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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의 과거에서 웹툰의 미래를 발견하다 - 성장기

김민오  |  2019-03-14 14:47:21
 | 2019-03-14 14:4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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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 함께'로 대표되는 웹툰 기반의 2차 저작물, 스타 웹툰작가들로 인해 웹툰의 위상은 과거 10년전보다 매우 높아졌습니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웹툰의 불법 유출, 웹툰은 무료라는 인식 등으로 웹툰 시장이 오래 지속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 역시 많아졌습니다.


 어떻게 해야 웹툰 시장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을까를 고민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웹툰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만화의 역사를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이야 출판 만화시장이 몰락 되었다고 하지만 한때는 친구들끼리 누가 더 많은 만화책을 갖고 있는지, 누가 더 최신 만화잡지를 소장했는지 두고 경쟁했을 정도로 출판 만화의 인기가 대단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역사는 반복됩니다.


시간이  흘렀어도 그 안에서 현재의 웹툰 시장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점들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앞으로 출판 만화시장의  흥망성쇠를 간단히 살펴보면서 출판 만화의 과거가 현재 웹툰 시장에 던지는 메세지들을 살펴보려고 합니다.


첫 시작은 만화의 성장기를 보면서 느낀 3가지 생각들을 공유하고자 합니다.


 


대여 서비스로 시작한 만화 시장, 

이는 사용자들을 확보하는데 큰 도움을 주었다


출판 만화 서비스의 시작은 대여 서비스로 시작이 되었습니다. 제가 가장 놀랐던 부분인데요, 왜냐하면 웹툰의 경우는 무료 서비스로 시작되었기 때문에 기존 사용자들은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을 갖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래서 구매하는 것이 당연했던 출판 만화의 경우는 당연히 한 권 한 권 제 값을 지불하는 구매 서비스로 시작하고 이후  가격을 낮추기 위한 대여 서비스가 탄생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더군요. 그래서 웹툰 서비스도 이처럼 인식을 바꿀 수  있지 않을까 희망을 갖고 살펴봤습니다.


 우리 나라 출판 만화의 시작점이라고 할 수 있는 만화 대여점, 대본소의 등장은 대략 1950년대인데 이때는 한국전쟁으로 인해 국민들의 경제력이 매우 낮았던 시절이었습니다. 오직 소수의 구매자들만이 만화를 직접  구매하고 소유할 수 있었던 상황이었던 것이죠.


이런 맥락으로 인해 출판 만화는 구매가 아니라 대여 서비스로 시작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사람들이 직접 구매할 때 만큼의 매출은 생기지 않았지만 그래도 이로 인해서 구매력이 없는 어린이들까지도 만화를 볼 수  있었을 만큼 진입 장벽이 낮아진 것이죠. 


더욱이 현재와는 다르게 유튜브, 영화, 게임, 스마트폰 같은 다양한 문화 서비스가  없었던 시절에 대본소는 사람들이 전쟁의 아픔으로 인해 힘든 일상 속에서 행복을 찾을 수 있던 공간이었고 이로 인해 만화 시장을 크게 만들 수 있는 기초를 쌓는데 기여를 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는 2000년대에 포털 사이트에서 웹툰 서비스를 처음으로 시작했을 때의 상황과도 일부분 상통하는 것 같습니다.



초창기 대본소의 외부

▲초창기 대본소의 외부


초창기 대본소의 내부

▲초창기 대본소의 내부


웹툰 업계에서는 포털 사이트가 웹툰 서비스를 처음부터 유료 서비스로 시작했다면 지금처럼 웹툰은 공짜라는 인식을 없앨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는 의견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1950년대와는 다르게 인터넷, 영화관, 비디오, 게임 등 다양한 오락 서비스가 생긴  2000년대의 맥락에서 웹툰의 유료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은 확실히 어려운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만화의 경우 불법 스캔본이 있는데 도서 대여점에 왜 가냐?는 말이 나왔을 정도로 불법 사이트에 대한 접근성이 끝내주게 좋았던 환경이었고요(밤토끼와 마루마루 운영진들이 검거된 지금 상황을 보니 정말 저작권에 관한 인식이 많이 좋아졌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포털 사이트의 무료 웹툰 서비스는 분명히 많은 사람들이 다시 만화와 웹툰 문화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과정을 거쳤기에 우리들은 웹툰 기반 영화 제작 소식이나 스타 웹툰 작가라는 단어가 더 이상 새롭게 느껴지지 않는 시대에 살게 되었습니다.

