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웹툰 서비스는 저관여 제품일까요?
'웹툰 보는데 왜 돈을 써야하죠?'
유료 웹툰 앱 리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말입니다. 잘 생각해보면 그냥 마음 속으로만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는 생각을, 귀찮음을 감당하면서까지 리뷰로 남기는 것을 보면 유료 웹툰에 대한 반발감이 예상보다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럼 무엇이 저렇게 유료 웹툰에 대한 거부감을 키운 것일까요?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웹툰은 가볍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콘텐츠라는 인식과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의 충돌이 크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그러다보니 한 가지 의문점이 들었습니다.
과연 유료 웹툰 서비스는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저관여 제품일까요?
가격이 200~500원 사이인 유료 웹툰 회차 1개만 보자면 고민할 것도 없이 저관여 제품이 맞습니다. 하지만 200화가 넘는 장편 웹툰의 경우에도 저관여 제품일까요? 이 경우, 한 회차를 200원이라고 해도 최소 6만원의 최종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무료 웹툰에 익숙한 라이트 유저한테는 그림체가 이쁘다고 가볍게 구매할 수 있는 금액은 아닙니다. 이런 측면에서 봤을 때 유료 웹툰 서비스는 과연 저관여 제품이 맞는지, 기존 유료 웹툰 마케팅 전략에서 개선할 점은 없을지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관여도와 웹툰의 특성을 공부해봤습니다.
먼저, 관여도의 정의는 다음과 같습니다.
주어진 상황에서 특정 대상에 대한 개인의 중요성 지각 정도 혹은 관심도
*출처: 이학식, 안광호, 하영원 <소비자 행동론>
이것을 좀 더 쉽게 풀이하면 '사용자가 특정 대상을 구매할 때 고려하는 관심도'로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편의점에서 젤리나 껌 같은 스낵을 살 때 제품 정보를 알아보는 노력과 온라인에서 노트북을 살 때 제품 정보를 알아보는 노력에는 차이가 있겠죠? 젤리 같은 스낵처럼 해당 제품 정보에 대한 관심도가 낮을 경우는 저관여 상품, 노트북처럼 성능 / 무게 / 디자인 / 가격 등 해당 제품 정보에 대한 관심이 높은 경우는 고관여 상품으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각 관여도에 따른 특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저관여 제품]
일반적으로 가격이 낮고 다른 경쟁 상품과 큰 품질 차이가 없습니다. 그리고 잘못 구매하더라도 손해를 볼 위험이 적기 때문에 제품 정보를 얻기 위한 노력이 적습니다. 이런 이유로 저관여 제품의 마케팅 전략을 짤 때는 해당 제품의 반복적인 광고 노출 등을 통해 친숙함과 익숙함을 심어주는 전략이 주로 사용됩니다. 예로는 젤리 같은 가벼운 스낵, 휴대용 티슈, 필기도구 등이 있습니다.
▲마트 계산대 앞에 배치되어 우리들을 유혹하는 제품들은 거의 저관여 제품입니다.
▲저관여 제품 광고의 전설. 친숙함(..)을 어필해야 제품이 잘 팔립니다.
[고관여 제품]
일반적으로 가격이 높고 사용자가 구매전에 고려하는 요인들이 많습니다. 사용자가 원하는 욕구를 채워줄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과 잘못 구매했을 때 손해를 볼 위험이 높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상품의 정보를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합니다. 이런 이유로 고관여 제품의 마케팅 전략을 짤 때는 유용한 정보제공 및 신뢰를 주기 위한 전략이 주로 사용됩니다. 예로는 노트북, 자동차, 와인, 화장품 등이 있습니다.
▲이리저리 살펴보다가 가격보고 한숨 쉬게 되는 제품들은 거의 고관여 제품입니다.
▲고관여 제품 광고의 예시. 성능을 어필해야 제품이 잘 팔립니다.
이외에도 관여도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가지 특징들이 있지만 자세한 것은 분량 관계상 생략하겠습니다. 더 자세한 정보는 여기를 참조해주세요.
위와 같은 관여도 제품들의 특징을 봤을 때,
사용자들에게 웹툰 서비스는 어떤 상품으로 느껴질까요?
