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서브장르와 사용자들의 욕구

김민오 | 2019-07-03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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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르는 웹툰 사용자들이 작품을 고르는 요인 중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리고 특정 장르가 갖고 있는 갈등과 해소의 서사가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욕구를 충족 시켜줄 때 작품의 만족도는 높아집니다. 그 중 로맨스, 드라마 등의 대중적인 장르 안에서 더 세분화되고 뚜렷한 특징을 가진 스토리 유형들이 있는데 이 유형들을 서브장르라고 부릅니다. 이 서브장르들은 오래 전부터 존재해온 것들도 있고 시대의 변화에 따라 새롭게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예를 들면 슈퍼 히어로물을 들 수 있습니다. 아이언맨,  캡틴 아메리카, 배트맨, 슈퍼맨 등으로 묶을 수 있는 슈퍼 히어로물은 '액션'이라는 큰 장르 안에 속하는 서브장르입니다.


이 서브장르가 중요한 이유는 사용자들이 기대하는 욕구를 매우 세분화하고 명확하게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어느 한 사용자가 이전에 재미있게 본 작품이 있다면 해당 작품과 같은 서브장르에 속하는 작품 역시 재미있게 볼 확률이 높습니다. 영화 '아이언맨'을 재미있게 본 사용자는 영화 '배트맨' 역시 재미있게 볼 확률이 높은 것과 비슷한 이치죠. 유료 웹툰 플랫폼의 경우는 이와 같은 정확한 작품 추천이 사용자들에게 유료화에 대한 거부감을 낮추고 신뢰를 얻는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웹툰 사용자들이 유료 웹툰 플랫폼을 고르는 큰 요인 중 하나는 자신이 좋아하는 작품들의 보유량이기 때문입니다.


'로맨스' 같은 대중적인 장르를 통해 웹툰 사용자들에게 작품을 추천할 수 있겠지만, 큰 범위의 로맨스가 아니라 '하렘물(매력적인 여성 혹은 남성 캐릭터들이 주인공만 좋아하는 로맨스)' 혹은 '사내연애물' 등 좀 더 세분화 된 서브장르로 추천하는 방법도 좋은 추천 방법입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서브장르인 이세계, 게임, BL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각 서브장르의 간단한 특징과 인기 원인을 분석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참고로 인기 원인에 대한 출처는 나무위키, 만화 커뮤니티 사이트, 블로그 그리고 저의 뇌피셜임을 밝힙니다.



먼저 이세계부터 시작합니다.


이세계를 주제로 다루는 작품을 말한다. 여기서 이세계는 말 그대로의 이계, 단순한 판타지 세계 외에 다른 행성이나 같은 지구 내에 있지만 결계 등으로 막혀 아무도 가보지 못했단 설정의 섬, 천국, 지옥 같은 종교적 세계 또한 포함된다. - 출처: 나무위키

판타지 장르의 서브장르라고 할 수 있는 이세계물. 이 서브장르의 인기 원인은 많은 사람들이 현실에서 느끼는 좌절감이 크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습니다. 흙수저와 금수저, 취업율 하락, N포 세대 등 언론 기사들을 보면 현재의 삶이 부정적으로 보이는 키워드들이 부각됩니다. 이런 어려운 현실을 사는 사람들에게 일상에서 벗어나 자신이 꿈꾸어왔던 새로운 세계를 만나고, 그 안에서만큼은 자신이 특별한 존재가 되는 이야기는 많은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 입니다. 이세계물을 통해 위로를  받는 사용자들로부터 현 시대의 아픔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세계물의 대표작품, 이세계의 황비

▲이세계물의 대표작, 이세계의 황비- 출처: 카카오 페이지



두번째는 게임입니다.


게임 소설, 게임 판타지 소설은 온라인 게임을 소재로 이야기를 펼치는 한국의 장르소설이다. 주로 주인공이 온라인 게임에 접속하고, 그곳에서 캐릭터를 키우며 겪는 이야기를 다룬다. 때문에 소설은 게임과 현실이라는 두개의 배경을 갖게되며, 게임이라는 소스에 기대어 다양한 세계관과 소재를 펼쳐내곤 한다.  - 출처: 나무위키

판타지 장르의 서브장르라고 할 수 있는 게임물 혹은 게임 판타지. 이 서브장르의 인기 원인은 크게 3가지를 언급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째로 게임의 대중화입니다. 스마트폰으로 인해서 게임을 즐기는 연령층의 폭이 넓어졌고, 남성 사용자가 많았던 과거보다 여성 사용자들의 수도 증가하였습니다. 그 결과, 앱스토어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게임을 매우 중요한 카테고리로 취급할만큼 게임의 대중화는 지난 20년동안 큰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이는 대중들이 '레벨업 하였습니다' , '아이템을 획득하였습니다'  등 게임에서 사용하는 표현방식에 친숙해지고 이해력이 높아지는 결과를 만들었습니다. 게다가 실존하는 인기 게임의 세계관을 바탕으로 만든 스토리 혹은 자신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게임과 관련된 스토리에 대한 욕구까지도 만들게 되었습니다.


둘째로 보면서 즐기는 게임 콘텐츠의 탄생입니다. '트위치'  같은 게임 전문 방송 서비스까지 생길정도로 게임은 플레이하는 콘텐츠 뿐만 아니라 보면서 즐기는 콘텐츠로도 영역이 확장되었습니다. 게임 소설, 게임 웹툰은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탄생합니다. 게임물 스토리를 좋아하는 사용자들은 현실의 게임을 플레이하는 것을 넘어 자신들이 바라는 이상적인 게임을 상상하고, 그 게임 속 주인공들의 환상적인 게임 플레이 혹은 주인공들이 게임 세계관 속에서 레벨업/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욕구가 있습니다. 이러한 욕구들을 스토리를 통해 충족하면서 대리만족과 감동을 체험합니다.


