켜이 쌓인 종이가 어떤 돌보다도 무겁게 느껴질 때가 있죠...💧
Q. 주인공의 나이를 서른을 목전에 둔 ‘스물아홉’으로 설정하셨습니다.
청춘의 끝자락과 어른의 시작 사이에 놓인 이 나이가 작품 전개에 어떤 상징을 갖나요?
A. 스물아홉이라는 나이를 흔히 ‘청춘의 끝자락’이라고 말하지만,
사실은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방향을 찾는 중인 나이라고 생각합니다.
사회적으로는 이미 어른이 되어 있어야 할 것 같지만, 마음은 여전히 흔들리고 서툰 상태에 가까운 시기이지요.
그래서 주인공의 나이를 스물아홉으로 설정했습니다.
주인공 도무지는 삶이 완전히 안정된 인물도 아니고, 그렇다고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는 스무 살도 아닙니다.
책임과 현실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면서도 여전히 사랑이나 관계,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우리가 겪게 되거나 또 지나 온 시간대를 살고 있는 사람입니다.
‘도무지 그애는’은 그런 애매한 경계에 서 있는 시기의 면면들을 그리고 싶었던 작품입니다.
아직 완전히 어른이 되지 못한 채 서로에게 기대고, 때로 상처를 주기도 하는, 그렇게 흔들리고 아파하며 성장하는 이야기요.
Q. 작품 속 아르바이트 현장의 생생한 묘사를 위해 직접 취재하시거나 경험하신 내용이 있나요?
A. 네! 실제로 저는 20대 후반에 마트 시식 코너 직원으로 근무한 경험이 있습니다.
당시 저도 작품 속 무지와 마찬가지로 20대의 끝자락에 서 있던 나이였는데요.
인터뷰를 작성하면서 방금 알게 된 사실인데, 그때 저도 마침 딱 스물아홉이었더라고요.
(의도한 설정은 아니었는데, 이런 우연이 있다니! 놀랍습니다 😮)
아무래도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다보니, 현장에서 일하며 겪었던 분위기나 사람들의 모습,
그리고 그 공간 특유의 리듬 같은 것들이 자연스럽게 작품 속 장면들에 녹아들었나 봐요.
생생한 묘사라고 해 주시니 기분이 무척 좋은데요!
Q. 무지가 무너진 일상을 다시 세울 수 있었던 것은 거창한 성공이 아니라,
툭 던져진 마실 거리나 무심한 조언 같은 타인의 작은 온기 덕분이었습니다.
'무지'를 돕는 주변의 '따뜻한 어른들'은 실제 모델이 있는 인물들인가요?
A. 그럼요! 인터뷰를 작성하는 지금도 여러 얼굴이 떠오르는데요.
아무래도 마트에서 근무하며 마주친 이모님들이 가장 먼저 생각납니다. 저의 학창 시절 은사님들도 떠오르고요.
개인적으로 성장 과정에서 ‘좋은 어른’의 존재란 얼마나 중요한가를 자주 느끼곤 합니다.
꼭 거창한 조언이 아니어도, 사소한 말 한마디나 작은 친절이 때로는 앞날을 살아갈 동력이 되기도 하니까요.
이렇듯 <도무지 그 애는>에 등장하는 이모님들이나 주변 어른들은
무지의 어려움을 단숨에 해결해주는 영웅 같은 존재는 아니지만, 힘든 하루 속에서 잠깐 숨을 고를 수 있도록
온기를 나누어 주는 인물들입니다.
저는 사랑이 반드시 1:1로 주고받아야만 완성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받은 마음이 그것을 베푼 당사자에게만 돌아가기보다는,
필요한 다른 누군가에게 전해진다면 그것 또한 충분히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맥락에서 무지도 작중 인물 ‘유찬’에게 비슷한 존재가 되고자 합니다.
완전하진 않지만, 어설프더라도 순간의 온기나마 전해 주고 싶은 ‘좋은 어른’으로서 말이지요.
마트 이모님들이 무지에게 그렇듯이요.
△ 마음이 몽글몽글 🎈
Q. 작품 초반, 주인공 무지가 겪는 '무너진 일상'은 단순히 힘들다는 느낌을 넘어
세상에서 나만 멈춰있는 듯한 초현실적 감각으로 다가옵니다.
이토록 막막한 공기를 생생하게 구현해낼 수 있었던 작가님의 내면적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A. 저도 연재를 하면서 이 부분에 대해 놀랐는데,
무지가 겪는 ‘무너진 일상’에 대해 생각보다 많은 독자님들이 공감해주시더라고요.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삶에서 한번쯤 지나오는 순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커다란 이벤트 없이 하루가 계속되는데, 정작 자신만 세상에서 잠시 멈춰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요.
저 역시 살아오며 그런 시간을 겪었던 것 같습니다.