많은
웹툰 서비스 사용자들이 웹툰을 사용하는 주 사용목적은 가벼운 재미추구 혹은 스트레스 해소입니다. 하지만 요즘에는 가벼운
재미추구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서비스가 많이 있습니다. 구매 없이도 사용할 수 있는 유튜브 같은 동영상 서비스나 무료로
즐길 수 있는 모바일 게임으로도 충분히 재미추구의 목표를 이룰 수 있습니다.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전 '유료 웹툰 서비스는 고관여 제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첫째 이유로, 유료 웹툰 외에 재미추구라는 목표를 이룰 수 있는 무료 서비스가 많습니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게임이나 동영상 서비스와 비교했을 때 유료 웹툰만의 강력한 차별점이 없다면 사람들은 유료 웹툰 서비스보다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게임이나 동영상 서비스를 사용할 것입니다. 이런 환경에서 아무리 재미있는 웹툰을 발견했더라도 웹툰 감상에 돈을 써야한다는 사실은 상당한 고민을 하게 만듭니다. 단순한 재미추구를 넘어 게임이나 동영상 서비스가 제공할 수 없는 가치가 느껴지지 않는다면 일반적인 사람들은 웹툰에 돈을 쓴다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 입니다.
둘째, 사용자들이 유료 웹툰 서비스에서 보는 것은 200~500원 짜리 하나의 회차가 아니라, 대량의 회차 수를 총합했을 때의 구매량입니다. 서사가 있는 웹툰의 경우 여러 회차를 통해 이야기가 이어지기 때문에 한번 시작하면 마지막회까지 계속 구매를 해야합니다. 심지어 최신작의 경우는 언제 완결이 될지 알 수도 없습니다. 이렇다 보니 유료 웹툰을 감상하기 위한 비용이 다른 대안들이 제공하는 기회비용보다 커지면서 사용자들은 구매에 대한 부담을 가질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런 상태에서 웹툰의 익숙함과 친숙함을 어필하는 저관여 제품 마케팅 전략만으로는 사용자들의 유입을 유도할 순 있지만 구매까지 유도하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웹툰은 무료거나 저렴해야한다는 인식과 가격에서 오는 충돌이 클테니까요. 이런 맥락에서 유료 웹툰 서비스 마케팅 전략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 FCB 모델, 출처: 정언용, 비즈니스 인사이트 블로그
위에 첨부한 자료는 FCB라는 광고대행사에서 만든 관여도와 제품구매동기 별로 마케팅 전략을 구분한 FCB 모델입니다. 저는 더 많은 신규 유료 웹툰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서는 저관여 제품 마케팅 전략이 아닌, 위 자료 우상단에 위치한 고관여 감성 제품의 마케팅 전략을 짜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고급 와인이나 화장품의 마케팅 전략처럼 말이죠. 이와 관련된 저의 생각들을 아래에 정리해 봤습니다.
첫째, 사람들에게 유료 웹툰은 구매할 가치가 있다는 신뢰감을 주어야합니다.
웹툰의 그림체와 사람들을 자극할 수 있는 메세지로 만들어진 광고의 반복적인 노출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순간의 재미추구가 목표라면 유료가 아닌 무료 웹툰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적합한 수단이며, 무료 웹툰이 아니더라도 무료로 제공되는 동영상 서비스나 게임이 해당 목표를 이루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카카오
페이지가 이런 부분에서 운영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은 웹툰의 신뢰감을 제공하기 위해 100만명 이상이 구독하고 있는
작품에는 '밀리언페이지'라는 표시를 해줍니다. 이를 통해 유료 웹툰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 수 많은 작품들 속에서 재미없는
작품을 선택할 위험을
줄여줍니다. 더 나아가 '기다리면 무료' 기능을 통해서 사용자들이 해당 작품에 신뢰를 가지게 되는 시점까지 이탈하지 않도록
끊임없이 유도합니다. 그렇게 꾸준히 작품을 감상하게 되는 사용자들은 작품에 몰입하는 시점을 지나면서 구매를 하게 됩니다.
▲카카오 페이지의 밀리언 페이지 작품, 기다리면 무료
이외에도 작가 소개 혹은 작품 소개와 관련된 언론 기사 등을 노출하는 방법, 작품 평가나 리뷰 등의 정보를 노출하는 방법 등도 작품의 신뢰성을 얻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외부 평가를 작품홍보에 활용한 소설 '우리와 당신들'의 SNS 광고 - 출처: Yes24 페이스북 페이지
둘째, 웹툰도 독서처럼 경험의 폭을 넓힐 수 있는 유용한 콘텐츠라는 점을 어필해야합니다.
웹툰도 서점의 베스트셀러들 못지 않게 사용자들의 삶에 큰 깨달음을 주고, 깊은 감동을 주는 작품들이 많이 있습니다. 드라마화까지 되어 수많은 직장인들에게 위로와 감동을 주었던 '미생', 병맛스러움으로 우리가 진짜 원하는 행복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볼 기회를 주는 '목욕의 신', 국민들이 바라는 정치인의 형상을 정확하게 표현해 준 '롱 리브 더 킹' 같은 작품은 누구도 쉽게 웹툰이라고 폄하할 수 없는 명품 콘텐츠입니다.
