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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대출 - 장기를 대출해 드립니다.

namu | 2015-08-31 06:13

 

 

“이 소시지란 놈이 돼지 창자로 만든 건데 그런데

이놈이 다시 우리 창자를 채우는 걸 보면 재밌지 않습니까?

결국 돌고 도는 것이 세상의 이치인 건데 말이죠"

 - 장기 대출 안 원장의 대사 中 

 

 

과거 도시괴담의 한 종류로 속속 등장했던 인신매매나 장기매매는 몇 해 전인가부터 조선족의 장기밀매에 대한 뉴스 보도가 확산되며 사실상 현실임이 입증되었다. 동시에 사회의 공포심이 급속도로 커지면서, 중국 정부에서 암암리에 행하고 있던 장기밀매에 대한 사실도 국제적인 이슈가 된 바 있다.

 

장기밀매에 대한 공포심을 대변이라도 하듯, 2012년 공모자들, 2014년 차이나타운 같은 장기밀매를 다룬 영화들도 대범하게 나오고 있는 추세. 납치를 당해 장기가 적출된다는 사실도 공포스럽지만, 보증을 잘못 서거나 대출을 기간 내에 상환하지 못할 때 신체포기각서를 찍으면 절반은 내가 인정했다는 사실이 되어버리니.. 의지와 관련 없는 타인에 의한 죽음은 우리의 간담을 서늘해지게 한다. 그렇다면 몸이 돈이 되는 세상. 아예 처음부터 장기를 대출하는 사업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떨까? 그렇다. 웹툰의 제목처럼 이것은 말 그대로 장기를 ‘대출'한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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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에 들러 기름을 사는 할아버지. 그 할아버지에게 잔돈을 건네주지 않은 주유소 직원. 상한 과일만을 골라 파는 트럭 과일 장수, 과일을 사고 가는 길에 할아버지와 부딪히는 말더듬이 청년. 미안하게 됐다며 여관에 불을 지르고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미소 짓는 할아버지. 대출 상환 기한이 만료됐다는 메시지를 받고 죽임을 당한 주유소 직원. 어딘가 모르게 불편한 우리 사회의 단면만을 골라 모아놓은듯한 시작. 어찌 된 영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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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관에 불을 지른 할아버지는 왜 죽였냐는 형사의 질문에 대답을 하는 둥 마는 둥 한다. “글쎄.. 그것이.. 내가 왜 죽였을까..” 하는 신세한탄 비슷한 푸념만 늘어놓을 뿐. 수사가 진전이 없자 형사는 설렁탕을 한 그릇 드시고 왜 죽였는지 말해달라 한다. 왜 취조 장면은 항상 설렁탕인가..

 

과거 심문 방법의 하나로 그 잔인성으로도 익히 알려진 설렁탕. 코렁탕이라는 단어도 생겨났듯이 이미 많은 영화와 만화에서 설렁탕은 경찰서의 전유물 인양 등장한다. 할아버지는 뜨끈한 설렁탕이 도착하기도 전에 죽인 놈에게서 눈알을 빌렸다고 자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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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 할아버지가 좀 이상하다. 빨리 감옥에 넣어달라고 보챈다. 형사는 시체가 아무런 저항 없이 침대에 누워 있다 불타죽었는데 어떻게 할아버지가 죽였는지에 대해 묻는데도, 할아버지는 횡설수설하더니 도착하기 전에 고스란히 누워있어서 불을 질렀으니 그놈이 자는 건지 어쨌는지는 모르겠고 내가 죽인 것이 확실하니 빨리 감옥에 넣어달라 할 뿐.. 이쯤 되면 할아버지가 자발적으로 감옥에 들어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 할아버지의 핸드폰에 문자가 하나 도착한다. 대출 상환기일 만료와 동시에 강제 추심을 진행한다고…

 

이렇게 숨 막히는 스토리의 진행 속에서도 작가는 코믹한 부분도 놓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현장조사하던 두 형사의 신에서 깔깔대며 웃었다. 사건 현장을 조사하면서도 후배는 발밑을 조심할 줄 모른다. 계속 뭔가 발로 깨부순다. “이 자식이 일부러 그러나 발 밑을 조심하라 했잖아!!” 이 장면에서 왜 살인의 추억 속 송강호의 모습이 떠오르는 걸까.

 

동료 형사 후배에게 매일 가는 그 식당에서 순댓국을 시켜놓으라 하고 취조실에 들어갔다 나왔는데.. 눈을 빌렸다는 얘기를 듣고 순댓국을 바라보고 있자니.. 순댓국이 목으로 넘어갈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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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댓국, 설렁탕, 장기.. 뭔가 묘하게 연관된 느낌이다.

 

장기를 대출한 할아버지의 사연은 이렇다. 앞을 보지 못하기에 일평생 딸의 얼굴을 한 번도 본적 없는 할아버지. 딸의 결혼식이 두 달 남은 시점 안원장이라 불리는 낯선 사람이 할아버지에게 접근, 눈을 빌려주겠다는 솔깃한 제안을 하게 되고 장기 대출은 3년 만기. 딸의 결혼식은 코앞이고 각막 기증자를 마냥 기다리는 것도 똥줄이 타는데 지금 당장 각막을 주겠다는 말은 솔깃할 수밖에.. 하지만 대출을 바로 해주겠다니.. 도대체 어디서..? 공급은 어떻게 되는 걸까.. 뭔가 냄새가 난다. 대출의 조건은 단 한 가지. 대출 상환 기한 내에 각막이 필요한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 이상론자들의 세계에서 튀어나온듯한 뭔가 찜찜하고 끈적거리는 찝찝함이 남는다.

 

순댓국집에서 형사 둘을 등에 지고 내내 말없이 소주만 연거푸 퍼마시던 한 남자. 남자는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라며 소주를 있는 대로 마시고는 경찰서 앞으로 차를 거칠게 몬다. 형사 하나를 트럭으로 들이 받을뻔한 이 남자 음주운전에, 살인미수죄에 경찰서 벽을 무너트린 기물 파손 죄로 이미 잡혀들어갈 이유는 산더미인 판국에 한다는 말이 자신이 여관에 그 사람을 죽였단다. 근데 이 남자 낯이 익다.. 썩은 과일만 골라 팔던 과일 장수 아저씨다. 줄줄이 사탕으로 자수하러 들어오는 사람들.. 이대로라면 범인 검거율 100%도 문제없어 보인다.

과일을 사간 청년도, 불을 지른 할아버지도, 과일을 팔던 과일장수도 모두 이 사건에 연루되어 있다.

주유소 직원이 장기를 대출한 사연은 무엇이며 그들은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에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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