일상이 조금씩 무겁게 느껴지고 앞으로 나아갈 힘이 잘 생기지 않는 시기들이 있었어요.
아마 그때의 감정과 공기가 무지의 초반 서사에 자연스럽게 스며든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모든 것에는 금이 가 있고 그 틈 사이로 빛은 들어오게 마련이지요!
금이 간 시간 군데 군데 스며든 빛이 저를 여기까지 인도한 게 아닐까 싶어요.
평소에 ‘쓸모 없는 경험은 없다’고 생각하는 편인데, 제 크고 작은 경험들이 이렇게 유기적인 이야기가 되어
세상에 나올 수 있다니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네요.
△ 저희도 '무지'를 만나서 감사해요. 🥰
Q. 이 작품은 특정 성별의 이야기를 넘어, 매일 아침 몸을 일으켜 일터로 향하는 '노동 그 자체'의 고단함과 숭고함을 다룹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정직하게 땀 흘려 버는 돈'과 '반복되는 노동'의 의미는 무엇인가요?
특히 예술가로서의 창작 노동과 무지가 수행하는 육체적 노동 사이에서 발견하신 공통된 가치관이 있다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A. ‘정직하게 땀 흘려 번 돈’이라는 표현이 참 좋네요.
그 말 안에는 한 사람이 하루를 버텨낸 시간과 노력, 그리고 삶의 무게가 함께 담겨 있다고 느껴지거든요.
마트에서 일하던 시절을 떠올려 보면, 반복되는 노동은 분명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장시간을 서서 근무하다보니 발바닥은 터질 것 같고, 계속해서 멘트를 하느라 입 안이 바짝 마르기도 했어요.
퇴근길마다 캄캄한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걸었던 고단한 공기가 지금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 시간들은 저를 다시 세상과 연결해 주는 과정이기도 했어요.
저의 첫 작품이자 데뷔작 ‘커피와 스무디’를 완결한 후, 사실 저는 제가 다시 이야기를 쓰게 될지 몰랐어요.
작가로서 가장 두려운 순간이라고 생각하는, ‘아무 이야기도 쓰고 싶지 않은’ 상태에 머물러 있었거든요.
그렇게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던 시기에 마트 시식 코너 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고된 노동 안에서도 다시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기더라고요.
마치 현실의 무게로 좌절했던 무지가, 다시 기타를 잡고 가사를 쓰기 시작한 것처럼요.
작품을 만드는 일도 결국은 매일 같은 자리로 돌아와 조금씩 쌓아 올리는 반복의 시간이기에,
돌이켜 보면 창작과 육체적 노동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형태는 다르지만, 두 노동 모두 노력을 통해 돈을 벌고, 삶을 이끌어가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도무지 그 애는>에서 노동은 단순히 생계를 위한 일이 아니라,
무지가 다시 삶을 회복하고 세상과 연결되는 과정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그런 식으로 누군가는 다시 살아갈 용기를 얻기도 한다는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어요.
△ '장미상어' 삽화_작가님 인스타그램 발췌
Q. 무지의 성장은 눈에 띄지 않을 만큼 천천히 이루어집니다.
작가님이 생각하시는 ‘잘 사는 삶’이란 무엇이며, 작품 속 무지의 모습에 작가님이 정의하는 ‘행복’이 어떻게 투영되어 있나요?
A. 이 질문을 들으니 번뜩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는데요,
최근에 누군가 저에게 행복에 대해 말해주더라고요.
행복은 ‘지금 이 순간’에 있는 거라고 말이지요.
흔하게 우리는 행복에 ‘조건’을 많이 붙이곤 하잖아요?
예를 들면 로또에 당첨된다든가, 연인이 생긴다든가, 어디에 합격했을 때 행복할 것 같다고.
그런데 행복은 그런 게 아니라는 거예요.
무언가를 가지거나 특정 위치에 올라가야만 하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순간 행복할 수 있어야’ 그게 행복이라고 했는데,
듣고 나서 머리를 맞은 것 같았답니다.
저도 언젠가 비슷한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그 단순한 진실을 오래 잊고 살았던 것 같아요.
말씀드린 ‘지금 이 순간의 행복’처럼 ‘잘 사는 삶’ 역시 저에게 그렇답니다.
오늘 하루를 무탈하게 보냈고, 무의미한 기우와 타인을 향한 질시없이 내가 가진 순간에 감사했다면,
그런 날들이 모이고 모여 결국 ‘잘 사는 삶’이 된다고 생각해요.
Q. 작가님이 개인적으로 가장 애착이 가는 에피소드나 장면은 무엇인가요?
A. 앞에서 살짝 말씀드렸듯이, 시즌 1 마지막화인 77화가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도무지, 그 애는>의 전 회차를 통틀어 저에게 가장 아픈 손가락이 있다면 ‘혁이’ 라는 인물인데요.