 



 

구매를 해서라도 사용하고 싶은 만화 서비스의 등장



포털  웹툰 서비스가 웹툰 시장을 만드는데 큰 역할은 한 것과는 별개로, 도대체 어떻게 무료라는 인식이 퍼진 서비스를 정당한 노동댓가를  받을 수 있는 유료 서비스로 만들 수 있을까요? 다시 출판 만화 시절을 살펴봤습니다. 대본소가 만화시장의 기초를 쌓는데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한계를 가지고 있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왜냐면 만화책의 매출이 구매자의 수가 아니라 대본소의 갯수에 달려있었기  때문입니다. 대본소가 전국에 많이 있더라도 팔 수 있는 부수의 한계가 있다보니 만화를 제작하는 출판사들 입장에서는 퀄리티 높은 작품 1개를  만들기보다는 퀄리티가 낮은 작품 5개를 만들어 빠르게 파는 것이 더 이익이었던 구조가 만들어진 것입니다. 이로인해 자연스럽게 작품들의 질적저하가 이루어졌다고 합니다. 예를 들면 초창기 대본소 만화들은 장편 만화가 아니라 상.중.하 이렇게 적은 부수로 구성되었고, 작화는 새로 들어온 문하생도 쉽게 따라 그릴 수 있도록  단순 했었다고 합니다. 그래야 빨리 다른 만화를 만들고 빨리 팔아서 이윤을 남간 수 있었으니까요. 심한경우에는 만화책 1권이 하루만에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사람들의 기대치는 높아졌지만 그 기대치를  충족하거나 뛰어넘는 작품이 만들어질 수 없는 상황이 온 것입니다. (여기에 대본소 만화방과 만화에 대한 안 좋은 사회 인식까지 추가됩니다.)


70년대 대본소 만화 - 출처: 두고보자 웹진, 원종우

▲70년대 대본소 만화 - 출처: 두고보자 웹진, 원종우


 이런 시기에 소년한국일보, 중앙일보 등의 언론사와 대본소 중심의 만화시장의 문제점을 개선하고자 했던 출판사들은 대본소 만화가 가지고 있는 한계점을 파악하고, 사용자들에게 더 좋은 작품를 제공하기 위한 새로운 실험들을 합니다. 이 과정에서 대본소 만화책들이 다루지 않았던 주제를 다루고, 제본부터 종이재질까지 고급 퀄리티를 추구, 좋은 작품을 확보하기 위해 작가들에게 많은 투자를 하는 등의 혁신이 이루어졌으며 이후 한국 최초의 만화전문잡지 '보물섬'이 탄생하게 됩니다. 보물섬의 탄생은 만화를 좋아하던 어린이들이 대본소로 가는 대신 만화잡지를 구매하는 패턴으로 흐름을 바꾸었고 이는 다른 어린이 잡지에도 영향을 주어 만화와 관련된 콘텐츠를 대폭 늘리게 되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출처: 한겨레, 박인하

▲출처: 한겨레, 박인하


 이는 레진코믹스가 유료 웹툰 서비스 시대를 열었던 맥락과도 일치하는 점이 있습니다. 누가 웹툰을 돈 주고 보냐는 인식에 당당히 맞섰던  레진코믹스는 성인 작품을 비롯해서 무료 웹툰 서비스가 다룰 수 없었던 주제들을 자유롭게 다룰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줬고,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웹툰 감상 및 결제를 할 수 있는 최적의 사용성 제공, 작가들의 높은 수익 외에도 삶의 질을 향상 시키기 위한 서비스 등을 제공하여 웹툰도 돈 주고 보는 시대를 이끌어냈습니다. 이로 인해서 기존 무료 웹툰 서비스들도 자사 서비스에 부분 유료 서비스를 도입하기도 했고요. 이렇게 유료 웹툰 시대 초창기만 해도 웹툰은 공짜라는 인식이 좀 줄겠구나 라고 생각했으나..현  시점에서는 유료와 무료 웹툰 작품 간의 퀄리티의 격차가 거의 안 느껴질 정도로 상향 평준화가 되었습니다(네이버 글로벌 웹툰 서비스  같은 경우는 마블코믹스의 아버지  '스탠 리'의 작품을 전 세계에 공짜로 제공하고 있을 정도...). 각 웹툰 플랫폼들이 제공하는 사용성도 상향 평준화 되었고요. 이런 이유들로 인해 유료 웹툰 서비스들은 지금도 무료 웹툰 서비스들과 비교 당하면서 나쁜 리뷰를 받고  있습니다. 유료 웹툰 서비스의 길은 쉽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역사를 돌아보면서 알게 된 것은 무료 서비스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을 유료 서비스가 시원하게 해결해 줬을 때 사람들은 유료화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무료 웹툰 서비스가 가진 한계가 무엇인지, 그 한계 중에서 유료 웹툰 서비스가 해결 할 수 있는 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중요한 것 같습니다. 

