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해방전후 대한민국의 '먹툰'- 웹툰 〈경성빵집〉

조경숙 | 2019-06-14 11:39
예능, 유튜브, 만화를 막론하고 음식 콘텐츠의 열기는 여전히 뜨겁다. 먹방 트렌드에 맞춘 드라마 <식샤를 합시다>의 첫 시작이 2013년이었으니, 최소한 6년이나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웹툰에도 이런 트렌드가 반영되어, 맛있는 음식을 먹음직스럽게 그리는 만화들이 인기리에 연재되어 왔다. 조경규 만화가의 <오무라이스 잼잼>, <차이니즈 봉봉클럽> 시리즈는 대표적인 '먹툰' 주자이고, 회사원들의 점심식단을 골라주는 웹툰 <오늘 점심 뭐먹지>(오동진)과 어설프고 쌉싸름한 추억과 음식을 함께 그리는 만화 <초년의 맛>(앵무), 학창시절과 음식 이야기를 버무린 <공복의 저녁식사>(김계란) 까지 다양한 주제의 '먹툰'이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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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 <오무라이스 잼잼>은 최근 시즌11 재개를 예고했다. (출처: 다음 만화속세상)

때에 맞는 적절한 음식은 확실히 사람을 위로하는 힘이 있다. 음식이 갖고 있는 이러한 특성을 주목하여, 대개 음식 콘텐츠들도 현대인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음식과 요리를 조명하곤 한다. 그러나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 다소 독특한 행보를 보인 웹툰도 있다. 최근 완결된 만화 <경성빵집>(왕보라)이다. <경성빵집>은 먹툰의 주된 배경인 현대를 벗어나, 음식 서사를 대한민국 해방 전후라는 독특한 시대적 배경을 결합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빚어낸다.

1948년 경성을 배경으로 하는 웹툰 <경성빵집>은 빵이라는 음식을 통해 해방 전후 대한민국을 조명한다. <경성빵집>은 오븐을 통해 구워낸 게 아니라 찜기에 넣고 쪄낸 찐빵을 시작으로, 경주빵, 벚꽃떡, 꿀빵 등을 등장시켜 서양 다과 문화가 우리나라에 녹아들어 새로운 모습으로 탄생하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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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웹툰 <경성빵집> 메인 썸네일 이미지 (출처: 케이툰)

재미있는 건, 이런 빵을 만들어내는 인물들 역시 해방 전후의 혼란과 갈등상황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먼저 주인공 ‘앙금’은 자신의 동의없이 오간 혼담에 반발하여 상경하고, 경성빵집의 점장 ‘태랑’은 가난한 부모님이 일자리를 찾아 떠난 프랑스에서 운좋게 제빵기술을 배워 한국으로 돌아왔다. ‘단미’는 어린시절부터 석하고 똑똑했으나 그런 자신을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억압하고 학대한 '오라버니'에게 강한 분노를 품고 있고, ‘시혁’은 어린 시절부터 고아가 되어 거리를 헤매다가 자신을 지키기 위해 어둠의 소굴로 들어간다.

이들은 아직 댕기 머리와 짧은 머리가 공존하는 경성에서, 전통적인 규범과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 사이를 끈질기게 헤맨다. 이 가운데 빵은 이들을 단순히 위로하는 도구가 아니라,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자신의 혼란을 담아내기도, 혹은 갈등을 해결하는 매개가 되기도 하는 핵심적인 장치다. 거기에 더해 1950년 한국 전쟁을 맞이하는 때에는 부유한 다과 문화에서 전쟁 난민을 돕는 구호물자로 그 모습을 바꾸기도 한다.

<경성빵집>은 격동의 시간 속에서 음식이 어떻게 시대를 담아내는지 섬세하게 보여주는 웹툰이다. 간혹 서사 전개에서 매끄럽지 않은 부분들이 툭툭 돌출되는 감이 없지 않지만, 전체적인 완성도에 비견했을 때 그 정도는 눈감아 줄 만하다. 다만 작품 감상에 앞서 주의할 점이 하나 있다. 이 만화 역시 태생이 '먹툰'이기 때문에, '먹툰'의 기본에 충실하여 빵이 정말 부드럽고 달콤하게 그려져 있다. 웹툰을 읽다 보면 빵이 너무 먹고 싶어질 수 있으니, 가능하다면 좋아하는 빵을 옆에 구비해놓은 뒤 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