이유는 아마 저와 어떤 면이 많이 닮아서가 아닐까 싶어요.
무지에게는 현실에서 잠시 벗어난 환상의 세계를 열어주는 피터팬 같은,
그러나 성장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떠나와야 하는 네버랜드 같은 존재였지요.
시즌 1 77화는 혁이를 많이 아끼는 만큼, 최대한 우아하게 퇴장시키고 싶어 고심하고 또 고심했던 회차에요.
(마침 행운을 상징하는 숫자 7이 두개나 있는 회차라 더 좋았다지요!)
평소 독자님들이 근사한 코멘트를 달아주셔서 항상 감탄하고 있는데, 77화는 댓글들도 특히 뭉클해요.
△ 안녕, 피터팬
Q. 등장인물들의 대사 중 그리면서도 가장 마음에 남았던 대사가 있나요?
A. 기억에 남는 대사들이 정말 많은데요!
지금 문득 떠오르는 건 시즌 1, 45화 ‘마음이 붙드는 곳’ 에 나오는 무지의 나레이션입니다.
자신의 20대를 회상하며 “뭐든 할 수 있는 나이라지만 뭘 할 지 고를 수는 없었다.”며 선택권이 없었던 시절을 표현하고,
“이후의 삶은 절전모드로 간신히 연명하는 핸드폰 같았다.”고 무기력과 우울증을 이야기하지요.
해당 회차에도 공감해주시는 독자님들이 많았는데, 댓글을 읽어보며 저도 위로를 받았어요.
△ 🌈🖤
Q.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어떤 웹툰으로 기억되기를 바라시나요?
A. 앞서 ‘좋은 이야기’란 무엇이라가고 생각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주셨지요.
말씀드렸던, 그런 이야기로 기억된다면 영광일 것 같습니다.
Q. 수많은 독자가 무지의 삶에 자신을 대입하며 위로받고 있습니다.
힘든 현실 속에서도 무지처럼 묵묵히 살아가는 이 시대의 '무지'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나요?
A. 만화가는 만화로 말한다!!!
(..고 하기엔 너무나 구구절절 글로만 쏟아내고 있네요😅)
농담이고, 사실 지금을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도 이미 정말 잘하고 계시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우리는 간혹 더 나아가야 한다고, 더 괜찮은 모습이어야 한다고 스스로를 몰아붙이곤 하지만,
어떤 시기에는 무너지지 않고 하루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애쓰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무지 역시 특별하게 대단한 사람이어서 앞으로 나아간다기보다,
자주 흔들리고 넘어지면서도 그때그때 주어진 하루를 어떻게든 살아내는 인물이잖아요.
그래서 저는 이 시대의 ‘무지’들에게도 너무 조급해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지금 당장 눈에 띄는 변화가 없더라도, 아주 천천히라도 분명 앞으로 가고 있을 테니까요.
그리고 혹시 삶이 너무 캄캄하게 느껴지는 날이 있다면, 부디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모든 것에는 금이 가 있고, 빛은 바로 거기로 들어온다는 것을요.
△ 모두의 빛나는 날들을 위하여 🌈
[Outro]
Q. 어느덧 시즌 3를 앞두고 있습니다.
연재를 처음 시작할 때의 마음과 지금, 작가님에게 가장 크게 변화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최근 ‘루틴’의 중요성에 대해 절감하고 있답니다.
사실 창작자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규칙적인 생활이라고 생각해요.
대부분 혼자 일하고, 출퇴근시간, 휴식시간 등의 경계가 흐릿하다보니 루틴이 깨지기 쉽더라고요.
루틴이 무너지면 건강도 같이 무너지는 부분이라, 연재 중에는 특히 더 컨디션 관리에 집중해야겠다고 느꼈습니다.
제가 건강하지 않으면 좋은 이야기도 나올 수 없더라고요. 몸도 마음도 자주 돌보아주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Q. 종이책으로 나온다면 꼭 소장하고픈 작품이에요. 혹시 단행본 계획 있으신가요?
A. 당장은 없지만, 저는 언제나 단행본 출간을 기다리고 있답니다!
전국에 계신 출판사 관계자분들,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Q. 마지막으로 <도무지 그애는>을 사랑해 주신 독자님들께 하고 싶은 말씀 있다면, 마음껏 부탁드립니다.
A. 무지의 이야기를 지켜봐주셔서, 독자님들께는 항상 감사하고 애틋한 마음 뿐입니다.
아직 많이 서투르고 부족한 작가이지만, 향후 더 좋은 작품으로 보답하도록 노력할게요.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천천히 앞을 향해 나아가는 무지를 보며, 오늘 내딛은 우리의 한 걸음을 생각해 봅니다.
긴 인터뷰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