이런 웹툰을 통해서 우리는 우리가 경험하지 못 했던 삶의 단면들을 발견하고, 깨달음을
얻고, 성장하는 계기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이런 특징을 통해 웹툰도 책처럼 유용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면
웹툰의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작품이 갖고 있는 주제와 이를 통해 사용자들이 발견할 수 있는
삶의 질문을 연결지어 그에 대한 대답을 해당 작품을 통해 발견해보라는 메세지로 광고를 제작하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듭니다.
온라인 서점 서비스가 SNS에서 소설을 광고할 때 사용하는 방법처럼 말이죠.
▲작품의 주제를 작품홍보에 활용한 소설 '너는 기억 못하겠지만'의 SNS 광고 - 출처: Yes24 페이스북 페이지
추가로, 이미 유료 웹툰 서비스를 사용하는 헤비유저들에게는 자신의 웹툰 독서 히스토리를 업적으로 만들고 이를 다른 사람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유료 웹툰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게임 속 업적 시스템처럼 자신의 덕력을 사람들에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으니깐요.
▲자신의 게임 플레이 업적을 확인할 수 있는 플레이스테이션 트로피 페이지.
셋째, 적은 비용으로 즐길 수 있는 분량의 웹툰을 추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이는 와인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와인을 좋아하지만 모두가 비싼 와인을 살 수 있는 구매력을 갖추진 못합니다. 이런 소비자들을 위해 와인에도 저렴한 와인이 존재합니다. 심지어 비싼 와인을 한 병이 아니라 한 잔으로 팔아서 가격에 대한 부담감을 낮춰주는 와인 바도 있습니다.
이렇듯 모든 유료 웹툰이 장편인 것도 아니고, 모든 웹툰에 부담스러운 가격을 지불해야만 하는 것도 아닙니다. 네이버 웹툰의 '연의 편지'처럼 분량이 작은 단/중편 웹툰에서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훌륭한 스토리가 나올 수 있습니다. 아직 웹툰 유료화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사용자들에게 처음부터 100화가 넘는 유료 웹툰을 추천하기 보다는 부담스럽지 않게 시작할 수 있는 단/중편의 유료 웹툰을 추천하는 것이 유료화에 대한 장벽을 낮추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비싼 와인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저렴하면서도 훌륭한 와인을 추천하는 것처럼 말이죠. 그리고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의 범위는 경쟁 서비스라고 할 수 있는 유료 동영상 서비스나 유료 게임에서 힌트를 찾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유료 회차 7개. 3,000원으로 큰 감동을 얻을 수 있었던 단편 웹툰, 연의 편지
넷째, 회차가 많더라도 전부 구매할 필요가 없는 웹툰을 추천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네이버 웹툰의 '여탕보고서' 같은 일상툰 혹은 여러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구성된 '기기괴괴'처럼 내용이 이어지지 않고 단편적인 이야기가 나열된 작품이라면 모든 회차를 봐야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런 작품들이야말로 사용자들이 심심할 때 어쩌다 한 편, 200~500원이면 볼 수 있는 저관여 제품으로 인지시킬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각 회차별로 어떤 스토리를 갖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와 각 회차별로 사람들의 평가가 어떤지 보여주는 등 회차별로 신뢰감을 주기위한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저 많은 회차 중에서 궁금한 에피소드 하나만 봐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구매한 웹툰은 언제 어디서든 사용자가 원하는 타이밍에 편히 감상 할 수 있는 사용성이 뒷받침 되어야합니다.
구매를 함으로써 사용자와의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니라 관계가 시작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합니다. 사용자들은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작품을 구매하는 것이 아닙니다. 아마존 킨들이 이루어낸 것처럼, 웹툰도 사용자들이 돈 주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만화책의 경험들을 온라인으로 가져올 수 있도록 노력해야합니다. 더 나아가 만화책이 할 수 없었던 온라인만의 특징을 살려서 사람들이 온전히 콘텐츠에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야합니다. 그렇게 끊임 없이 무료 웹툰 서비스, 동영상 서비스 그리고 게임으로부터의 차별점을 만들어가다보면 어느 새 유료 웹툰에 대한 장벽이 많이 낮아져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사용자들이 자신이 구매한 콘텐츠에 대해 높은 만족도를 얻고, 크리에이터들은 자신이 피 땀흘려 제작한 콘텐츠들이 정당한 가치를 인정 받기를 원합니다. 그렇게 서로가 행복한 콘텐츠 시장이 만들어지기를 바라며 이번 글을 마칩니다. 저의 작은 아이디어들이 누군가에게 더 좋은 아이디어로 발전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참고자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