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 대표 이미지만으로 작품의 성격을 정확하게 알릴 수 있을까?
▲웹툰 대표 이미지
웹툰 서비스를 사용하면 우리는 많은 대표 이미지들을 마주하게 됩니다. 분명 처음 사용했을 때는 이쁘고 다양했던 이미지들이 많았는데 오랫동안 사용하면서 기존 대표 이미지들에 익숙해지고 매력이 처음보다 무뎌지는 현상이 생깁니다. 제게는 이 현상이 문제처럼 느껴지더라고요.
특히 많은 웹툰 서비스의 메인 페이지, 검색 페이지, 라이브러리 페이지, 이벤트 페이지 등 다양한 페이지에서 하나의 작품을 똑같은 대표 이미지로 보여주는 경향이 있다보니 이런 문제가 더 크게 느껴졌습니다. 혹시라도 해당 웹툰이 갖고 있는 성격을 대표 이미지 하나로 판단하고 있진 않은지, 사실은 해당 웹툰이 내 취향에 맞는 스토리와 캐릭터들을 다루고 있는데 제가 감상을 안해서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들더군요.
갭 모에 혹은 반전 매력이라는 단어가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사고 있습니다. 늘 진지하고 무거운 분위기였던 캐릭터가 갑자기 허당적인 모습을 보여준다거나, 바보인줄 알았던 캐릭터가 갑자기 카리스마 있는 모습 등을 보여줄 때 느끼는 매력을 말합니다.
▲예를 들면 이런 매력?
개인적으로 특정 작품의 반전 매력들을 커뮤니티 혹은 SNS 에서 뒤늦게 발견하여 입덕한 경험들이 있다보니 적절한 타이밍에 대표 이미지 이 외의 다른 매력을 가진 이미지를 보여주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습니다. 이런 아이디어라면 웹툰 서비스를 처음 사용하는 라이트 유저나 오랜 기간 사용한 헤비 유저들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지 않을까요? 이런 저의 아이디어를 뒷받침해줄 자료를 찾다보니 바로 넷플릿스에서 제가 생각한 것과 똑같은 아이디어를 이미 구현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넷플릭스의 경우는 사용자가 감상한 영화들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여 같은 작품이라도 다른 대표 이미지를 보여준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영화 ‘펄프 픽션'의 경우의 주연배우로 우마 서먼과 존 트라볼타가 나오는데, 우마 서먼의 영화를 많이 본 사용자한테는 우마 서먼이 강조된 대표 이미지를 보여주고, 존 트라볼타의 영화를 많이 본 사용자한테는 존 트라볼타가 강조된 대표 이미지를 보여주는 식인 거죠. 그렇게 해서 사용자들이 더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발견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고 합니다.
▲출처: 넷플릭스 기술 블로그
이런 자료를 읽다보니, 제 아이디어가 전혀 의미없는 아이디어는 아니겠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만, 이 아이디어가 사용자들에게 의미가 있을려면 어떤 타이밍에 어떤 이미지를 보여줄 것인가가 중요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제가 아는 선에서 사용자들이 웹툰 대표 이미지를 발견하는 접점과 기대하는 것이 무엇인지 추론해봤습니다.
웹툰 플랫폼마다 다르겠지만 크게는 메인, 검색, 라이브러리 그리고 콜렉션 페이지가 공통적인 사용자들의 접점입니다. 이 중에서 메인의 경우는 작품의 첫인상과 연결이 되어있고 작품에 대한 정보를 서비스 외부에서 미리 접한 사용자들의 서비스 사용 맥락도 염두해둬야 합니다. 이 때문에 작품의 특징을 가장 잘 표현하면서 외부에 많이 소개된 대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사용자들이 원하는 작품을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판단이 됩니다.
▲메인, 검색, 라이브러리 모두 같은 대표 이미지가 사용된 ‘우리 집에 왜 왔니’.
▲특정 주제에 맞게 큐레이션 된 이벤트 페이지에서는 다른 이미지가 보여도 되지 않을까요?