 



 

인기작의 아류작들이 플랫폼을 도배할 때가 위기다


특정  상품이 인기를 끌면 그와 비슷한 상품이 나오는 것은 모든 업계에서 일어나는 현상 입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과거의 상품들과  차별점을 만들어내면서 개선이 이루어집니다. 하지만 문제는 품질 향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제자리 걸음만 하고 있을 때입니다. 대본소 시절에는 앞에서 설명한 이유들과 합동출판사라는 독점 업체의 횡포로  작품의 품질향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차별점 없는 작품들이 대본소를 가득 채웠다고 합니다. 이는 곧 업계 전체의 서비스 품질 하락으로 이어져 많은 사용자들이 대본소 서비스로부터  이탈하는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상황은 작품과 제본 방식의 고급화를 추구한 만화잡지가 성장하는 계기를 만들어주었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 만화잡지의 성공으로 인하여 대본소 유통체제의 독과점 문제를 갖고 있었던 합동 출판사가 망하게  되었는데, 이것을 계기로 작품 제작의 힘이 출판사에서 작가에게로 넘어가고 작품의 질적 개선이 이루어졌다는 것입니다. 더 이상 출판사의 요구대로 중.단편 의 저품질 만화를 그려야하는 제약이 사라진 것이죠. 이로 인해 작가들은 창작의 자유를 얻게 되고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 위한 새로운 실험들 하게 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나온 유명한 작품들이 고우영 작가의 '임꺽정' 그리고 이현세 작가의 '공포의 외인구단'입니다. 이 작품들은 중.단편의 저품질 만화가 판을 치던 상황에서 주인공의 이상와 갈등을 다룬 긴 서사를 갖고 있던 장편 만화였으며,  단순한 그림체에서 벗어나 성인들도 몰입해서 볼 수 있는 극화체 만화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들이었습니다.(그리고 엄지의 '어머 저건  사야해~' 짤도 탄생합니다.). 이로 인하여 대본소에는 이전보다 질적으로 향상된 만화들이 제자리를 찾을 수 있었고 이 덕분에 제 2의 부흥기를 맞이하게 됩니다. 추가로 이 때는 만화 잡지의 성장도 가세하여 대한민국 만화시장에서 두번 다시 없을 찬란한 황금기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출처: 월간조선 8월호, 임재민, 최우석

▲출처: 월간조선 8월호, 임재민, 최우석


이 부분은  특정 작품이 성공하면 그와 비슷한 작품들이 웹툰 플랫폼 내에 쏟아져 나오는 것에 대한 경각심을 줍니다. 특히 웹툰 사용자들은 자신이 좋아하는 그림체, 좋아하는 스토리와 비슷한 작품들을 보게 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플랫폼 입장에서는 성공한 작품과 비슷한 작품을 서비스하는 것이 안정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방법이기에 매우 매력적으로 보입니다. 하지만 당장은 매출에 도움이 될지 몰라도 멀리보면 작품의 질적하락을 야기할 수도 있는 문제가 있음을 인지해야합니다. '요즘 나오는 웹툰들 다  비슷비슷한거 같아' 라는 인식이 웹툰 사용자들에게 널리 퍼지는 순간 사용자들은 웹툰 시장을 떠날 것입니다. 더욱이 동영상과 게임 등 다양한 문화 서비스가 많아진 현 시대에서 떠나간 사용자들을 다시 붙잡아 오는 것은 큰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만화/웹툰은 사람들이 각자 가지고 있는 삶의 욕구를 마주하고 겉으로는 알 수 없었던 욕구에 대한 진실을 알려주어 사용자 스스로의 삶을 돌이켜볼 수 있는 계기를 주는 콘텐츠입니다. 사용성으로나 경제적으로 매우 쉽고 편안한 방식으로 말이죠. 늘 어떻게 해야 매출에 편향되지 않고 사람들의 삶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작품을 만들 수 있을지,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잊지 않는 것이 웹툰 서비스 성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까지 출판만화의 성장기를 통해 깨달은 생각들을 공유했습니다. 다음에는 출판 만화의 쇠퇴기를 통해서 웹툰 서비스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한 힌트를 찾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참고 자료  ]

디지털 규장각 - http://dml.komacon.kr/webzine/cover/1329 

두고보자 웹진 - http://www.dugoboza.net/no004/special/history.htm

한겨례 - http://www.hani.co.kr/arti/PRINT/585852.html, 

 http://h21.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32736.html

미디어 SR - http://www.mediasr.co.kr/news/articleView.html?idxno=49020


이어보기: 만화의 과거에서 웹툰의 미래를 발견하다 - 몰락기






[김민오]
mino
글로벌 웹툰 서비스 '태피툰'의 UX 디자이너 입니다.
웹툰 시장이 더 커질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개선 아이디어를 공유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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