마지막으로는 현실에 대한 좌절감을 이유로 들 수 있습니다. '100분 토론 - 게임 중독, 질병인가 편견인가' 편에서 크리에이터 대도서관이 언급했던 것처럼 게임을 즐기는 세대들이 현실 속에서 느끼는 성취감은 적은 경우가 많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학교 성적을 둘러싼 힘든 경쟁 속에서 살아가는 세대들에게 게임은 성취감과 기쁨을 쉽게 느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입니다. 허구 속의 게임 혹은 게임을 멋지게 플레이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을 보면서 잠시라도 현실의 좌절감을 잊고 위로를 받고 싶어하는 사용자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게임물의 대표작, 나 혼자만 레벨업

▲게임물의 대표작, 나 혼자만 레벨업 - 출처: 카카오 페이지



세번째는 BL입니다


남성 캐릭터와 남성 캐릭터 간의 연애 및 성관계를 소재로 다루는 장르. 실제 동성애자들의 문화나 환경과는 공통분모가 없으며, 동성애를 향한 망상과 성적 판타지가 가미된 장르다  - 출처: 나무위키

로맨스 장르의 서브장르라고 할 수 있는 BL물. Boy's Love 약자인 BL물의 인기원인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습니다.


첫째로 여성 사용자들이 남녀커플 스토리에서 느끼는 불편함 때문입니다. 남남 커플의 스토리는 H.O.T로 대표할 수 있는 90년대 아이돌 팬픽 문화에서부터 발견할 수 있습니다. 여성 팬들을 중심으로 남자아이돌 멤버들을 커플로 엮어서 러브 스토리를 만드는 팬픽 문화가 있었는데 이러한 문화가 생긴데는 다음과 같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여성 팬들이 사랑하는 남자 아이돌 캐릭터들 중심으로 스토리가 진행됩니다. 스토리의 세계관 모든 곳에 자신들이 사랑하는 남자 캐릭터들이 존재하고 그 안에서 여성 팬들은 행복을 느낍니다. 이런 상황에서 스토리에 여자 주인공이 등장할 경우, 여성 팬들 입장에서는 여주인공에게 감정이입이 되기 보단 남자 캐릭터들 사이에서 갈등을 유발하거나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캐릭터들을 뺏긴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주인공 없이 남남 커플로 이야기를 진행할 경우 이런 불편함이 사라집니다. 관찰 예능을 보듯이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 캐릭터들의 스토리를 편안하게 즐길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로 여성 캐릭터를 보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도 있습니다. 여성 사용자들의 입장에서 기존 남녀커플 스토리의 여주인공은 능동적인 남자 주인공에게 수동적으로 끌려다니거나 심할 경우 공격 받는다는 느낌을 얻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은 '걸크러쉬'라는 키워드로 대변할 수 있는 요즘 시대의 여성 독자들에게 불편함을 줄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남남 커플의 로맨스는 위의 불편함을 없애는 동시에 여성들이 바라는 사랑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기존 남녀 커플 위주의 이야기가 가진 한계점을 발견하고, 여성 사용자들이 원하는 로맨스란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드는 서브장르인 것 같습니다.



BL물의 대표작, 킹스메이커

▲BL물의 대표작, 킹스메이커 - 출처: 카카오 페이지



이외에도 GL, 하렘물, 학원물, 피폐물 등 다양한 서브장르들이 존재하지만 나머지 서브장르들은 추후 기회가 될 때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앞서 소개한 서브장르들을 조사하면서 배운 점은 사회에 변화가 있을 때마다 우리가 알고 있던 장르들이 재정의 되거나, 새로운 장르들이 만들어진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자신들이 선호하는 장르에서 기대하는 욕구를 작가들이 채워주기를 바랍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사용자들의 장르에 대한 이해도는 작가들보다 뛰어나다는 것이고 작가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한 상태에서 작품을 만들면 사랑받는 작품이 나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스토리텔링의 구루, 로버트 맥키가 그의 저서 'Story: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에서 언급한 바 있습니다. 작가들이 장르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상태에서 사용자들이 바라는 욕구를 충족 시켜주었을 때 사용자들은 콘텐츠에 정당한 가치를 부여할 것 입니다.


웹툰 사용자들이 처한 사회적 환경과 맥락을 수시로 관찰하고 그들의 욕구를 발견하기 위한 태도는 매우 중요합니다.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스토리는 곧 그 시대가 처한 문제점과 욕구를 반영하기 때문입니다. 사용자들이 처한 현실에 적합한 위로와 희망을 줄 수 있는 스토리를 소개하는 것, 그것이 웹툰 서비스의 목적이라고 믿습니다. 그리고 서브장르에 대한 조사는 그 목적을 빠르고 정확하게 성취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웹툰을 사랑하는 많은 분들에게 제 생각이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참고자료

엠브레인, 2018 웹툰 이용 및 인식 관련 조사 - www.trendmonitor.co.kr/tmweb/trend/allTrend/detail.do?bIdx=1639&code=0303&trendType=CKOREA

아트인사이트, 키워드로 읽는 웹소설 - brunch.co.kr/@artinsight/355
지식 공장장, 왜 소년점프는 안 팔리는 책이 되었나? - brunch.co.kr/@hdyoon/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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