다른 이미지를 보여줄 장소를 잡았으니 이제는 어떤 이미지를 보여주느냐가 남았습니다. '장르'를 기준으로 해당 아이디어를 적용해보겠습니다. 왜냐하면 첫째로, 장르는 웹툰 사용자들이 취향에 맞는 작품을 고를 때 고려하는 큰 요소 중 하나입니다. 둘째로, 스토리텔링의 구루 ‘로버트 맥키’는 저서 Story에서 하나의 장르는 다른 장르와 합쳐지거나 영향을 받으면서 성격상 중첩되는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모든 이야기들은 하나의 장르로만 규정지어질 수 없고 둘 이상의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로맨틱 코미디, 로맨스릴러 등의 성격을 가진 작품을 로맨스 라는 장르 하나로만 규정하기에는 어렵다는 말이죠.
이런 이유들을 봤을 때 장르를 통해서 작품의 매력을 다양한 시선에서 알릴 수 있다면 사용자들이 원하는 작품을 찾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어 다음 웹툰의 인기작품 '우리 집에 왜 왔니' 같은 경우는 로맨스와 코미디의 성격이 섞여있는 작품입니다. 이럴 경우 이 작품을 서비스의 메인, 검색 페이지 등을 통해 로맨틱한 대표 이미지로 노출한 경우가 많은데, 콜렉션 이미지에서만큼은 로맨틱과는 차별화된 코믹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서비스를 여러번 사용한 헤비 유저나 서비스를 처음 접한 라이트 유저 모두에게 작품의 정확한 성격을 보여주는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요? 그래서 예시를 만들어봤습니다.
로맨틱 장르 작품을 선정한 콜렉션 페이지에서는 콜렉션 목적에 맞도록 두 남녀 주인공들의 알콩달콩한 장면을 대표 이미지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코미디 장르 작품을 선정한 콜렉션 페이지에서는 그림체로 확실히 웃겨주는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를 통해 기존 대표 이미지가 보여주지 못한 작품의 다양한 매력들을 보여주고 사용자들에게 작품의 정확한 매력을 어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래 이미지에서 작품에 기대하는 성격이 어떻게 바뀌는지 한번 확인해 보세요.
▲컨셉 디자인 1 - 로맨스 장르 콜렉션에서의 대표 이미지
▲컨셉 디자인 2 - 코미디 장르 콜렉션에서의 대표 이미지
이런 식으로 기존의 대표 이미지 말고도 다른 이미지를 통해 작품의 다양한 매력을 노출할 수 있다면 '우리 집에 왜 왔니' 라는 작품이 로맨스 라는 장르 이외에 코미디라는 성격을 가진 작품이라는 것을 정확하게 알려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미 특정 이벤트의 상세 페이지(특히, 성인 작품 관련 이벤트의 상세페이지) 혹은 각 플랫폼별 SNS를 통해 작품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시도는 있었습니다. 하지만 위의 경우 신작이 들어오거나 작품이 매우 많을 경우 매번 내용을 업데이트 하기는 힘듭니다. 위 아이디어의 경우 또 다른 대표 이미지를 서비스상에 업로드 하는 것 만으로 구현 가능하기에 이벤트 상세 페이지나 SNS를 통한 어필보다 빠르게 대응이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위 아이디어는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습니다. 첫째로는 다양한 매력을 가진 이미지들을 한 페이지에서 동시에 보여주기가 힘들다는 점입니다. 웹툰 서비스를 처음 접한 사용자들의 경우 5분도 안 돼서 작품들을 훓어보고 바로 서비스를 이탈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런 사용자들을 위한 추가적인 개선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둘째로는 사용자 데이터를 고려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넷플릭스처럼 사용자들이 어떤 작품을 감상했는지를 파악한 후 사용자의 취향에 맞는 작품 이미지를 데이터에 기반하여 보여줄 수 있다면 사용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작품을 찾는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에 생각한 아이디어는 여기까지 입니다. 위 아이디어에서의 포인트는 기존 대표 이미지 이외의 다른 이미지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대표 이미지 말고도 작품이 가진 다양한 매력을 보여주자는 것입니다. 이는 사용자들이 자신의 취향에 맞는 작품을 빠르게 찾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됩니다. 누군가가 더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시키길 바라며 이만 마칩니다. 감사합니다! :)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